핵심은 그게 아니야
간밤에 국세청 직원들인지 검찰청 직원들인지 모를 검은 양복의 기관원들이 들이닥쳤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그들은 “감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나도 알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초등학교 성적표부터 대학 졸업장까지 뒤져서 찾아냈다. 졸업장에 왜 내 이름이 잘못 나와있냐며 내 학번을 외워보라고 했다. 10년 전에 산 소프트웨어는 왜 샀냐고 물었고, 딸아이의 약은 어디다 쓰는 것이냐며 따졌다. 이 집구석에는 썩은 배추가 왜 이리 많냐며 지들끼리 키득거렸다.
나는 불려다니며 하나하나 해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를 체포하거나 기소할만한 짓 따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당했고, 오히려 그들에게 큰소리를 치려 했지만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신문지 몇 장만을 들고 그들은 떠났다.
아침이 되어 출근을 하려 하는데, 그들이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가방에서 수갑을 꺼내 내 손목에 채우려 했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러냐고 따져 물었다. 그들은 말했다.
“핵심은 그게 아니야. 우린 참을 수가 없었어. 넌 우릴 모욕했어.”
그들 중 제일 나이가 어려 보이는 자는 울고 있었다. 그것이 모욕을 당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안해서였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 해도 수갑이 닫혀지지 않았다. 손이 몹시 아팠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기분이 착잡하고 더러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났다.
죄가 없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었다. 아무 죄가 없는 것이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기에 잡혀가는 세상이었다.
검찰이 박연차 수사를 마무리한단다. 노무현을 죽인 이후에 그들이 더 이상 이 수사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이게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
12 thoughts on “핵심은 그게 아니야”
정말 악몽 같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악몽이야 깨면 그만이지만 세상을 악몽으로 만들어 영원히 잠들라고 강권하고 있네요.
꿈을 가지라는 말을 당당하게 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깨 있어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겪으면서 저는 이 나라에 대해 죽도록 냉소하고 있습니다. 아마 당분간 그 냉소와 저주를 거두어 들이지 않을 겁니다.
미안합니다. ㅜㅜ
꼴~!에 인간이라고…. ” 모욕 ” 까지 느껴지나 봅니다.
참나… 역겨워서 말입니다. 저것들이 인간이라면…. 개도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든 개 작살 내 보려고 시도했다가 뜻대로 안되니…
결국 마무리를 저 따위로 하네요.
미공개인척 하면서… 한쪽으로 다 흘려…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게 만들질 않나…..
욕 한마디만 적고 갑니다요…
에라이 X 팔 X 새끼들.
옛말에 “짐승만도 못한 자”들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요. 그들은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업보의 댓가를 아주 길게 치룰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손녀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는 저 뒷모습을 보면 마치 꿈결을 걷는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소요유님도 비슷하게 느끼셨기에 사진을 올리셨겠지요. 이 모든 것이 지나가는 악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길을 걷다가 문득문득 가슴이 저려오고 눈물이 나옵니다. 나는 아직도 노무현 전대통령이라는 말이 안나오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란 말도 못하겠습니다. 나에게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뿐이었습니다. 임기중에 저질 언론들에게 대통령이라고 제대로 불려보지도 못하셨는데, 난 평생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불러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여전히 아주 많이. 노무현 대통령님. 부디 다음 세상에서 정치하시지 말라고 사람들이 그랬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세상에서도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도 만드시고 정당한 평가와 존경을 받으시면서 행복하게 민중들과 함께하는 정치인으로 천수를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동시대를 살아냈다는 자긍심을 갖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이 있어줘서 세상이 행복했었습니다.
pine 님의 댓글을 보고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있어 우리는 그렇게 행복했었는데, 그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우리들의 지지가 그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서 너무 고맙고 고맙습니다.
어제 저도 비슷한 꿈을 꾸었습니다.. 사실 꿈을 꾸는 내내 저는 무서웠습니다.
그러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다 꿈에서 깨어 났는데..
이러한 오늘이 너무 슬프네요.. 과연 우리가 행복한 내일을 맞이 할수 있을런지..
꿈보다 현실이 더 악몽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우리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을 나눠 가졌습니다.
눈물도 나눠 가집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1984의 풍경 같고..느낌같네요..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네요.
지금도 그 꿈이 생생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겪었을 그 지옥같은 시간들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납니다. 그 분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언젠가는 빛을 보겠지요.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르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