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훌륭한 단 하나의 이유
서영석 기자가 오랜만에 “이명박 대통령, 정말 훌륭한 분이시다”라는 칼럼을 올렸다. 그의 칼럼은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은 비판할 거리를 너무 많이 제공하시어서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의 말문을 닫게 만드는 신묘한 재주를 지녔다로 요약될 수 있다. 나는 그와는 다른 이명박 정권의 긍정적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
내가 살아오면서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을 수없이 많이 보아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처럼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은 보지 못했다. 그 자신조차도 자신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인생은 표리부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고, 국민들이 그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국민들을 새롭게 각성시키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 때는 한나라당 정권이 초래한 IMF 위기를 극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참여 정부 때는 국민의 정부 때 남발된 카드로 인한 신용 위기를 넘기느라 바빴지만, 아무도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노무현 취임 초기 배럴 당 30불 정도하던 유가가 임기가 끝나갈 무렵 100불 가까이 되었어도 아무도 물가가 오른다고 걱정하지는 않았다. 연간 5% 정도의 안정된 성장과 매년 끊임없는 흑자를 기록하였어도 수구 신문들과 한나라당은 “경제가 파탄났다”며 아우성을 쳤고, 국민들은 아무 생각없이 파탄나지도 않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이명박에게 표를 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일반 국민들은 자기 일 이외에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별 고민들이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는 뼈만 발견되어도 즉각 검역이 중단되었고, 국민들의 복지는 조금씩이라도 나날이 늘어갔으며, 물가는 안정되었고, 나라의 위상은 점점 높아졌다. 북핵 문제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전했다. 다만, 국민들은 노무현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던 수구 신문들과 주류들의 악다구니에 피로를 느꼈을 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아닌가? 정부가 제 역할을 할 때 국민들의 정치 의식과 관심도는 점점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낮아진 국민들의 정치 의식과 관심도를 불과 석달 만에 87년 6월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물론 그 댓가로 취임 100일만에 지지율 7.4%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떠안아야 했지만, 87년 6월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민주주의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 지도자가 왜 중요한지를 몸소 깨우쳐 주셨다. 이제는 식탁의 안전을 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고, 대운하를 막기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고, 의료보험을 지키기 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고, 물, 전기 등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도 촛불을 들어야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집단 경험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명박은 분명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저주에 가까운 불행이지만, 세상이 늘 그렇듯 그 안에서도 우리는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이명박 때문에 촉발된 이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진정한 정당 민주화로 전환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말할 필요도 없고, 민주당도 지금 80~90%가 쓰레기 정치인들로 가득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당원과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그런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어제도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이 꺼질까봐 특별 기자회견으로 기름부어 주시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 한 촛불이 꺼질 것 같지는 않다. 참으로 훌륭한 대통령 아닌가?
3 thoughts on “이명박 대통령이 훌륭한 단 하나의 이유”
제목만 보면 진짜 훌륭한줄 알겠네요. 이명박 대통령의 신묘한 재주에 경탄하는 사이에 나라는 파탄날 수도 있죠. 작금의 상황이 이명박 개인의 문제도, 소고기 협상이라는 하나의 문제도 아니라면 결론은 대안을 어떻게 마련하냐로 귀결되는 거라 봅니다. 님의 글도 그런 뉘앙스가 읽혀지고요. 촛불집회에 백만이 아니라 천만이 참여해도 결국 선거에 가서 또 한나라당이 당선되면 같은 결과니까요.
정작 국민들은 ‘그놈이 그놈이네’ 정치권을 싸잡아 욕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공짜 점심’은 없죠. 정치권이 그렇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겁니다. 정치인 욕만하고 선거때는 놀러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오히려 욕해야 하는 겁니다. 안그러면 우리는 문제가 생길때마다 시청에 모여 촛불로 자위하는 수준의 거리정치를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쓰레기가 가득하다는 민주당도, 다시 분열한 민노/진보당도 대안의 정체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터넷을 통한 국민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가입한 100만명의 당원이 있는 정당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한달에 당비가 1만원이면 100억이죠. 정치자금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 기반이라 커뮤니케이션도 왕성하지 않을까요? 정책 토론은 일상으로 벌어지겠죠.
사실 이런 접근은 반드시 ‘정책과 공약’으로만 대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당의 아래로부터 기인하는 문화와, 이색적인 아이디어, 리더들의 이미지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 거죠. 아쉽게도 기존 정당들이 이런 승리의 방법을 획득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그들이 못하면 아고라나, 카페의 운영자에게 기대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죠.
우자 님 / 저하고 생각이 거의 같으시군요. 다만, 쓰레기 민주당이나 현재의 민노/진보당이라는 그릇으로는 국민의 염원을 담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정당이 출현해야 하고 그것은 인터넷과 무선 통신과 같은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당원들은 당비를 납부하고 당원의 민주적 권리를 가진 진성당원들이어야 하겠지요. 그 정당의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 등도 직접 선출해야 합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조금씩 확장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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