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재정건정성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한단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체 가구에 지원하려면 추가로 3조 원의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데, 이것이 국가의 재정건정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란다.
기재부 관료들의 주장이 이 나라를 걱정하는 충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충정을 증명하려면, 이명박이 최소 189조의 예산을 해 먹을 때, 강바닥에다 22조의 돈을 꼬라박을 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왜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는지, 그에 대한 답변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재정건정성이 문재인 정부에서만 유효한 건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나라 걱정을 하기 시작한 건지, 그도 저도 아니면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3조 원이 이명박이 탕진한 189조 원보다 더 부담이 되는 건지를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검찰의 선택적 정의, 선택적 수사와 마찬가지로 기재부 관료들의 선택적 재정건정성 주장은 그들이 가진 알량한 특권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항명일 뿐이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당당히 사표를 던지고 미래통합당에 들어가 출마를 하든지.
기재부 관료들은 재난지원금 앞에 왜 “긴급”이라는 두 글자가 붙어있는지 정말 몰라서 이러는 것일까? 아니, 그들은 그냥 국민들에게 그런 지원금을 주기 싫은 것이다. 재벌들에게 수십 조의 세금을 깎아 주고 수백 조의 자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땡전 한 푼 주기 싫은 속내를 은근슬쩍 드러낸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들에게 지급해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기부할 것이다. (30%를 제외한) 우리나라 국민들 수준이 기재부 관료들보다 훨씬 높고 훨씬 양심적이거든. 그러니 재정건정성 핑계 대면서 나라 걱정하는 척은 그만 하시길. 이명박 시절의 국민들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