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블로거의 2007년
며칠째 겨울비가 내려 쌓인 눈을 모두 녹였다. 나를 비롯한 인간들이 싸질러놓은 오물로 어머니 대지는 확실히 더워지고 있다. 나 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한테 따뜻한 겨울은 축복일 수 있겠으나, 이것을 온전히 달가워할 수만은 없는 슬픈 겨울이다.
2007년 한해가 간다. 시간의 연속성으로만 본다면야 오늘 뜨는 해와 내일 뜨는 해가 다르지 않겠지만, 그 시간을 마디마디 끊어서 새로운 숫자를 부여하는 인간들의 행위는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라도 해야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자기 삶의 궤적을 돌아볼 것이 아닌가.
7년만의 귀환이었다. 객지를 떠돌다 돌아온 나에게 한반도는 적당히 낯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안식처를 제공하였다. 지난 7년 동안 심신이 피로하였으나, 2007년은 그 피로를 어느 정도 덜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개인적인 성취와 보람도 있었으며, 늘 그렇듯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다. 올해도 나는 운이 좋았다.
처음으로 블로거로서 온전한 한해를 보낸 나는 이제 갓 초보 딱지를 뗀 운전자의 모습이었다. 돌아보면 내 주장의 과잉에 종종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좀 더 따뜻한 글들을 많이 써볼껄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2007년 순간순간의 내 모습이었기에, 훗날 이 글들을 되돌아보면서 2007년을 추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만으로도 이 블로그는 참으로 게으른 나에게 의미가 있다.
보잘 것 없는 글에 이름모를 많은 분들의 성원이 있었다. 그분들의 댓글로 이 블로그는 숨을 쉴 수 있었다. 밀실에 유폐되지 않은 채 광장과 나름대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블로그를 찾아와서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의 관심 덕분이었다.
2008년이 더 나은 한 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봐선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때문에) 감히 “더 행복하세요”라고 빈말이라도 기원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해인사 한마디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십시오. 살아보니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더이다. 몸도 건강하고 그리고 생각도 건강한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견뎌야할 시간들이 우리들이 예상한 것보다 쉽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7 thoughts on “게으른 블로거의 2007년”
soyoyoo님도 더욱 행복한 새해 되세요,,^^
우리들이 견뎌야할 시간들은 결코 쉽게 지나갈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이 우리들의 예상보다 쉽게 지나가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만은
세상을 아름답게 비춥니다…
2008년에도 거침없는 건필 기대합니다. : )
저는 아직 외국에 계신줄 알았는데.. 한국에 돌아오셨군요. ^ ^;;
(제가 소요유님 글을 너무 띄엄띄엄 읽었나봅니다. 민망하네요. )
언제 시간과 마음이 허락하시면 오프에서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 유념하시구요.
따뜻한 글도 많이 써주세요. ^ ^
예 마지막 말씀은 정말 정말 가슴에 박혀 옵니다. 저도 2007년 건강이 많이 안 좋았었죠
지금도 아직 진행 중이지만..건강이 최고 인 듯 합니다.
소요유님께서도 건강하시길….^_^
로망롤랑 님, 민노씨 님, 까칠맨 님 /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