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타락한 이유
짜장면을 먹어보면 중국음식점의 요리 솜씨를 가늠할 수 있다. 짜장면은 가장 값싼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 중국집을 대표하는 기본 음식이기 때문이다. 짜장면을 잘 하는 집은 다른 음식들도 대개 잘 한다고 보면 틀림없고, 그 음식점을 신뢰할 수 있는 가장 기본 지표이다.
기자실 통폐합 방안과 관련한 대통령과 언론인들의 토론은 사실 볼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분도 논리도 없는 언론인들이 토론의 달인이라 불리는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할까 하는 점이 궁금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토론을 보았다. 역시 언론인들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언론탄압, 언론통제 등의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언론들은 토론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패널로 나왔던 언론단체장들도 정부의 방안에 대해 취지는 공감한다는 투의 주장으로 토론을 맥빠지게 했다.
패널 중에 관심의 대상은 오마이뉴스의 대표 오연호였다. 그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표제로 성공한 인터넷 언론의 대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진취적인 언론관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했고, 최근 나는 “한국 언론의 타락, 오마이뉴스의 경우”라는 글을 썼기에 오마이뉴스의 변화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가재는 게편이었다.
그가 보인 토론의 자세나 주장은 왜 오마이뉴스가 그런 함량 미달 기사로 도배될 수 없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가 대통령에게 보인 무례는 차치하고라도 그는 기존 언론들의 보도 내용과 태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다. 그 저렴함의 극치는 “언론 기사의 품질은 기자나 편집데스크에 맡길 일이지, 대통령이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언급에서 드러났다.
나는 그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의 언급은 언론이 특권층이라는 사실을 다시 반증하는 것이다. 기업이 만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소비자들이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생산하는 모든 기사와 보도 내용의 최종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취재원이자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의 품질을 얘기했지만, 오마이뉴스의 대표는 그 품질의 검증은 언론사에 맡기라고 기염을 토한 것이다.
오마이뉴스 대표의 인식이 이 정도로라면 새로운 언론의 지평을 열었다는 오마이뉴스의 실험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여 성공시킨 것은 칭찬받을 만하지만, 그 내용과 그것을 채워나가는 사람들의 정신이 기존의 언론과 다르지 않다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특권과 오만에 사로잡힌 한국 언론의 문제를 오마이뉴스의 대표조차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언론이 얼마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위기에 빠져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짜장면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중국집이 인정받을 수 없듯이, 받아쓰기조차 제대로 못하는 기자와 언론은 도태되어야 한다. 기사 품질의 평가는 언론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류 인터넷 매체 대표의 말에서 나는 짜장면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중국 음식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어느 중국집 주인의 기름진 얼굴을 발견한다.
오마이뉴스의 미래는 앞으로도 쭉 어두울 것 같다.
9 thoughts on “오마이뉴스가 타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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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봤습니다.
직접보지는 못하고 기사로만 봤지만, 개그가 따로 없었던거 같더군요.
자기네들도 국민앞에서 1 1=3이다라고 외칠자신은 없었는지,
깨갱하는 모습이 참.. 암담한거 같던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연호나 인터넷기자협회장이란 사람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소인배였습니다. 모든 언론개혁을 외치다가 국정브리핑의 오보를 다시 언급하는 이준희라든가, 브리핑룸 공사를 할것인지,말것인지 묻는 오연호라든가 수준및 함량미달자임에는 분명하더군요. 역설적으로 참여정부에서 인터넷의 위상을 한껏 올려주고 취재환경도 조성해줬는데 그들은 최소한의 고마움도 모르는 너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참담하게 저질스러움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천박한 앞잡이들을 내세운 언론 자본의 음흉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습은 한국인터넷뉴스의 수준입니다. 시민기자란 것은 함량미달의 글과 얕은 인식을 이르는 말이고, 그 사주 오연호의 모습은 그런 시민기자들을 자기 권력의 밑받침으로 해서 기존 종이신문사 사장과 같은 힘을 발휘해보고 싶다는 거지요. 아무리 시민기자들이 나서면 뭐하게요. 예전보다 강화된 오마이뉴스의 편집권이 필요한 기사들만 취하고 있으니 종이신문과 다른 건 종이가 아니다밖에는 없어요.
조중동은 워낙 그렇다 치고(최소한 이들은 막무가내 우기기지만 일관성이라도 있습니다) 요즈음 한겨레와 경향, 오마이뉴스를 보면 기회주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세상을 보는 눈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으면서 대통령이 권력의 핵이라느니, 그래서 비판하고 반대해야 한다느니 하는 저열한, 개그야의 말을 빌리면 머리가 독재시대 이후 개학을 못한 부류들이 이런 신문 만드는 떨거지들의 인식일 겁니다. 이미 대통령도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는데, 신문사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권력은 신문사주겠죠. 그만한 인식도 없이, 신문을 만드는 기자들은 수준미달이고, 그걸 알고 사주의 입맛에 맞게 짖어대는 것들은 영악한 출세주의자들이지 원래 의미의 기자는 아니겠죠.
대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를 포함한 시민들은 속고만 있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기에 동조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조중동이나 오마이한겨레뉴스가 설쳐대는 거죠. 어느 시인이 ‘뜯어 먹기 좋은 빵’이라 했는데 딱, 대통령입니다. 분명히 대중들은 그럴 겁니다. 내년 이맘 때 쯤 되어서 “그때가 좋았어” 하며 한박자 늦게 노무현을 찬양하겠죠. 자신을 반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느 누가 대중들은, 민중들은, 국민들은, 시민들은 반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좋은 말로 구조적 모순의 피해자로 하면 다 넘어갑니다. 이제 그 잘난 민중들도, 대중들도, 시민들도, 국민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한국언론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인 나라에서 그런 말을 듣고 ‘쪽 팔려’ 하지 않으면 정말 조중동 ‘또라이’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한국 민중들이 독재는 극복했을지 모르겠지만 후회의 반복에서는 못 벗어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후회할 짓을 뻔히 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모르고 있는 겁니다. 길어야 일년 뒤에는 후회할 짓을 하면서도…
후와… 저도 “언론 기사의 품질은 기자나 편집데스크에 맡길 일이지, 대통령이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할때 아니 뭐저런 싸가지가 있나 생각했는데…기사의 품질은 독자가 평가하고 피드백을 줘야지..떠 먹여주는 밥 양잿물도 퍼먹어야 하나…참나…좃중동이 그 소리했으면… 그래.. 니가 일관성이라도 있구나 할텐데.. 이건뭐..
정말 공감 가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잘읽고갑니다, 오마이 오마이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