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조우하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돌고래는 지구별에서 두 번째로 지능이 높은 생명체인데(인간은 세 번째), 이 돌고래들이 지구별의 파멸을 예견하고 공중제비를 돌며 인간들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인간들은 돌고래들의 이러한 행동을 장난으로만 받아들였고, 결국 돌고래들은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라는 말을 남기고 모두 지구별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지구별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돌고래들을 뉴질랜드 북부 해안의 다도해(Bay of Islands)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일주일 내내 비바람으로 12월의 여름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그날은 모처럼 날이 개고 화창했다. 선장은 날씨가 좋아 돌고래를 볼 수 있을 거라 얘기했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아침 나절에 나갔던 유람선 승객들은 돌고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며 투덜거렸다.
배가 Assassination Cove에 다다르자, 어디선가 돌고래 수십 마리가 쏜살같이 헤엄쳐왔다. 그 중 몇몇은 시키지도 않은 점프와 공중제비를 돌면서 여전히 지구별의 종말(?)을 경고했다. 그들은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했고, 인간들은 여전히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유람선 창문을 손톱으로 두드리자 바다 밑에 숨어 있던 돌고래들이 바로 눈 앞에 나타났다. 살아 생전에 그 녀석들과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그렇게 만나게 될 줄도 몰랐고, 그렇게 교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뉴질랜드의 하늘은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얇다. 그야말로 햇볕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그날은 운이 몹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