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가 합헌이었다면 그건 더 놀라운 일이다
종부세에 관련된 위헌소송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면, 그것은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선출된 것보다도 더 놀랍고 역사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런 판결에서 합헌 결정을 바란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너무 순진한 사람이거나 또는 외계인일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8명이 종부세 대상자다. 재판관의 90% 이상이 이해당사자라는 말이다. 이들 중 재산이 10억 미만인 사람이 두명뿐이다. 이 두명만 합헌 결정을 내렸고, 나머지 7명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헌법이라는 잣대로 종부세를 판단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재산을 기준으로 종부세를 재단한 것이다.
위헌 판결을 내린 7명의 재판관은 강만수보다도 더 교활하다. 이들은 종부세의 취지는 합헌이라고 박아놓고, 세대별 합산과 1가구 1주택 세부과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종부세를 빈 껍데기로 만들었다. 차라리 강만수처럼 종부세는 징벌적 과세 운운하는 것이 더 순진하고 착해보인다.
종부세는 관습헌법으로도 위헌이다. 관습헌법.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몇년 전에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법률이 관습헌법에 의해 위헌판결 났던 것을 기억하는가? 관습헌법에는 서울이 수도로 규정되어 있기에 관습헌법을 고치지 않고는 수도를 옮길 수 없다고 주장했던 헌법재판소의 노친네들을 기억하는가? 마찬가지다. 종부세 같은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있는 세금이다. 감히 가진자에게 세금을 물리다니. 세금은 원래 천한 아랫것들이나 내는 것이었다. 그런 세금을 상위 2%에게 물리다니 노무현은 그들에게 (오바마가 아닌) 오사마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만약 종부세가 헌재의 노친네들에 의해 합헌 판결이 났다면, 나는 정말 놀랐을 것이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이 이 정도 수준이 아닌데, 내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주류의 파렴치함이 이 정도가 아닌데” 하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그들은 그들의 저렴한 수준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말았다.
종부세, 행정수도 이전, 간통죄 등등의 문제를 헌재의 노친네들에게 물어본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만한 삶을 살지도 않았고, 그들의 도덕성이 일반인들보다도 딱히 낫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기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이런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의 판결을 맡기고, 그 판단이 최종이 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매트릭스의 오라클이 아니다. 그들은 선출된 권력도 아니고, 9명의 출신 성분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표할 수 정도로 분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런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수도이전이나 종부세 판결과 같은 파렴치한 결과가 계속될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되지 않고는 이런 문제들은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선거 참여가 의무화되어야 하며, 국민투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에 의해서도 발의되어야 한다. 브라질이나 호주처럼 투표가 의무화된다면, 이명박 같은 자가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지고, 오늘과 같은 헌재의 교활한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가진 자들이 무엇을 해주길 기대하지 말라. 주류들에게 무엇을 나누어 받기를 기대하지 말라. 당신이 강부자나 고소영이 아닌 한, 이명박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은 당신이 등신이라는 사실을 만방에 과시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냥 견디든지, 견딜 수 없으면 싸우든지, 선택은 둘 중에 하나뿐이다.
16 thoughts on “종부세가 합헌이었다면 그건 더 놀라운 일이다”
부패하고 늙은 정치꾼들이 자꾸 나라를 후퇴시키네요.
언론계를 비롯 상당부분 기득권층으로 점점 넘어가는 시점일터…
이번 결정은 제가 볼 때는 이번 정부가 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바라고 생각되는군요. 법조차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우리나라에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의식을 가진 분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싶네요.
(과연 4년 후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련지 ㅠ.ㅠ)
디오씨의 노래 가사 한 구절
“있는 놈은 항상 있고 없는 놈은 항상 없네~”
에헤라 디야~~ 좋은 세상~~
…….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8명이 종부세 대상자”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강만수가 쪽집게처럼 예상을 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어차피 종부세가 위헌이든 합헌이든 돈없는 서민이야 직접적인 (부동산) 세금을 안내니 상관없겠지만 각종 부자를 위한 감세를 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재원조달 방법과 향후 재원확충 방법이 심히 염려되는군요.
CeeKay 님 //
감세를 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빚을 지는 것 밖에 없지요. 결국 그 빚은 나중에 국민들이 갚아야 하겠지요.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이 그리 녹녹치는 않네요. 미국도 지금 그렇다고들 합니다만.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종부세법안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가리는거도 그렇고… 그들이 내리는 판결도 그렇고…
이 참에 지금 있는 온갖 법을 헌재에 위헌인지 아닌지 가려달라고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