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없는 안철수
이명박의 극악스런 사기질에 학을 뗀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안철수에 눈이 멀었다. 특히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안철수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안철수의 언행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그는 결코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말로는 역사의식이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는 이 나라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말로는 정치혁신을 얘기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정치혁신이 무엇인지 얘기하지 않는다. 안철수는 정치혁신은 고사하고, 정권교체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 시종일관 외면하고 있다.
안철수가 정치지도자가 될 수 없는 이유, 아니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첫째 그는 색깔이 없다. 모호하다. 선명하지 않다. 도대체 누구 편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언뜻 보면 야권 후보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 민주당과 비슷한 노선인 것처럼 말은 하지만, 새누리당과도 같이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민중의 편인 듯 하지만, 사실은 특권층에 공고히 발을 딛고 있다.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자신의 정치 철학과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인데, 안철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손석희의 말처럼 “정치인은 메세지를 투명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는 늘 연막을 친다. 조금만 난처한 질문을 대하면 “국민이 판단”할 거라고 슬쩍 비켜 나간다. 사실 이런 사람이 제일 위험한 법이다. 냄새는 그럴 듯 하게 풍기지만, 결국에는 뒷통수를 치는 스타일이다.
둘째 안철수는 경험이 없다. 실패해 본 경험이 없고, 절망해 본 경험이 없다. 남을 위해 싸워본 경험도 없고, 공적인 일을 해 본 경험도 없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기업을 세워 성공했지만, 그것만을 가지고는 정치지도자가 될 수 없다. 그가 정치를 할 생각이 있었으면, 지난 총선에 출마했어야 했다.
유시민의 표현을 빌자면, “정치는 야수의 탐욕과 싸우기 위해 짐승의 비천함을 겪으면서 성인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안철수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야수의 탐욕과도 싸우려 하지 않고, 오로지 성인의 고귀함을 말로만 추구하고 있다. 안철수가 주장하는 무소속 대통령은 본인조차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투쟁”이다.
셋째, 안철수는 정치인으로서의 내용이 없다. 알맹이가 없다. 공허하다. 그의 대선출마선언문, 비전선언문 모두 읽어 보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정치혁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좋은 말들일 뿐이다. 단일화의 조건으로 민주당에 요구한 정치혁신 또한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정치혁신을 해야만 단일화 협상에 응할 것인지 며느리도 모른다.
말이 힘을 가지려면 그것이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는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없다. 그의 정치적 언술은 내용도 없지만 그의 행동과도 맞지 않는다. 물론, 그가 정치인이 아니었기에 실천을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그가 출마선언을 하고 보여 준 박정희 참배, 국회의원 철새 만들어 빼오기 등은 결코 정치혁신이 아니다.
넷째, 이명박 비판이 없다. 노무현을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이명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그가 미래기획위원으로서 이명박 정권에 부역했다는 사실도 얘기하지도 않는다. 노무현에 대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빈부격차의 심화는 굉장히 큰 과”라고 또렷히 얘기하는 사람이 이명박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재벌의 경제력 심화와 빈부격차로 말하자면 이명박을 당해낼 사람이 없는데, 혹시 이명박이 두려워서 말을 못하는 것일까?
이런 네 가지가 없는 안철수의 언행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안철수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설령 단일화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안철수로의 단일화지, 문재인으로의 단일화는 아니다. 따라서, 안철수는 야권 후보가 아니다. 안철수는 오히려 (이명박을 포함한) 이 나라의 기득권층이 내놓을 수 있는 (박근혜보다도 훨씬 더) 매력적인 후보일 확률이 높다.
계산은 이미 끝났다. 안철수 입장에서 이번 대선출마와 완주는 전혀 밑질 것 없는 장사다. 다만 정권교체를 우선으로 바라는 사람들은 앞으로 전개될 답답한 상황 하에서 적어도 안철수를 지지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thoughts on “네 가지 없는 안철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꼭 집어서 해주셨습니다. 소요유님 의견에 덧붙입니다.
안철수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맨탈리티는 5년전 이명박이 우리를 잘 살게 해줄 것이라고 앞뒤 안가리고 지지하던 사람들의 맨탈리티와 똑같이 닮아있습니다. 안철수는 선하고 착하니까 상식선에서 나라를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믿음만을 가지고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이냐 안철수냐 대상만 다를 뿐이지 그 기본 바탕은 너무나도 닮아있습니다.
게다가 안철수 자체는 박근혜와 똑같은 화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루뭉수리하고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늘 진리가 되기에 절대 참과 거짓을 판별하기 힘든 말들만 내뱉고 있습니다. 그나마 세상에 내놓은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것도 선문답같은 말들만 가득합니다. 이것이 저를 굉장히 불편하게 해왔고 이제 모든 기대를 내려놓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힐링캠프 기사를 봤는데, 안철수가 작가에게 내건 요구조건중에 하나가 박근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를 기사에서 읽을 당시 저는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는 손을 잡았지요. 미래기획 자문을 맡아서. 이 사람의 본질과 정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가 단일화 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서 이겨내는 게 최선이 될 것 같습니다. 안철수와 민주당이 손을 잡아서 결국에 좋아질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도 단일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대안을 신중히 검토하길 바랍니다. 안철수가 정치경험도 없이 어떤 정치적 성과조차 심지어 미래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지난 몇년간 미디어에 나와서 나 이렇게 살았다 종종 이야기하고서 대통령이 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악몽같은 일입니다. 저는 사실 모욕을 당한 기분마저 듭니다. 안철수가 국민을 뭐로 알고 이렇게 쉽게 대통령 자리를 거져먹으려고 드는 걸까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고맙습니다.
안철수는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입니다. 정권교체와 단일화는 이 사람 머리 속에 없습니다. 이 사람의 목표는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여 박근혜를 당선시키든, 아니면 문재인과 민주당을 무장해제시키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든 둘 중 하나입니다.
문재인이 3자 대결에서 이기는 것만이 최선입니다. 이명박을 뽑은 국민들이 안철수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을지 그것이 문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