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6] 무산몽환(霧山夢幻)

[산티아고 순례길 6] 무산몽환(霧山夢幻)

오리송 산장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카미노는 안개 속에 사라졌다. 꿈결에 빗소리를 들었다. 아침에 보니 어제 그 청명했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산은 안개와 구름으로 덮혀 있었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안개 속에 사라진 카미노는 이미 이 세상 길이 아니었다.

이슬비와 안개와 구름으로 가득한 꿈같은 길. 그 길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순례자들. 안개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와 소들.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산티아고로 향했던 카미노는 이제 다른 세상에 닿아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삶이란 안개 속의 카미노와 같은 것.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지만, 저 안개 너머에 무지개가 있을 거라 기대하며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가는 것.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온몸을 전율하는 것. 무산몽환(霧山夢幻).

피레네 산맥의 안개 속 카미노를 걸으면서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삶과 죽음은 본래 하나다.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과 같이 늘 같이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 죽음이 삶을 가치있게 한다는 역설. 안개 속 카미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워 나갔다.

안개 속의 카미노
안개 속의 카미노
소와 자전거
소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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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
양치기와 개
양치기와 개
카페 앞의 순례자들
카페 앞의 순례자들
숲 속의 안개
숲 속의 안개
안개 속으로 사라진 길
안개 속으로 사라진 길
론세스바예스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론세스바예스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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