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7] 장미의 계곡
카미노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나바라 왕국으로 향했다. 산을 계속 오르니 안개가 점점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순례자들을 따라 구름도 피레네를 넘고 있었다. 롤랑의 샘을 지나면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이 나온다. 여기부터 나바라 왕국(스페인 북부)의 땅이라는 표지가 없었다면 아무도 국경인 줄 알 수 없는 그 평화가 부러웠다.
해발 1400m가 넘는 레푀데르 언덕에 도착하니, 눈 앞에 구름바다가 펼쳐졌다. 지친 순례자들이 물을 마시며 한숨 돌리는 곳이다. 저 아래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뻗어 있다.
론세스바예스. 장미의 계곡. 롤랑과 그의 부하들이 죽은 후, 샤를마뉴가 적군과 아군의 시체를 구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아군 시체의 입에서 장미가 피었다는 전설을 지닌 그곳. 피레네를 넘은 카미노의 스페인 첫마을. 그곳에서 롤랑의 노래와 전설을 만났다.
오리송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는 17Km, 약 5시간이 걸렸다. 새로 단장한 알베르게가 깨끗했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관광안내원을 따라 성당과 박물관을 한바퀴 돌았다. 저녁을 먹고 미사에 참석했는데, 스페인 신부가 한국말을 비롯한 각국의 언어로 순례자들의 평안을 기도했다.
한여름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쌀쌀했다. 론세스바예스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