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의사 선생님
“사회주의 주사파 의료법을 깨부수자”며 모인 의사 선생님들의 집회에서 한 의사 선생님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정말 훈훈한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비난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의사회 소속 한 의사가 할복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경과보고를 하기로 돼 있던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는 연단에 오르지도 않은 채 즉석에서 테이블과 수술칼을 준비해 “혈서를 쓰겠다”며 할복했다.
좌훈정 의사 선생님은 할복한 후 손바닥에 피를 묻혀 흰 천에 도장을 찍었다. 혹시 안중근 의사를 본받기 위해 한 시도였을까. 안중근 의사의 그 의사는 좌훈정 의사의 그 의사가 아닐텐데 말이다. 진정 안중근 의사를 따라 할 요량이었으면, 어설픈 할복보다는 왼손 약지 한마디를 끊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가 도대체 흰 천에 쓰려고 했던 혈서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밥그릇 지키려 하는 것, 지난 의약분업 때 신물이 나도록 보아왔다. 진정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의사들이라면 지금 현대의학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내가 안중근 의사와 병 고치는 의사를 구분 못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의 기득권층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는 것. 이 집회에 참석한 의사 선생님들이 그렇고, IMF를 불러오고도 참여정부가 경제 파탄의 책임을 지라는 한나라당이 그렇고, 친일과 독재 부역으로 점철된 조중동의 적반하장이 그렇고,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전직 장성들이 그렇고…
한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따지는 것만큼 공허한 일이 있을까.
3 thoughts on “안중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의사 선생님”
대추리 미군 기지 이전으로 몇십년, 몇백년을 살아온 터전을 뺏긴 사람들을 보고, 또 다른 광주사태라고 부르는것을 광주사태 유족들이 빨갱이 어쩌니 하며 즉각적으로 비난한것을 본적이 있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개정법에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합니다. 이번 법은 영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개정이 되고 있고, 또 진단에 따른 의사의 재량을 축소시키는 것이 내용의 골자인데, 사실은 의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다기 보다는 의사로서의 직업적 자존심을 위한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진료 지침을 정부에서 마련해준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고요. 의사를 바라볼때 어떤 선입견이 있고 그것에 의해 이번 개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을 옳지 못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의사나, 환자 둘 다가 이번 개정법에서는 소수자이며 둘다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권익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은 이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지요. 왜냐하면 그네들이 십수년동안이나 병원 형광등 아래서 밖에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평생을 살아온 허여멀건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또 사회 흐름을 잘 읽지 못하는 서생들이기 때문이니까요.
개정되는 의료법의 문제점 중 의료 시장주의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의사협회에서 이 부분에 언급이 없는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해 환영내지는 찬성때문 아닙니까?
투약이니, 간호진단이니 전혀 국민의 의료주권과 관계고 없는 지엽적인 사안을 가지고 예의 집단휴진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일 뿐입니다. 아무도 의사에게 할복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극단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이지요.
복지부의 하나마나한 의료법 개정은 의사들 눈치보느라고 그렇게 된 것 아닌가요? 정작 중요한 설명의무조항, 의료기록의 위변조 문제, 당직의료인 문제, 표준진료지침 문제 등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은 의료 서비스의 다양화와 대체 의학의 양성화에 관한 사항인데 그런 것을 도입한다고 했을때 의사들의 집단 할복이 있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의사들 정신차려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보건복지부의 의료법이 의사의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것이 의사에게 할복까지 유도한거 같은데, 아닌가요. 사실 영리주의가 도입되면 의사의 전체적인 경제적 이익은 증가하면 증가하지 감소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리고 의사들은 그런식으로 개정되든 되지 않든 큰 관심이 절대로 없다는 것을 나는 단언할수 있습니다. 오히려 투약, 간호진단과 관련된 의사들의 고유한 직업적 영역에 대한 개정, 그리고 의료법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실질적인 의료법이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는 다른 사람의 판단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의사들에게 그렇게 비춰졌다는 것은 최소한의 입법 절차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soyoyoo님께서 생각하는 경제적 욕구에 대한 것도 자본주의하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다 마찬가지 일겁니다. 의사든 뭐든요. 그러나 그 이전에 또한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사람들을 살리는 성직으로 인식하고 평생을 살아온 의사들에게 자신들의 행위 전체를 법적으로 고소할수 있게 만들어주자, 그리고 기본적인 진단 업무를 간호사도 할수 있으니 맡기자. 조제권 등등도 마찬가지다. 라는 식으로 한다면 그 기본적인 자존심마저 무너저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경제적인 이익만을 바란다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워낙 우리 사회에서 의사에 대한 인식이 경제적인 상류층, 돈벌레 등으로 굳어져 있기에 의료법과 관계되는 사안 혹은 의사가 관련된 사항이면 무조건 그런 쪽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지요. 솔직히 말하건데, 의료행위에서 의사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우위에 서고 그것이 권위로 이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소통할수 있게 만드느냐가 문제겠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의사들에게 의사라는 직업자체를 예비 범죄자군으로 몰아간다는 식으로 보이게 만들었다면, 그거 또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의사들은 똑똑하지 않습니다. 사회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요. 그 이유는 의과대 강의실, 대학병원, 진료소에서 하루 종일, 평생을 보내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다 잘 아실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