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제대로 된 것들은 그렇게 까였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블로그계와 언론은 여전히 아이폰으로 떠들썩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출시된 휴대전화기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아이폰만큼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없었다. 아무리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윤 추구라고 대답한다. 이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을 정말 제대로 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 같은 경영학의 구루한테 같은 질문을 하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고 이윤은 그에 수반되어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관점이 전혀 다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이통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어떤 식으로 장사를 했나? 과연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끊임없이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가? 전혀 아니었다. Wi-Fi 기능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러 그 기능을 제거하고 시장에 내놓은 것은 누구인가? 마치 사채업자가 돈놀이하듯 무선 인터넷 접속비를 받아 챙겼던 이들이 누구인가? 고객은 이통사들의 봉이었다.
단말기 업체들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폰은 몇 년의 기획과 개발을 통해 시장에 나온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를 본따 삼성은 불과 몇 주만에 햅틱이라는 전화기를 내놓는다. 그렇게 개발자들을 쥐어 짜서 살인적인 스케줄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삼성의 경쟁력일지는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단말기 업체들은 아이폰과 경쟁하기 위해 태극기를 앞세운 애국심 마케팅을 하고, 기자들과 알바를 동원해 아이폰을 까대는 쓰레기 기사와 댓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비단 아이폰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것들은 쓰레기 언론에게 그렇게 까였었다. 하지만 그런 단말기 업체의 행태는 애플의 아이폰에 정공으로 대항할 수 없는 그들의 처지와 열등감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애플은 단 하나의 모델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언론플레이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높은 콧대때문에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런 자신감을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고객 중심 사고와 고객의 필요를 만족시킬 줄 아는 그들의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이 주는 편의와 즐거움을 누려보았으면 하는 것이고, 아이폰의 폭발적 인기는 뒤틀어진 국내 무선통신 시장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땅 짚고 헤엄치면서 장사하는 시대는 지났다. 양어장에서 물고기 잡듯 고객들을 가두어놓고 봉이 김선달 짓을 하는 시대는 아니다. 아이폰 도입을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정신 차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0 thoughts on “아이폰, 제대로 된 것들은 그렇게 까였다”
너무 공감합니다. 이제는 공급자중심에서 사용자중심의 디자인이 필요한 시대지요. 늦게라도 아이폰에서 이런 교훈을 배우고 우리 기업들도 변했으면해요
Urika 님의 말씀대로 그들이 변하길 바라지만,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한 쉽게 변하진 않을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아이폰 때문에 욕먹고 매도당하는 회사들 참 많군요. 어차피 늑대와 이리의 싸움일 뿐인데… 이유야 어쨌든간에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회사들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과연 늑대와 이리의 싸움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무슨 말만 하면 시장에 맡기자던 부류가 우리나라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들이 과연 공정한 경쟁을 원했을까요? 이번 계기로 느끼는 바가 있겠지요. 그래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구요.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두 S사에서 언플 그만하시고
그럴 정력으로 아이폰에 대항할 서비스 및 제품이나 개발하라고 하고 싶네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된 물건들을 만들려면 제대로된 기획과 스케줄로 일을 해야 할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늘 단기적 성과만을 좇는 상사들이 있는 한 요원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근데 기사와 알바 댓글의 효과가 나오니 문제지요.
양어장 자체문제기 보다
양어장에 있고싶어안달난 물고기가 더 많다는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참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듯
모든 것은 본인들의 선택입니다. 양어장의 물고기로 살겠다고 하는 이들을 말리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하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금방금방 사면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