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은 수구꼴통이고 싶다
3주간 블로그를 팽개쳐 놓았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고 점점 황폐해지듯이, 블로그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장조차 잘 들르지 않는 블로그엔 스팸 댓글만이 쌓여 있었다. 오랜만에 청소를 했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글로 쓰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단순하게 그들이 짖어대는 대로 믿어주고 싶기도 했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보도를 믿어주고 싶었다. 아무 증거가 없어도 상관없이. 아주 단순하게 쓰레기 언론들이 보도하는 대로 그냥 생각없이 믿어주고 싶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고, 진심에서 나오는 눈물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4대강 사업은 홍수를 방지하고 자연을 살리는 사업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명숙 전총리는 총리공관에서 곽사장으로부터 5만불의 현찰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믿고 싶었다. 법원의 무죄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수구꼴통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김대중, 노무현은 빨갱이 좌파이고, 그들이 집권했던 10년이 “잃어버린 10년”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이 땅에서 수구꼴통으로 사는 것은 참 단순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무 걱정없이, 고민없이, 의심없이 그냥 정부나 언론이 얘기하는대로 그냥 믿으면 된다. 반대하는 자들은 그냥 “좌빨”로 몰아붙이면 된다. 가끔은 나도 그렇게 단순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다.
지방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나라는 별 희망이 없어 보인다.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거짓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오늘 하루 별일 없었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