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아리랑을 따라 멀리 간 친구에게
남도의 겨울은 하릴없이 따뜻했다. 바다 바람은 거셌지만 그 속에서 봄내음을 느낄 만큼 겨울은 저만치 멀어져 갔다. 동백은 좀 이르다 싶게 꽃을 피웠고, 그 꽃의 붉은 빛에 하늘은 높았다.
흔들리는 갈대와 푸른 배추밭 사이로 친구는 잠들어 있었다. 만든 지 얼마 안 된 비석에는 그를 보내는 남편의 짧은 글귀가 서럽게 새겨져 있었다. 친구가 남기고 간 세 아이의 이름이 눈에 시렸다. 엄마 없이 살아야 할 녀석들의 시간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슬픔은 언제나 살아남은 이들의 몫이다. 친구와 함께 보냈던, 함께 나누었던 시간과 언어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두터운 봉분 속에 누워있는 친구가 그리웠고, 그 흙의 두께조차 감당하지 못한 우리들의 부질없음이 야속했다.
진도의 개들은 허공을 보고 짖어댔고, 배추밭에 엎드려 있는 아주머니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아리랑을 흥얼거렸다. 그 노래를 뒤로 하고 우리들은 기약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약산 동대 진달래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피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내가 돌아간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치어다보느냐 만학은 천봉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로구나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만경 창파 둥둥 뜬 저 배야
저기 잠깐 닻 주거라 말 물어 보자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