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선물
박근혜와 최순실 일가, 그리고 이 땅의 지배계급인 친일반민족 독재부역 세력들이 이 나라를 시궁창에 쳐박았다. 모든 소설과 영화를 뛰어넘는 그들의 엽기 행각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이게 나라냐?”, “어떻게 박근혜가 이 지경이 됐단 말이냐?” 사람들은 분노했고,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모든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박근혜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박근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고만 했으면 누구나 충분히 알 수 있는 이 시대에 51.6%의 사람들은 묻지마 투표를 감행했다. 박근혜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 되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락했다. 죄없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죽어갔으며, 정의로운 사람들이 잘려나갔다. 희망은 사라졌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매일 늘어났으며, 아이들은 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배계급은 최선을 다해 부패했고 타락했다.
이 정도의 부패와 이 정도의 타락이라면 이 나라는 당연히 망해야 한다. 아니 망하려면 더 철저히 망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폐허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유일한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가 이 나라와 국민들에게 준 건 절망과 자괴감 그 자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역량만 있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박근혜의 선물이라 말할 수 있을까?
1. 민주주의에 대한 집단 경험과 지성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100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한다. 그 시위는 평화적이고 감동적이며 축제로 승화된다. 그런 비폭력 평화의 축제 같은 시위로 박근혜를 퇴진시킨다면, 민주주의를 위한 승리의 집단 경험이 적어도 한 세대, 30년은 간다. 87년 6월 항쟁의 동력이 이제 거의 소진되었는데, 박근혜가 살신성인으로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다니, 이런 것을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30년 전은 야만의 시대였다. 군인과 경찰이 인권을 유린했으며, 그에 맞선 집회와 시위도 폭력을 동반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과 그때가 다른 건 딱 그만큼이다. 박근혜가 만들어준 이번 기회를 성공적으로 이용한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 헌법 제1조의 중요성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이 나라는 왕조나 봉건제 국가가 아니다. 민주공화국이다. 박근혜가 누렸던 권력은 국민들이 그에게 위임한 것이다. 박근혜는 그 권력을 사유화하여 최태민 최순실 일가를 위해 휘둘렀다.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단죄하면서 이 땅의 주인은 한줌도 안 되는 지배계급이 아니라 국민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할 것이다.
3. 박정희 신화의 몰락
박근혜의 부패와 타락과 무개념은 그의 아버지 박정희 신화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정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기회주의자이자 독재자였고,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처참한 수준의 사람이었다. 박정희의 공과 과를 나누어 평가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런 사람들 역시 대개는 기회주의자들이다. 그렇게 따지면, 독일의 히틀러도 공과 과를 땨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가 누구를 닮아서, 어떻게 컸길래 저 지경이 되었을까? 그것은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었기에 가능한 얘기다.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 섬기는 무지한 백성들에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4. 지역감정의 완화
빌어벅을 지역감정도 역시 걸출한 독재자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의 핵심이었던 대구경북에서 박근혜가 몰락한다면 그의 아버지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지역감정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다. 이미 부산경남에서는 민주당이 약진했고, 안철수와 박지원의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했으니,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부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5. 지배계급의 균열
친일과 군부독재 세력이었던 이 땅은 지배계급은 거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재벌, 새누리당, 언론, 사법부, 고위 관료, 군부 등 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여전히 견고하게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그들의 견고한 권력에 조그만 구멍이라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들은 이번에도 적당히 꼬리를 자르고 적당히 변신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박근혜는 그들의 얼굴마담이었고, 유통기한이 다 된다면 철저히 버려질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박근혜의 타락과 부패가 그들의 권력에 균열을 내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