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왜 나쁠까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이라는 책은 아주 선명하게 신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주류가 되어 버린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어떤 모순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황당한 이데올로기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을 속이고 있는지를 풍부한 증거로써 신랄하게 반박하고 있다.
나는 이런 류의 선명한 책들을 좋아한다. 주장이 명쾌할 뿐만 아니라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수많은 논거들이 일관성이 있으며, 논리적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핵심을 찌르고 있고, 적당히 양다리를 걸치지 않는다. 아마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하거나 추종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이 책에 대해 논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 3페이지에서 “개명된 이기주의에 대한 호소”를 통해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설득하자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이것은 저자 장하준의 한계를 드러내 놓은 대목이기도 하거니와 상당히 순진한 주장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그런 식의 호소로 설득될 사람들이라면 사실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진짜 나쁜 이유는 그들도 알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 속성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한정된 자원 속에서 무한의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근본 모순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한계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고, 지능을 가진 인간들이라면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낼 것이다.
문제는 그 한계에 봉착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더 많이 고통 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지지 못한 자들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
One thought on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왜 나쁠까”
제 생각엔 장교수의 논리가 더 허술해 보이는걸요?
일단 당장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장교수가 신자유주의와 국가주의(nationalism)을 혼동하고 있다는겁니다.
강대국들의 그런 비겁한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왜 신자유주의라는 체제에 있습니까? 신자유주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약소국에게 무역강압을 넣는 근거는 (자국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인) 국가주의에 있지 신자유주의에 있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걸 신자유주의라 한다면 그건 반쪽짜리입니다. 진정한 신자유주의는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간에 세계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것을 지칭해야 마땅합니다. 강대국의 보호무역은 전혀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한에서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무역압박은 신자유주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주의에 의해 합리화되는것입니다.
여전히 개념을 정밀하게 사용하지 못하는걸 보니..역시 그 책의 저자나..그 책을 읽고 맞짱구를 치는 사람들이나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블로그를 보니..예전에 제가 왔던 곳이군요…뭐 아무튼 다시보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