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겨울답지 않게 며칠째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니 아니나 다를까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 먼지들은 서해안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것도 있고, 오래된 경유차의 배기구멍에서 나온 것도 있고, 중국 베이징에서 날아온 것도 있었다.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불지 않으면 겨울 하늘은 늘 잿빛이다.
어렸을 때부터 코치에게 폭행을 당하고 커서는 성폭행을 당한 여자 빙상 선수가 폭로를 하자, 유도에서도 몇 년 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자 선수가 공개적으로 코치를 고발했다. 자신이 십수 년 간 가르쳐온 선수들을 때리고 성폭행을 할 수 있는 그 자들의 인면수심에 구역질이 났다. 세상에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널려 있다.
자유한국당이 5.18 광주민주항쟁 진상조사단에 추천한 조사위원 면면이 공개되었다. 물론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진상조사 위원이라기보다는 진상조사 방해 위원이라고 해야할 사람들을 추천해 놓고 희희낙낙하는 그들 역시 인면수심이긴 마찬가지다. 하기야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을 민주주의 아버지로 생각하는 자들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미세먼지 가득한 따뜻한 겨울보다는 차라리 살을 에는 추위라도 좋으니 차갑고 맑은 겨울 날이 훨씬 낫다. 차가운 북서풍이 불면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을까? 답답한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