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산다는 것
충북 영동에 가면 천태산이라는 빼어난 산이 있는데, 그 천태산 기슭에 영국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영국사 앞마당에는 천년된 은행나무 한 그루(천연기념물 제223호)가 당당히 서 있는데, 그 높이가 30미터가 넘는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그 은행나무는 나라의 큰 일이 생기면 소리 내어 운다고 한다.
그 나무는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을 지켜보며 자랐을 것이고, 이 땅의 희로애락을 모두 견디어내며 천년을 살아냈을 것이다. 천년의 슬픔과 천년의 한과 천년의 고단함이 가지가지마다 켜켜이 쌓여 있다. 그것을 견디고 버티면서 매일매일 새날을 맞이하는 그 모질고 질긴 생명력에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다. 영국사에서 풍겨오는 보리수 꽃향기 속에 오늘도 그 나무는 천년을 하루같이 말없이 고독을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