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에 읽고 싶은 시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이성부, 봄>
올해는 봄이 더디게 오지 않았다. 겨울을 건너 뛰고 서슴없이 오고 말았다. 따뜻한 겨울을 좋아하긴 하지만 올 겨울은 좀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봄이 오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들판이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