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해지는 블로그
“티벳 사자의 서”의 저자 파드마삼바바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과거 삶을 알고 싶으면 현재 그대의 행동을 들여다보아라. 그대의 앞날을 알고 싶으면 현재 그대의 행동을 들여다보아라.
블로그의 글들이 점점 피폐해진다. 비난과 비판과 비아냥으로 가득 차 있는 글들은 내가 써놓은 것이긴 하지만 참으로 읽기 민망하다. 증오와 분노가 영혼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분노한다. 인간들의 역사가 파렴치하고 탐욕적인 자들의 농간으로 끊임없이 더럽혀져 왔다는 사실에 나는 절망한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야 했고, 간디는 암살당했다. 달라이 라마는 정치적 망명을 떠나야 했으며, 김구도 저들의 총탄에 세상을 떠났다.
왜 역사는 이리도 부조리하단 말인가? 왜 사필귀정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왜 가난한 자들은 늘 그렇게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왜 정의로운 자들은 늘 그렇게 탄압을 받아야 하는가? 수천 년 전 예수와 부처가 고민한 문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이란 구원받을 수 없는 절망적인 존재들이란 말인가?
블로그 글들이 피폐해지는 만큼 내 영혼도 피폐해진다. 파드마삼바바의 말처럼 현재 나의 모습은 과거와 미래의 나의 모습일 것인데, 나는 그 사실이 두렵다.
따뜻하고 소박한 글들을 쓰고 싶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원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해 보인다. 그런 나의 무기력이 슬프고, 비루하고 처참한 세상이 슬프다.
어떻게 살 것인가.
5 thoughts on “피폐해지는 블로그”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제가 목숨을 대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아끼는 동생에게 형 노릇 제대로 못하는, 뭐랄까 유교적인 장자의식이랄까요, 그런 심리적인 박탈감 때문에 굉장히 스스로 한심해하고 있습니다.
블로그가 주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에 대한 결핍을 이야기하는 곳이라면, 그 결핍과 분노가 어떤 방식으로 좀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그런데 실은 이런 결핍과 분노의 이상적인 방향, 그 풍경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 무기력에 잠재한 분노, 혹은 이 모든 것들을 무화시키는 귀차니즘…
그래도 기운을 내시고, 그 분노이든 결핍이든 슬픔이든..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함께 꿈꿀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저 블로거 벗으로서 말이죠.
피폐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믿습니다. 또 그 희망을 함께 찾는 ‘우리’가 있겠죠. 물론 때로는 그 희망조차도 전혀 힘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힘내시죠.
세상의 현실이 블로그와 소요유님에게 반영되고 있는 상황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세상의 즐거움 가득한 존재와 블로그는 그렇게 세상의 밝고 역동적인 부분에 많이 접해 있는 것 같고, 그 반대의 경우는 또 그런 현실의 절망적인 부분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겠구요….뭐 누구에게나 그렇게 한편으로 쏠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현실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아파하고 논하는 사람들이 보다 세상에 적극적이고 세상사에 민감한 존재들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