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어떻게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판사 한 명이 소송 당사자가 쏜 화살을 맞았다. 다행히 화살 맞은 판사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사법부와 검찰이 발칵 뒤집힌 모양이다. 사건의 외양만 보면 정신 나간 전직 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피격한 사건이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중대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왜 우리나라 사법부가 화살을 맞을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성균관대에 재직했던 젊은 교수 김명호는 촉망받는 수학자였다. 그가 대학입시 채점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수학 시험 문제 하나가 잘못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으려 하다 다른 교수들의 미움을 받아 재임용에 탈락하게 된다. 그는 사법부에 법적 판단을 요청하였지만 10년 훨씬 지난 지금까지 법원은 재임용에 관련된 사항은 학교의 재량이라며 학교의 편을 들어 주었다. 더 자세한 사항은 한겨레 21의 보도 ‘학문을 위한 양심의 수난’과 Mathematical Intelligencer 의 ‘The Rewards of Honesty?’ 를 참조하면 된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주류계층의 부도덕함과 그들의 끈끈한 연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직한 사람이 매장당하는 사회,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사법부가 그 정직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그 사람의 억울함을 배가시켜준 꼴이니 사법부는 화살을 맞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전직 교수가 날린 화살은 판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사법부 전체에 대한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
나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위헌 판결을 보고 대한민국 사법부에 학을 뗀 사람이다. 전두환에 대해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고 얘기한 검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스스로 자정할 능력이 없는 집단들이다. 이들에게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기보다도 어렵다. 사회관과 가치관 정립이 안 된 사람들을 사법시험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판사 검사로 임명을 하고 엄청난 권한을 누리게 했으니 그 집단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인적 구성에서 사법부 개혁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앞으로 많은 판검사들이 화살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법고시를 없애고 법학대학원 도입을 빨리 하여 법조인의 수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배심원제를 두어 판사가 판결을 내리기보다 배심원들이 판결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사법부 고위직은 국민들이 선거로 뽑아야 하고, 고위직의 비리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고위직 비리 수사처를 두어야 한다. 검찰의 권한도 분산시키고 부처들끼리 서로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견제와 비판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더 이상 법조인들이 화살을 맞지 않도록 국회에서 사법부 개혁에 관한 법률을 빨리 통과시키기 바란다.
그 억울한 전직 교수의 인생이 측은하다. 한 때 촉망받는 수학자였던 그가 정직의 보상으로 우리 사회 주류의 이지메에 매장을 당했으니.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그는 살인미수에 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의 삶을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에게 수행과 용서의 기도를 권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처지가 씁쓸하다.
7 thoughts on “사법부는 어떻게 화살을 피할 수 있을까”
정말 공감합니다.
대중 매체에서만 볼 때는 정신 나간 소송 당사자가 불만을 품고 , 열심히 일하는 어떤 선량한 판사를 공격한 것으로만 비춰젔습니다.
대중 매체를 불신하게 됩니다.
정직의 보상으로 매장당하는 사회, 다양성의 목소리를 매장하는 사회
하여간 그것이 현실이니, 그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뉴스 보도를 접하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맞을 짓을 했을 까?
판사가 측은 한 것이 아니라.. 그 대학과 한 통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이제 사회 초년생이지만 회식 자리에서 듣는 얘기가 돈이면 다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법도 돈을 피해가지 않는다는다고 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세상~~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회사 시무식에서 돌아가면서 한마디씩하는 전통이 있어서
올해는 시무식때 ‘성실한 사람들의 성실한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했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외면받고 고통당하는 세상.. 변하기는 할까요?
극단적인 행동을 하신 교수님이 안타깝네요. 이유야 어떠하든지 잘못을 저질렀으니…
공감가는 글 잘 봤습니다. 🙂
이번 사건 이전부터 쭉욱~ 제기되어 왔던 사법부의 부도덕성이 석궁사건으로 곪은 곳이 터진격입니다.
이사회가 어떻게 될려고, 그러는지.. 유전무제 무전유제라는 말이 정답인 사회가 한심할 따름입니다.
사법부 이외에도 여러 조직들의 대대적인 개편이 정말 필요할 시기입니다.
그냥 스쳐가듯 읽은 뉴스였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아직 요원한 걸까요? 기득권들의 철옹성은 언제쯤 무너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