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닮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 중 하나는 예수다.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인류의 역사는 예수 이전과 예수 이후로 나뉘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한 마굿간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세상에 왔으나, 세상은 그를 견딜 수 없었고 그를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리고 세상은 그를 신의 아들로 만들었다.
그가 광야로부터 세상에 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다. 사람들은 그를 인정할 수 없었다. 수천 년 동안 메시아를 기다려온 사람들이었다. 인류의 구원자를 기다려온 사람들이 정작 그가 나타나자 그에게서 달아나려 했다. 사람들에게 그는 이방인이었고, 걸인이었고, 위험한 혁명가일 뿐이었다. 그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두려웠다. 그의 가르침이 두려웠다. 진리가 두려웠다. 그래서 그를 죽여야만 했다. 십자가에 못박아서 죽여야만 했다.
그가 죽었어도 그의 가르침은 남았다. 말씀으로 남아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가 죽었어도 그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누구도 예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를 외면하고 싶은데, 외면해야만 하는데, 그의 말씀은 주홍글씨로 남아 사람들의 가슴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말씀을 견딜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의 말씀으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깨달았다. 그를 신의 아들로 올리고, 그의 말씀 중 견딜 수 있는 것만 골라 경전을 만들었으며, 그 경전에 대한 해석을 특권화했다. 간교한 사람들은 예수를 팔아 장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천 년이 흘렀다.
많은 교회들이 여전히 예수를 팔았고, 사람들은 위로를 얻으러 교회에 갔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 되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거세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의 가르침은 간교한 사람들로 말미암아 기복으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예수에게 기도를 했고, 권력을 얻기 위해 교회에 갔다. 예수는 가진 자들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주 드물게 예수의 말씀을 깨닫는 이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영적 스승, 구도자, 신비가 등으로 불렸고, 예수의 원래 가르침을 복기하려 했다. 오쇼 라즈니쉬의 “도마 복음 강의”도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예수 믿고 구원받으려는 사람들이 아니고, 예수를 닮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읽어야할 책이다. 역자인 류시화는 책에 나타난 예수의 가르침을 이렇게 요약했다.
나를 추종하지 말고 나처럼 되라.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고통을 겪는 것은 죄 때문이 아니라 무지 때문이다. 진정한 자아를 아는 것이 곧 하느님을 아는 것이며, 자아와 신성은 동일하다.
[도마 복음 강의 서문 중에서]
모든 가르침이 일관되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진리는 이미 수천년 전에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세상을 구원할 진리가 이미 전해졌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진리를 찾아 헤매고 있고, 여전히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든지 이 말씀들의 속뜻을 발견하는 사람은 죽음을 경험하지 않으리라.
[도마 복음 1절]
예수는 이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7 thoughts on “예수를 닮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책”
니케아 공의회에서 영지주의라고 부르는 전통을 말살하고 세속권력과 결탁한 결과 기독교는 겉보기에 강하고 좋은 것만 추구하다가 동방교회를 단죄했고 오늘날의 제국주의에 버금가는 십자군 전쟁을 벌였습니다. 프로테스탄트의 출현은 당연한 결말이었고 오늘날 그 극단적인 변종이 동아시아에 출현한 고소영이란 암세포입니다.
어쨌든 저는 영지주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마복음(저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이 불교의 가르침에 가장 근사한 생각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도마복음의 가르침대로 스스로 예수가 되어 밀알과 소금이 되지 않고 예수를 금송아지에 버금가는 도그마로 만들어 섬기는 게 수많은 악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리내 님, 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읽은 오쇼의 “도마 복음 강의”는 제가 접했던 그 어떤 예수의 가르침보다도 깊게 와닿았습니다. 예수가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그 진리가 이것이었구나, 그것은 다른 성인들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성당이나 교회에 다녀보기도 했는데, “~~을 주시옵소서”라는 기도 이외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접해가면서, 그 가르침들이 지향하는 바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라는 책이 좋더군요…닮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존재…
그 책도 한 번 읽어보아야 하겠군요. 책을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예수(예수님말고)가 늘 궁금했는데,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는 최근 나온 김규항의 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도 예수의 참모습을 명쾌하게 드러낸 가르침입니다. 책이 두껍기는 하지만(900 페이지) 쉽게 읽힙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