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면 현자가 되는가
내가 인정하는 또 하나의 진리.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 아무리 큰 명예와 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때문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언제 죽을지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내일이 될지 아니면 몇 십년 후가 될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아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가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릴 때는 어떤 종교인들 보다도 더 경건한 삶을 유지한다고 한다. 죽음이 삶과 대적되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지라도 우리가 다음 생을 준비할 때는 자신의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게 되어 있다.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가상 현실을 가르치는 Randy Pausch라는 교수의 마지막 강의가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주 우연히도 이 교수의 강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고, 아직도 어린 세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어떤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 공개 강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교수의 삶이 내가 감명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것도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의욕적으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4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젊은 아내와 어린 세 아이들을 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의 마지막 강의는 그 상식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울림의 정도는 다르다.
내가 Randy Pausch의 입장이라면, 나는 내 딸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 줄까? 곰곰히 생각해 보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다시 만날 기약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그리고 그 슬픔은 살아남은 아이들의 몫이 될테니까.
Randy Pausch가 건강해지길 바라지만, 그가 건강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강의를 보면서 그의 세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다. 자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