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 이것은 인터넷과 리만 브라더스의 전쟁이다
이제부터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비록 개인 블로그라 할지라도 논문처럼 정확한 레퍼런스(참고문헌)와 주석을 달아야 할 것이다. 언제 어떻게 검찰에 소환될지 모르니, 어디까지가 인용이고 어디까지가 의견인지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혐의를 벗을 수도 있고, 처벌을 받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음 아고라에서 정확한 경제 예측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인터넷 논객이 미네르바다. 미네르바가 이렇게 인터넷과 언론을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그의 해박한 경제 지식과 손쉽게 얻을 수 없는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한 정확한 경제 진단과 예측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년부터 대한민국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한 “리만 브라더스”의 뻘짓 때문일 것이다.
나는 다음 아고라를 가지 않기 때문에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언론이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옮겨진 그의 글을 몇 편 읽어 보았다. 큰 틀에서 그가 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나 같은 소시민에게도 벌써 2005년 말, 2006년도부터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소문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국발 금융 위기를 불러올 것이고, 우리나라도 그 금융위기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였다.
리만 브라더스가 그 위기를 잘 넘길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였다. 리만 브라더스의 이력만 보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작년에 리만 브라더스가 1년 내내 행한 짓들을 보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위기의 시작은 미국이었지만, 그 위기를 증폭시킨 것은 그들의 책임이다. 한 마디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포크레인으로도 못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해가 바뀌자마자 우리의 검찰께서 “미네르바 검거”라는 탁월한 선택을 하시어, 오히려 리만 브라더스를 더 곤경에 처하게 했다. 물론, 리만 브라더스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검찰 스스로 판단해서 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네르바 검거는 검찰은 물론 리만 브라더스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 악수임은 분명하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는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가 바로 그 미네르바가 맞냐”라는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는 여러 미네르바 중의 한 명일 뿐이다”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워낙 말들이 많으니 나도 “사실만 가지고” 숟가락 한 번 꽂아보면,
1. 인터넷,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 아고라에서 필명으로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 존재한다. 이것은 다음 아고라 운영자에게 물어봐도 금방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고 더군다나 정부의 핵심 관계자까지도 확인해 준 사안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 “미네르바 복수”, 매일경제)
2.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는 작년 12월 신동아에 인터뷰를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동아에 인터뷰를 한 미네르바는 다른 사람이다. 신동아가 그 인터뷰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들이 인터뷰한 다른 미네르바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구속된 미네르바가 자신들과 인터뷰한 미네르바인지 아닌지는 확인해줄 수 있지 않을까? (미네르바, 신동아 기고한 적 없다고 부인, 한국경제)
3. 우리의 검찰께서 신동아 관련 부분은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셨으며, 지금 구속된 미네르바가 그 미네르바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시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박씨가 글을 쓴 동기와 배경, 공범 또는 주변인물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말 한 월간지와 인터뷰를 했는지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향후 수사 방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인터넷논객 ‘미네르바’ 구속 수감]
우리의 검찰께서는 요즘들어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라 여겨지는 부분들을 일부러 또는 괜히 애둘러 가시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신동아 인터뷰 부분은 여러 미네르바 중 바로 그 미네르바를 구별하는데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미 검찰은 지금 구속한 미네르바가 그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씀해 주시었다.
4. 지금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는 “허위사실 유포”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썼다는 그 많은 글 중에 특히 연말에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입 자제” 공문을 보냈다는 글을 문제삼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금융기관에 달러 매입 자제를 요청했을까 안했을까? 이석현 의원(이 사람은 국회의원이다)은 정부가 분명히 금융기관에 달러 매입 자제를 전화로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달러매입자제’ 전화까지 했다”, 오마이뉴스)
5. 그렇다면 “전화”로 요청한 것을 “공문”을 보냈다고 했기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에 걸린다고 지금 검찰께서는 주장하고 계시고, 여러 미네르바 중 한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이다. 이것이 과연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법원 영장 전담 판사이신 김용상 판사께서는 왜 구속영장을 발부해 주셨을까?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그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뉴시스, 미네르바 구속, 네티즌들 갑론을박]
6. 전화로 달러매입자제를 요청한 것을 공문으로 보냈다고 했기에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하신 김용상 판사는 그동안 어떤 판결을 내리셨을까? 법관은 늘 판결로 얘기한다고 하는데, 김용상 판사의 프로필이 인터넷에 공개되었다고 수사 대상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하는 검찰. 그렇다면 김용상 판사의 그간의 판결들이 국가 기밀이라도 된다 말인가?
사실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가 진짜 원조 미네르바냐 아니냐는 논란은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일개 네티즌이 사소한 거짓말(전화로 한 것을 공문으로 했다고 했기에)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고 구속을 했다는 사실, 검찰의 그러한 주장에 법원까지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 이것은 이명박 정권들어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것이 아니고, 30년전 쯤 독재의 시절까지 되찾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새해들어 이명박 정권은 검찰을 동원해 인터넷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그 한 단면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리만 브라더스와 인터넷, 과연 리만 브라더스는 인터넷을 평정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이명박이든, 강만수든, 검찰이든, 영장전담판사든 간에 인터넷이 어떤 공간인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인터넷과의 전쟁, 리만 브라더스는 승리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나라에서 2009년 새해 벽두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3 thoughts on “미네르바 구속, 이것은 인터넷과 리만 브라더스의 전쟁이다”
이번 미네르바 사태는 어떻게 봐도 인터넷을 때려잡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보여서 어이가 없을 뿐 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소요유님의 견해에 공감합니다만…
사안은 정말 너무도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는 블로그계 내부(혹은 웹, 아고라를 중심으로 한) 소모적인 속물근성의 발현도 감지되는데요.
조중동의 아메바적 틀짓기인 ’30대 백수에 놀아가는 대한민국’이란 것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프레이밍은 학벌과 계급적 사고가 그야말로 ‘세뇌’에 가깝게 내면화된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런 관점과 입장이 다수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요. 유교적인 양반문화랄까 귀족문화에 대한 환상적인 선망(그 반대급부로서의 비공식적, 비제도화된 상징에 대한 반감)가 그 조중동의 틀짓기에 그대로 내포된 것이라서…. 리만 vs. 웹… 으로 큰 틀을 짜는 것은 매우 적절하고, 합당한 분석이면서 방법론이긴 하겠습니다만… 일단 웹 자체의 자기 파괴적인 속물근성을 좀더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리 혹은 정화(?)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비롯한 MB 악법들과 이번 미네르바 구속사태를 연계시키면 정말 그야말로 미디어의 웹의 암흑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을 갖게 되는군요….
저는 민노씨 님이 말씀하신 블로그계 내부의 (혹은 아고라를 중심으로 한) 속물 근성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특히, 다음 아고라 같은 공간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여태 가본적도 없고, 앞으로 갈 계획도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 또는 그를 지지하는 주류 특권층들이 인터넷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대부분 언론을 이미 장악한 상태에서 그들이 유일하게 위협을 느끼는 존재는 인터넷뿐입니다. 그래서, 사이버 모욕죄 등을 도입하려 하는 것이겠지요.
그들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미네르바 구속도 오히려 그들은 자기 발등을 찍은 자충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터넷을 잘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