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과 착한 아이 증후군
민주당 대선 후보 안희정은 착한 도지사가 되고 싶었다.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고 어깃장을 놓는 민원인들과 대화하면서, 그는 원활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민원인들의 의도를 무조건 선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작정한다. 민원인들의 선의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자 민원인들의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고, 그는 소통 잘하는 도지사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그는 소신을 더욱 확장했다.
그는 “누구의 주장도 ‘선의’로 받아들이는 것이 소신”이라며 이명박의 4대강 사업과 박근혜의 재단 비리를 언급했다. 이명박과 박근혜도 처음에는 나름 열심히 잘하려고 선한 의도가 있었겠지만, 하다 보니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했다. 안희정은 자신의 소신을 어설프게 일반화하면서 이명박, 박근혜의 선의를 주장하다 보니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옳다면, 나라를 구하겠다고 쿠데타를 자행한 박정희의 선의도 인정해야할 것이고, 광주 민주화 항쟁을 총칼로 진압한 전두환의 선의도 인정해야할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 안희정의 변명은 한마디로 궤변이다.
정치지도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도를 선한 것으로 읽을 수 있는 관심법이 아니라 그것이 상식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은 누가 뭐라 해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지극히 간단한 상식을 팽개치고, 4대강에 보를 만들어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예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한 의도가 아니라 거짓말이고 사기극이다. 박근혜가 재단을 만들어 문화융성을 하겠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다. 거짓을 거짓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선의로 받아들이는 정치인은 정의와 불의를 구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판단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안희정은 누구에게나 욕을 먹지 않고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아이와 같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훌륭한 정치지도자는 자기의 주장을 선명히 하여 자기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지지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 중립은 이론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희정이 착한 아이 증후군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3 thoughts on “안희정과 착한 아이 증후군”
역시ㅎㅎ 소요유님 글은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아요!! 안희정 지사님 좋아했는데.. ㅎㅎ 진짜 착한아이콤플렉스라는 표현이 딱이네요ㅠㅠㅋ 안타깝기 그지없는.. 괜히 이것도 저것도 다 어우르려고 들다가는 이도저도 안되는 게 현실같아요..ㅎㅎ 미움받으려는 용기!!!! 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런지~
그나저나 오늘 탄핵인용 ㅠㅠ 정말 기뻐요!!
저도 아직까지는 안희정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습니다. 문재인 이후의 지도자 감으로 좀 더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