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치하에서 국민 자격 없는 사람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명박 정권 아래서 자기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니 대한민국 국민은 고사하고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고 오해고 오산이다.
용산에서 5명의 철거민들이 불길에 휩싸여 개만도 못한 죽음을 당했다. 누구한테? 민중의 지팡이라고 자부하는 경찰한테 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그 경찰한테 말이다. 엄동설한에 오갈데 없는 철거민들이 시위를 시작하자 3시간 만에 특공대 투입이 결정됐고, 하루만에 무자비한 진압을 통해 5명이 죽고, 수십 명이 체포되었다.
그들의 죄는 수십년 동안 용산에서 세입자로서 “가난”하게 살았다는 것이고, 재개발이 시작되자 갈곳이 없었다는 것이고, 이사비 정도만 받고 나가라고 할 때 조용히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그것이 이 엄동설한에 불에 타서 죽어도 될 정도의 중죄인 것이다.
용산구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런 사태를 미리 예고하고 있었다.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청 앞 간판, “생떼거리 쓰는 사람은 자제하시길”, 오마이뉴스]
여기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당연히 철거민들을 지칭하는 것이고, 민주시민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개만도 못한 취급을 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철거민들은 지금이 이명박 정권 세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기야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그들에게 보이는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5명의 철거민이 죽고나서도 청와대의 한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데 이번 사고가 그런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은혜, “과격시위 악순환 끊는 계기” 발언 논란, 오마이뉴스]
이건 이명박 정권의 솔직한 심정을 철모르는 청와대 대변인이 순진하게 얘기한 것이다. 앞으로도 생떼거리를 쓰거나 과격시위를 하면 저렇게 죽을 수 있으니 밤길 조심하라는 일종의 부드러운 협박이다.
신지호라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아예 대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전철연은 반 대한민국 단체이고, 이번 농성은 생존권 투쟁이 아니라 전철연이라는 반 대한민국 단체가 벌인 도심테러이다.
[신지호 “반국가단체의 도심테러”, 오마이뉴스]
철거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는 반국가 테러단체이고, 철거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테러분자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물론 신지호라는 자도 이명박과 같은 뉴라이트 출신이다.
이명박 정권 치하에서 국민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고소영, 강부자 정도 그리고 종부세 대상자가 될 정도의 재산이 있는 사람들 정도이다. 전체 국민에 1~2% 되는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권이 얘기하는 거의 모든 정책, 경제 살리기 등등은 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지, 나나 당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극한 상황을 당하고도 아직도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의 국민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들이 국민 취급을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명박이 지하 벙커로 들어가고나서, 자칭 미네르바라는 네티즌이 구속되었고, 5명의 철거민이 숨졌다. 이명박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낸 셈이고, 이건 시작일 뿐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선택은 둘 중 하나다. 견디든지 아니면 싸워 끌어내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소망교회라도 다녀보든지.
돌아가신 철거민들의 명복을 빈다. 다음에는 철거없는 나라에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사시길. 부디.
3 thoughts on “이명박 치하에서 국민 자격 없는 사람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민을 돌봐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한테 윽박 지르고 입을 막고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니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다음 생에는 제발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