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죽으면 나타나는 징후들
파울로 코엘료는 그의 첫번째 소설 <순례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 중 가장 바빠 보였던 사람조차 무엇이든 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 피곤하다고 말하고, 정작 자신들이 하는 게 거의 없음을 깨닫지 못하면서 하루가 너무 짧다고 끊임없이 불평을 하지요.
꿈들이 죽어가는 두번째 징후는,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확신입니다.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스스로 현명하고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여깁니다.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속에 안주하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그 세번째 징후는 평화입니다. 삶이 안온한 일요일 한낮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구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고는 우리는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 문학동네, pp. 78-79>
코엘료의 말이 맞다는 가정 하에서 본다면, 나의 꿈은 이미 죽어 버렸다. 나에게 나타난 징후는 세번째 것인데, 언제부턴가 나는 삶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것 같다. 무엇이 되고자 하지도 않았고, 무엇을 이루고자 하지도 않았다. 운이 좋았던 몇몇 경우엔 내 노력보다 훨씬 큰 것을 얻기도 했고, 그렇지 않았던 대부분의 경우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었다.
실패했다고 해서 실망하지도 않았고, 운이 좋았다고 해서 기뻐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 삶은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내 곁을 스쳐갈 뿐이었다. 나에게는 열정이 없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그저 순간순간 내 자신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내 삶은, 언젠가는 바다로 가겠지만 그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흐르는 강물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폭포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내가 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삶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가 가버렸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코엘료의 말처럼 나의 꿈은 이미 죽어 버린 것인가?
아내가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난지 벌써 한달이 되었다. 아내의 꿈은 코엘료처럼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이었다. 아내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꿈을 이룬 후에 아내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5 thoughts on “꿈이 죽으면 나타나는 징후들”
제 얘기인 것 같아 왠지 부끄럽네요.
저도 언제부턴가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꿈을 잃은 중년이 되어버렸지요. 점점 회색인간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글 중에서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귀가 많네요 ;; 하하
특히 ‘아주 적은 것만 기대하는 삶’ 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를정도예요 흙흙 ㅜ _ㅠ 아이고 어째든 꿈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고민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꿈을 잃지 마시고 행복한 마음으로 꿈을 향해 걸어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