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TA로 확실해진 것 한 가지
한미FTA 문제로 확실해진 것은 우리나라 좌파라 일컬어지는 민노당과 오마이뉴스 등이 결코 진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정치적 지향이 좌파일지 몰라도, 그들의 행동은 수구인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와 하나 다를 것이 없었다. 즉 민노당은 한나라당의 좌파 버전이고, 오마이뉴스는 조선일보의 좌파 버전이란 말이다.
한미FTA 반대할 수 있고, 그 결과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FTA 반대와 저지가 절대선이 되어 근거없이 비난하고,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어떤 것이 잘 되고, 어떤 것이 손해인지를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럴만한 시간이 있고, 능력이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찬성을 할 수도 있고, 반대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제밤 100분 토론에서 민노당 국회의원 노회찬과 한신대 교수 이해영이 보인 부실한 논리는 지금 FTA 반대파들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거지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FTA를 추진한 정부와 협상단의 논리와 협상 결과를 인정할 건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보완이 안된다면 국회 비준을 반대할 것인지 차분하게 생각하고 토론하며 그 후에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다.
일단 FTA는 악이며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상정해 놓고는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언제나 퍼주기라고 트집잡는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FTA와 같은 사안은 여러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재단하기가 쉽지 않다. 찬성도 있을 수 있고, 반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동안 참여정부 아래에서 우리나라 민노당을 비롯한 좌파들이 이끌어왔던 여러 가지 운동들 중 제대로 성공한 것이 거의 없는 이유도 FTA문제와 마찬가지다. 결론을 이미 정해 놓고, 그것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부안 방폐장 문제, 새만금, 평택 미군기지 문제, 그리고 작금의 FTA까지 그들은 현실에 기반하지도 않았고,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그들의 지향을 이해하지만, 그들이 지금 보이는 행위는 진보의 것이 아니다. 낡았다. 민노당이 지금과 같은 행위를 계속한다면 아마 다음에는 원내 진출조차 어려울 것 같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이 그렇게 만만한 것도 아니다. 반대를 하려면 최소한 대통령과 협상단의 논리를 이길 수 있도록 공부하고, 대안을 제시하라. 그리하여 농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좌파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수구 좌파라면 차라리 좌파 안 하는 것이 낫다.
6 thoughts on “이번 FTA로 확실해진 것 한 가지”
어제 100분 토론을 못 봤는데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추측이 가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헌데 이메일 안넣으면 댓글이 안되고, 한메일 넣어도 댓글이 안 붙네요^^;;)
누구든 자기 심판은 자기가 하고 다닙니다. 그들의 속셈이 마치 햇빛처럼 누구에게나 명확히 보이는 날이 옵니다. 지금 대다수가 조중동문의 속셈과 하는 짓거리의 수순까지 다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네티즌과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쌩가도 될 것처럼 미약해 보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상전벽해가 되어 있음을 보고서 짐짓 놀라는 모습을 할 놈들입니다. 오마이, 엠비씨, 경향 — 얘네들 거들떠 보지도 않은 게 바른 선택이었음을 요새 확인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맘님, 고맙습니다.
이메일은 넣으셔야 할 거구요. 한메일이 안 되는 건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
미리내님, 댓글도 감사드립니다.
저도 한 때는 이념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법은 생까고 (!!!) 정X근이 발의한 한나라 버전 국민연금안을 공동 발의했다는 것은 민노당의 정체성이 심각한 수준임을 반증하더군요.
대체 민노당의 색깔은 이제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왠지 우리나라 좌파들은 시대를 거쳐오면서 점점 더 무식(?)해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을 위해 대신 머리깍고 피흘리는 용기만이 강조되고, 1개를 얻기 위해 2개를 억지로 주장하고 협상하는 어거지만 늘어난거 같습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는데, 우파들만 변하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안바뀌니….한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