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지만, 죽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죽는 날까지 먼저 간 자식을 잊지 못한다.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피눈물을 어찌할 수 없다.
자식의 시신 수습이 유일한 희망이 된 부모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무심한 바다만 바라볼 뿐이다. 차라리 꿈이기를, 악몽이기를 수천 번 수만 번 기도했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달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뿐이지만, 어떤 종교의 신도 응답하지 않았다. 깊고 깊은 슬픔은 그렇게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고, 먼저 간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자식을 잃은 그들을 위로하고 싶지만,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다. 그 아픔은 잊혀지지도,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 옆을 지켜주는 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김광석의 노래를 요즘처럼 아프게 들은 적도 없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그렇듯 사랑했던 것만으로
그렇듯 아파해야 했던 것만으로
그 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 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들<김광석, 그날들>
3 thoughts on “잊어야 한다면”
가끔이나마 올리시는 글 접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위안은 됩니다.
얼마 안있으면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지도 딱 5년이 되는군요.
그 동안 이 나라는 미치광이들에 의해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혀졌는지 돌이켜보는 것 조차 끔찍하네요.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기에…
노무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의인들을 죽여 왔던 이 나라 국민들은 그 응당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죽인 당사자들의 댓가가 우리 후대도 떠 안아야 한다는 점이 가슴 아프네요.
위안이 되신다니 고맙습니다.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연기 법칙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니 그 댓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요. 어쩌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 정도인 것을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무탈하십시오.
니체가 말했다.
잊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