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너의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 장미와 함께 한 시간때문이라고. 여우가 한 말은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어린왕자와 그 장미가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같이 보내도록 운명지워졌다는 것.
나는 남녀의 사랑과 결혼에 관해서는 운명론자다. 그 무수한 가능성과 확률을 뚫고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평생을 같이한다는 것은 “운명” 말고 다른 것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한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미리 결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내와 결혼을 한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는 무슨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지만, 10년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감개무량함을 감출 수 없다. 돌아보면, 살과 같이 흐른 지난 세월이 마치 꿈만 같다. 우리는 그 세월을 별 탈없이 살아왔다. 딸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우리들은 어느덧 학부형이 되었다. 재기발랄하고 풋풋했던 20대는 아니지만, 이제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중년은 소중하다.
아내가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결혼 초였던가. 공원 벤치에 앉아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단팥빵을 나누어 먹었던 일. 그러면서 우리는 늙어서도 이런 부부가 되자고 얘기했었던 일. 우리는 노인이 되어서도 그런 부부가 될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내는 나에게 까불까불 할 것이고, 할아버지가 된 나는 아내의 그런 쾌활함을 즐길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팥빵을 나누어 먹을 것이다.
아내와 나의 사랑이 10년이라는 나이테를 둘러 꽤나 틈실해졌다. 이제 예전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하더라도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그런 성숙함과 중후함이 보인다. 그렇다.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시간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았다.
(아내가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아내처럼 예쁘고 현명한 여자와 평생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내를 닮은 예쁘고 똘똘한 딸을 얻었으니 말이다.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잘 살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고 되도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렇게 살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지 우리는 지난 10년을 함께 배워왔다.
결혼 10주년에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아내가 늘 듣고 싶어하던 노래. 아내는 윤도현보다도 내가 더 이 노래를 잘 한다고 얘기했었지. 사실일 것이다. 내겐 너무 소중한 아내, 내겐 너무 행복한 당신. 앞으로의 10년은 더 행복한 시간이 될거야. 그렇지?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주는 너
은은한 달빛 따라 너의 모습 사라지고
홀로 남은 골목길엔 수줍은 내 마음만나의 아픔을 가만히 안아주는 너
눈물 흘린 시간 뒤엔 언제나 네가 있어
상처받은 내 영혼에 따뜻한 네 손길만처음엔 그냥 친군 줄만 알았어
아무 색깔 없이 언제나 영원하길
또 다시 사랑이라 부르진 않아
아무 아픔 없이 너만은 행복하길
워우워우 예~~~널 만나면 말 없이 있어도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했던 거야
널 만나면 순수한 네 모습에
철없는 아이처럼 잊었던 거야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행복한 너<윤도현 밴드, 사랑 Two>
7 thoughts on “아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제가 부르면 노래를 망치니 대신 이메일로 링크를 보냈습니다..
결혼 10주년을 (멀리서도) 축하드립니다. 사랑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10년, 20년도 늘 결혼 초의 ‘단팥빵’ 다짐, 그리고 오늘의 되새김처럼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아거 님이 제 이메일을 아시나요? 모르실텐데요. 링크를 댓글로 주시거나 트랙백으로 남겨주시면 안될까요?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하군요. ^^
CeeKay 님 / 감사합니다. 사랑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씀 120% 동의합니다.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 종교의 가르침이 “사랑”인 것을 보면, 결국 우리들 삶의 궁극적 목표와 자세는 사랑일 겁니다. 그 사랑을 통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구요. CeeKay 님도 행복하십시오.
댓글에 오해가 있었군요. 전 아내에게 노래를 해 줄 만큼 노래 실력이 안되, 링크해주신 윤도현의 유튜브 비디오를 이메일 링크로 아내에게 보냈습니다.. ^ ^
아거 님 /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첫번째 댓글에서 목적어를 생략하시니, 저한테 어떤 링크를 보내시는 줄 알고, ㅎㅎㅎ. 직접 부르시면 더 좋아하실 겁니다. 😉
제 노래방 18번 중 하나입니다. 18번에 대한 썰렁한 유머하나 소개할께요. 🙂 (http://www.soandso.net/blog/ar.....00117.html)
SoandSo 님 /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18번으로 하시다니. 한 노래 하시는군요. 저도 그 노래를 참 좋아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없더군요. 윤도현 노래는 그에 비하면 좀 쉬운 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