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배트맨?
이제서야 광야에서 백마를 타고 올 초인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끝없는 절망의 나락 속에서 그여 그 희미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그 애타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이육사, 광야]
영화 Dark Knight에서 고담시의 정의로운 검사 Harvey Dent는 “영웅으로 죽든지 아니면 오래 살아남아 악당이 되는 것을 보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얘기했다.
WAYNE: Exactly. Who appointed the Batman?
DENT: We did. All of us who stood by and let scum take control of our city.
NATASCHA: But this is a democracy, Harvey.
DENT: When their enemies were at the gate, the Romans would suspend democracy and appoint one man to protect the city. It wasn’t considered an honor. It was considered public service.
RACHEL: And the last man they asked to protect the republic was named Caesar. He never gave up that power.
DENT: Well, I guess you either die a hero or you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the villain. Look, whoever the Batman is, he doesn’t want to spend the rest of his life doing this. How could he?
사람들의 탐욕과 무관심 속에서 태어난 야만의 시대에 우리들은 절망했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육사의 그토록 원했던 초인이나 Harvey가 원했던 배트맨은 과연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인가? 이 야만의 시대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차라리 영화였으면, 차라리 영화였으면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2 thoughts on “혹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배트맨?”
초인 영화야 오래전부터 종종 제작되어 왔지만, 최근 (10~5년 전부터?) 에 거의 매년이라고 할 정도로 초인 영화들이 헐리웃에서 줄기차게 제작되는 상황을 보면서 ‘난세는 영웅을 원한다.’는 오래된 격언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미 세계는 너무나도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변했고, 민중들은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해도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은 다들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 의식으로부터 사회 변혁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있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민중이 문제 해결 할 수 있는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점차 멀어지기 때문에 이 분열증적인 상태가 무의식적으로 ‘초인 영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정치적인 암살로부터 크게 실망해서 ‘이 정치적인 혼란은 신이 간섭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풀 수 없다.’고 말 한 것을 기억합니다.
저도 가끔 슈퍼맨이 진짜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UN같은데에 나타나, ‘내가 핵무기를 모두 해제하겠다. 더 이상 굶주리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종교, 민족적 분쟁을 일으키는 당사국은 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고 외쳐 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선배가 그 얘길 듣더니 ‘네 정치적 무능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망상이구나.’ 했지만서도…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끝에 대해서 그닥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하며, 그럴 필요도 못느끼는 것 같아요…예전 아니면 오랜 옛날처럼 사람들은 강물같이 흘러가버리고, 또 오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이러한 역사나 전통이 과연 변함없이 흘러갈지는 정말 모를 일일테죠…백마탄 초인을 저는 기다리거든요…그리고 백마탄 초인의 세상에서는 우리가 힘겹게 견디고 있는 그 모든 일들에서 자유로운 완전한 평화를 꿈꾸기도 합니다…소요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