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쟁? 그런 건 없다
인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추악하고 가장 불행한 것은 “전쟁”이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전쟁은 가장 추악하고 불행하다.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못된 짓의 총합이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살인이고 유괴고 강간이고 파괴고 폭력이다.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오바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정의로운 전쟁(Just War)”에 대해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이런 언급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지금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입장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주는 가장 영예로운 상을 받는 수상자의 입장이 만들어낸 어정쩡한 합리화가 정의로운 전쟁이다.
정의로운 전쟁? 그런 것은 없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은 인간들의 탐욕을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추악하게 드러낸 가장 불행한 행위일 뿐이다. 전쟁이 합리화될 수 있는 단 하나의 경우라 하면, 그건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방어”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뿐인데, 이 때도 실제 전쟁 행위 자체에 “정의”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그 행위라는 것은 결국 살인과 파괴와 폭력일 뿐이니까. 전쟁에서는 모든 인간들이 고통을 받는다. 죽는 자도 죽이는 자도.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이 겪는 불행과 고통은 말로 헤아릴 수 없다. 인간의 영혼까지 파괴시키는 행위가 전쟁이다.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을 오바마가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그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어떻게든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의무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오바마야 당연히 전쟁에 반대하겠지만,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오바마는 다른 결정을 내려야할 수도 있다. 미국은 가장 강하지만 가장 탐욕스러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예수나 붓다 같은 성인이 아니다. 간디나 킹 목사와 같은 인권운동가도 아니다. 그는 현실 정치인이다. 그가 간디나 킹 목사와 같은 순수한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그의 결정 하나에 수십 만명, 아니 수백 만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 따라서 그의 현실적인 영향력이 간디나 킹 목사를 넘어설 수 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끝내야 한다. 동시에 미국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지켜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오바마의 존재 이유다. 그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임과 의무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지혜다. 그가 전세계 인민들의 염원인 평화와 공존을 뿌리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언급한 킹 목사의 말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길 바란다.
“Violence never brings permanent peace. It solves no social problem: it merely creates new and more complicated ones.”
전쟁은 가장 극악한 폭력일 뿐이다. 따라서 전쟁으로 항구적인 평화를 이룰 수 없다.
15 thoughts on “정의로운 전쟁? 그런 건 없다”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는 방어전 뿐인 것 같습니다. 선제적 자위 따위의 말장난이 아닌 진정한 의미로서의 방어전 말이지요. 선제적 자위라는 것은 막말로 하자면 ‘쟤가 쳐다보는게 갖잖아서’ 한 대 치는거랑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요.
말씀하신대로 선제적 자위란 전쟁을 하기 위한 참으로 비겁하고 볼품없는 거짓 명분 중 하나일 뿐입니다.
왠지 노무현 전대통령과 오바마를 보고 있으면 이상주의자가 한 국가의 수장이라는 자리까지 차지했어도 현실이라는 벽 안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의 한계란 것이 이정도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비관적이라기보단 현실적 이상주의란 현재시점에선 이정도까지만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확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갑자기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배계층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오바마가 슬기롭게 헤쳐가길 바랄 뿐입니다.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뭐라고 할까요…
어쩔 수 없어 보인다랄까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오바마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겠지요. 선택의 폭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좁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그의 의무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끝까지 버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덧글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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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블로그소울이 사회적 기업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많이 기여하길 바랍니다.
미국 대통령이라서 미국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전쟁 치른다는 오바마…정의로운 전쟁도 있다고 했다던데, 전 왜 이 대목에서 한화 회장의 ‘부정(父情)’이 생각날까요…내 아들 사랑하는 마음에 남의 아들을 팼다했었던…
대단한 유추 능력이시네요. 오바마의 정의로운 전쟁 운운에 한화 회장의 부정이라…
연보랏빛하늘 님의 유추에 혀를 내두루게 되는군요. ^^
오바마를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고,
의식있는 많은 미국인들은 종전을 부르짖고 있읍니다. petition 서명운동도 하고 있고…. 이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모르지만 힘없는 국민들이 할 일이란 포기하지않고 오바마를 흔드는 보이지않는 세력들을 계속 반대하는 일 인듯 합니다.
오바마도 개인적으로 전쟁에 반대할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아직은 그의 양심을 믿습니다. 그가 잘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