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비루한 아침
뒷골목에서 지릿한 오줌 냄새가 나고, 신문 쪼가리들이 바람에 날렸다. 비둘기들은 사람들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뭔가를 쪼아 먹고 있었다.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은 청소부는 느릿느릿 빗자루를 움직였고, 집없는 사람들은 웅크리고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사이로 관광객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끊임없이 가고, 노란색 택시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사람들 사이를 헤쳐갔다. 사람들은 신호보다 먼저 거리를 건넜고, 차들은 신호가 바뀌어도 사거리를 지났다. 지극히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무질서했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목적에 아주 충실했다. 사실은 엄청난 질서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 밤에도 오페라의 유령은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유혹했을 것이다. 타임 스퀘어 그 번쩍이는 광고판앞에서 벌거벗은 카우보이와 사진을 찍으려는 여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아침부터 담배를 피는 여자들은 꽁초를 아무데나 버렸다. 그들은 멋진 썬글라스로 얼굴을 가렸고, 꽉 끼는 바지는 둔부의 윤곽을 드러냈다.
근처 스타벅스 커피점에는 커피와 베이글을 사려는 뉴요커들로 붐볐다. 커피 냄새가 오줌 냄새와 섞였다. 그 냄새는 신문지의 잉크 냄새와 다시 섞였고, 버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냄새와 섞였다.
몇몇은 그 거리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몇몇은 택시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경찰들과 소방차들은 싸이렌을 울리며 지나갔다. 뉴욕의 아침은 늘 그렇듯 소란스러웠다.
허드슨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에 있는 이 작은 섬 맨하탄은 백인들이 인디언들에게서 단돈 24달러에 산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이 약 400년 전의 일이다. 24달러 짜리 섬은 수많은 사람들과 빌딩들과 차들로 붐볐고, 세계 돈의 중심이 되었다.
사람들은 뉴욕이 가장 매력적인 도시라 하지만 그 매력을 발견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자연이 유폐되어 있는 자본의 중심에서 어떤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숨을 쉬기엔 태양이 너무 뜨거웠다. 뉴욕의 6월은 너무 뜨거웠다.
2 thoughts on “뉴욕의 비루한 아침”
자연과 인간의 창작물이 가져다 주는 확연힌 차이와,
감정의 샘까지 말라버린 미래도시는 결국 삶의 근원적 의미마저
앗아 버린다는 의미를 암시해 주는군요.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 처럼 삶의 기술만이 존재하는
빛바랜 도시인의 일상을 가슴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답니다.
상대적 가벼움과 빠름만을 지상의 가치척도로 여기는,
결국 자원의 소비와 반목의 경쟁만을 을 촉발시키고야 마는
자본주의 방식의 한계성을 도심의 거리를 통해 잘 투영시킨 듯 합니다.
시간적 연속성이 관계 있는 듯한
이쁜 따님과의 석별에서 오는 공허함이
회색 도심의 거리와 중첩 되면서 애수의 절절함으로 점철 된 느낌을
또한 받는답니다.
(전 대학생 아들 하나여서 그 애틋함이 좀 덜했음에도 ㅎㅎㅎ)
소요유님의 아름다운 심성과 훌륭한 표현의 재능이 만들어내는
글의 강열한 느낌에 빠져 몇번이나 더 읽었답니다.
잘 읽었습니다.
pine 님의 댓글은 언제나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에 너무 과분한 댓글을 주시니 어디다 몸을 둬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pine 님이 짐작하셨듯이 지난 달에 딸아이가 있는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늘 같이 있다가 이제는 몇 달에 한 번 볼까말까 하니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자식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하구요.
pine 님께서도 블로그나 홈페이지가 있으시면 좀 일러 주십시오. 저도 pine 님의 글을 읽어 보고 싶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뭔가 통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면 참으로 행복하답니다.
다음 번에 들르실 때는 꼭 인터넷 거처를 남겨 주실 거죠?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