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새우보리밥의 추억
파리에서 튀니스로 가는 에어 프랑스 비행기 안의 여자 승무원들은 육감적이었다. 그들이 음료수와 식사를 나르기 위해 비행기 복도를 이리저리 지날 때마다 이름 모를 향수 알갱이들이 흩날렸다. 그 향수 알갱이들은 아무렇게나 구겨져서 자고있는 승객들을 깨웠다.
승무원들이 내놓은 음식은 생전 처음 본 듯한 것이었다. 이것이 프랑스식인지, 중국식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국적 불명의 음식이었다. 작은 새우 세 마리와 보리 알갱이들의 조화. 볶음밥 같이 보이는 이 음식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그것의 냉기가 소름을 돋게 했다. 평소에는 정말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새우와 보리가 서로 어울리지 못한 채 곤두 서 있었다. 나는 그 음식을 “냉새우보리밥”이라 이름지었다.
17시간 정도의 여정에 몸은 피로하였고, 허기가 져서 냉새우보리밥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이가 시려웠고, 한기가 온몸을 감샀다. 따뜻한 차를 한모금 마심으로써 그 한기를 조금씩 달랬다.
비행기는 지중해를 건너고 있었고, 승객들은 냉새우보리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