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왜 보수적인가, 정말 그들은 보수적인가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서민들이 있다. 하나는 종부세 대상자이면서 스스로 서민이라 우기는, 쥐박이라 불리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서민(鼠民)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庶民)들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게 살면서도 쥐박이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중서민들도 꽤 존재한다.
첫번째 부류의 서민(鼠民)들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한 짓이라고는 종부세 무력화와 감세, 그리고 각종 부동산 규제 철폐 뿐이다. (그리고 전봇대도 2개나 뽑았구나.) 어떻게 해서든 땅값을 올려 일하지 않고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뿐인데, 대한민국의 경제적 최상위층들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고 지켜주는 이런 부도덕한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봐서는 당연하다. 물론, 잘사는 그들 중에도 간혹 양심을 가진 도덕적인 부자도 있겠지만, 극히 소수이겠지.
문제는 두번째 부류의 서민(庶民)이다. 이들은 도시와 농촌에서 매일매일 뼈빠지게 일을 하고도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나가는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부류다. 이런 서민들의 수는 전체 국민의 50%를 넘는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켜 줄 정치세력을 집권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현실은 두번째 부류의 서민들에게 자못 우울하다. 노동자, 농민, 그리고 도시빈민 등 서민들을 대변한다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지율을 5%를 넘지 못한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서민인 나라에서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은 집권은 커녕 지지율 5%를 넘지 못한다. 종부세 대상자 2%만을 위하는 정당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언제나 30%를 웃돈다. 이런 현실은 정말 많은 서민(庶民)들이 이중서민 노릇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서민(庶民)들은 극우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일까? 경제학자 도스타인 분데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은 그의 “유한계급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The abjectly poor, and all those persons whose energies are entirely absorbed by the struggle for daily sustenance, are conservative because they cannot afford the effort of taking thought for the day after tomorrow; just as the highly prosperous are conservative because they have small occasion to be discontented with the situation as it stands today.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이요, 부자들은 오늘에 불만을 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보수적이라는 얘기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정치고, 신자유주의고 자기들의 관심사가 될 확률이 아주 적다. 선거에 악착 같이 투표하는 사람들은 강남에 사는 졸부들이지, 인력시장에서 하루하루 몸을 파는 노동자들이 아니다. (지난 번,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위대한 강남은 공정택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민들의 정치의식이 떨어지고, 정치적 무관심과 체념이 커질수록 경제적 양극화는 더 커질 것이고, 정치권력은 한나라당과 같은 극우 보수 세력에게 고스란히 넘어갈 것이다.
우리나라 서민(庶民)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할만한 정치세력을 선택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서민들의 계급적 사고를 가로막는 숱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이 아주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신문들이 언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공영방송이라던 KBS도 이미 이명박 졸개들에게 넘어가버리고, 아직도 1950년대 반공사상에 젖어서 좌빨 타령이나 하고 있는 수구 쓰레기 알바들이 네이버를 장악하고 있으며,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면 앞뒤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을 찍어대는 지역감정 추종자들이 있는한 서민들의 계급적 사고는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2~3% 지지를 받고 있는 진보신당의 심상정이 한미FTA를 들이대면서 노무현을 씹어돌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신자유주의가 세계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근본 모순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이슈가 되지 못한다. 결국, 이런 상식적인 토론이 가능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한다. 언론 문제, 지역감정 문제, 그리고 색깔론. 이런 문제들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서민들의 이중서민 노릇은 지금처럼 계속된다.
또다른 해결책은 투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룰라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이유는 브라질이 의무투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룰라같은 노동자 출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으며, 그를 지원하는 세력이 집권세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투표율이 적어도 80%만 넘어가도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는 없다. 아무리 서민들이 보수화되었다고 해도, 아무리 국민들이 사기를 당했다 하더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이 후진 나라라 하더라고 투표율 90%에서 이명박과 같은 사기꾼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는 없다.
정작 문제는 서민들의 보수화라기 보다는 서민들의 무관심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당면 문제는 한미FTA가 아니고, 언론 문제고, 지역감정 문제고, 남북 문제다. 이들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는 이명박이 아무리 깽판을 쳐도, 그 이후에는 박근혜가 정권을 잡을 것이고, 박근혜가 아무리 나라를 말아먹어도 그 이후에는 오세훈 같은 젊은 수구들이 권력을 장악할 것이다.
참으로 암울한 현실이다.
15 thoughts on “서민들은 왜 보수적인가, 정말 그들은 보수적인가”
막혔던 속이 쑤욱 내려가는 명문장 입니다. 님의 글은 사태의 핵심을 곧바로 치고 들어가는 파워와 간지 ^^* 정말 멋집니다, 님이 분석해내는 현실의 멘 얼굴은 좆 같지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퍼가도 되는지요. 제 블로그에서 선전 좀 하고 싶습니다.
포카라 님 / 선전할 만한 글을 못되지만, 님이 원하시면 퍼가셔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어쪄면 지금 상황이 계획된 상황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철저히 계획된…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선거의 의무화 정말 좋은 제도이네요.
결국 서민들의 보수화보다 서민들의 무관심이 원초적인 문제였던 것이군요.
명쾌하고 시원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좀 퍼가고 싶네요.
서민(鼠民)을 위하는 MB정부 이후의 대안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일반 서민들이 같이 해 나가야겠네요. 미국 오바마 정부의 등장도 정치 무관심층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해 보이기도 하니까요.
… 더이상 답이 안나오는 나라죠… 어쩌면 그래서 떠나고 싶어지는 나라고요…
집에 늙으신 모친을 보면 정말 답답 합니다. 입을 열면 빨갱이 타령에 노무현 땜에… 이런 말을 하고…
마이 싸웁니다. 아무래도 이나라에 노인들은 정말이지 뇌가 없는 것 같에요…
도대체 그 나이 먹도록 뭘 생각 하고 살았는지… 정말이지 같은 공간에 같이 숨쉬는게 .. …
내년에 무조건 해외로 나갈려고 합니다. 나가면 … 꼭 외국으로 나가고 싶네요… 이나라에 하루하루 사는게 정말이지 절망 스럽네요…
퍼갈께요 (__)
출처만 밝히신다면 얼마든지 퍼가십시오.
글 하나하나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신문도 이렇게 집중해서 글읽지는 않는데~~
덕분에 자주 들러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소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성환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