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4월의 끝자락에서 봄은 벌써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흐드러질 수 없을 정도로 꽃들은 지천으로 피었고, 나뭇가지마다 연한 풀빛의 새순이 돋았다. 하늘은 맑고 높았고, 따사로운 햇볕 속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었다. 그 상쾌하고 아련한 봄날에 한적한 길을 걸으며 숨을 깊이 들이키니, 짙은 봄기운이 온몸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 봄을 만끽하려는 순간 봄은 저만치 물러가 버리고 어느덧 여름 냄새가 다가왔다. 봄은 무심히도 그렇게 가버렸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슬픈 봄날은 이다지도 쉽게 가버렸다.
이런 날은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들어야만 한다. 듣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봄날은 그렇게 갔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랑도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김윤아, 봄날은 간다>
One thought on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어떤 우주의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블로그에 이 글을 올리고 시집을 하나 펼쳐 들었다. 이병률의 “바람의 사생활”. 이병률은 흔히 이별의 시인아라 불릴만큼 헤어짐을 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병률이 쓴 ‘당신이라는 제국’은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에 깊이 어울린다. 하여 이병률의 시를 여기에 옮겨 본다. 헤어짐과 봄날과 사랑과 기억과 노래와 시가 우주의 어느 인연으로 소요유 블로그에서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