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와 에비앙 생수
너무 오래된 일이라 언제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한 30년 전쯤 될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석유가 많이 나는 중동에서는 물이 없어 외국에서 물을 사다 먹는단다.” 이 말에 우리 모두는 깔깔대고 웃었다.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물을 외국에서 사다 먹는다”라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금수강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석유는 나지 않지만 산 좋고 물 좋은 그래서 축복받은 땅이 한반도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의 기억이 또렷히 되살아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동 사람들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들은 물이 없어 외국에서 물을 사다 먹었지만, 우리는 멀쩡한 물을 파헤쳐 못먹게 만들고, 외국에서 물을 사다 먹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한반도대운하 TF에서는 팔당댐 등에서 식수를 길어올리는 직접취수 방식을 지하수에서 식수를 공급하는 간접취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 본격 시동, 한국경제]
한 10년 후쯤 중동의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배울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은 석유도 안나는 나라가 물을 외국에서 사다 먹고 있다. 한 때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물이 좋은 나라였는데, 그 좋은 물을 다 못먹게 만들었단다.” 중동의 어린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훗날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경제가 좋아지면 에비앙 생수를 사다 먹으면 그만이라고 얘기할 것인가? 에비앙 생수는 1리터에 2000원 정도하는 물이니 기름값보다 훨씬 비싸다고 해야 하나? 기름값이 비싸다고 세금을 내려달라는 국민들은 나중에 물값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까?
나는 30여년 전 중동의 어린이들에게 미안하고, 나는 나의 자식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7 thoughts on “경부운하와 에비앙 생수”
정말 답답합니다.
말씀처럼 환경이란 것은 잠시 빌려서 쓰는 것인데…
이런 마구잡이 개발논리 때문에 나중에 고통받을(지도 모를) 아이들, 후손들에게 뭐라 해야 할는지요.
저도 같습니다. 코미디 프로였는데 물을 사먹고 공기도 사먹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우리가 그 풍자 대상이 되었지만요.
이명박이 대또랑 공사를 바로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하루 종일 우울합니다. 또 건축만이 살길로 아는 단순무식한 사람들이 5년을 통치한다는 생각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