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주
우리는 20대 초반의 풋풋한 청년들로 처음 만났지.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오십이 넘었네. 모두들 아저씨, 아줌마들이 되어 직장 문제에, 자식 교육에, 남들과도 같은 걱정을 나누며 하루를 보냈어. 1년에 한두 차례라도 안부를 전하고 밥 한 끼라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다들 조용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사는 모습들이 보기 좋네, 그려.
돈, 명예, 출세가 다 부질없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네. 누군가 말했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주는 시골 이장 친구 사주라고. 아무 권력도 책임도 없지만, 이장 친구를 두어서 그럭저럭 좀 재미를 볼 수 있는 사주가 제일 좋다는 우스개 소리를 했지.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이야.
이제 헤어지면 여름에나 볼 수 있겠구먼. 그때까지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꾸역꾸역 살아보자구. 잘 가게,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