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위한 나라가 없는 이유
한겨레가 보도한 적극적 투표의사층 여론 조사를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나라 20대 중 적극적으로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44.6% 밖에 되지 않았다. 60대 이상의 87.1%가 투표하겠다고 한 것에 비하면 절반 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20대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놀랐고, 그들은 분노조차 표출할 수 없는 자들이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도대체 우리나라 20대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투표의 권리를 저버릴 정도로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사회일까? 그러면서 왜 88만원 세대가 어떻다느니, 청년백수가 어떻다느니, 대학 등록금이 너무 올랐다느니 하는 불만들을 쏟아내는 것인가. 정말 우리나라 20대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도덕 상실과 약육강식의 이 정글 같은 사회에 만족하고 있는 것인가?
현재 합법적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방법은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것 밖에 없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 찍을 사람이 없다, 찍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하는 20대들의 변명에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권리 포기를 합리화하지는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20대가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찍을 사람이 없을 수는 있지만, 찍지 말아야 할 사람은 있다. 당선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있다. 과반수를 획득하지 말아야 하는 정당이 있단 말이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투표권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배들이 목숨을 버리고 피를 흘렸는지를 아는가. 이 투표권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것을 안다면 “투표를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라는 한가한 소리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후보로 나온 자들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지능이 있다면 단 1밀리미터라도 누가 더 20대들의 처지를 위해 노력할 사람인지, 어떤 정당이 더 나은 정당인지 비교하여 표를 던져라. 그것도 못하겠다면 투표장에 가서 자기 이름을 쓰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하러 가라.
도아 님의 글을 보면 20대가 투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나와 있다. 20대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20대를 위한 나라는 오지 않는다. 2008년 4월 이메가와 한나라당이 날뛰는 이 초현실적인 세계가 마음에 든다면 당신은 투표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들을 눈뜨고는 더 보지 못하겠다면 투표장에 반드시 가야 한다. 가서, 민노당이든, 민주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찍어라. 그래야지만 20대들이 기성세대에 대해 욕을 할 권리라도 생기는 것이다.
정말 이메가가 노리는 잿빛 세상의 회색 인간으로서, 노예로서 병신같이 살아갈 것인가? 20대를 위한 나라는 20대가 만들어야 한다. 20대가 이렇게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희망은 없다.
이제 20대들도 (Matrix의 Neo처럼) 빨간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진실을 알고 책임을 져 나가야 할 때다. 분노할 때는 분노해야 한다. 어찌 할 것인가? 정말 계속 이런 세상에 파란 약을 먹고 살고 싶은가?
방관자는 그저 동조자일 뿐이다. 선택은 20대들의 몫이다.
21 thoughts on “20대를 위한 나라가 없는 이유”
참으로 걱정입니다.
이건 20대를 위한 변명이 절대 아닙니다만.
20대가 뽑을만한 후보나 정당이 정말 아무리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0대이고, 이번에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긴 한데, 정말 투표 공보물을 아무리 꼼꼼히 읽어봐도 도무지 맘에 드는 정당도 없고 맘에 드는 후보도 없어서 고민입니다.
그렇더라도 투표는 해야 하겠지만, 정말 마음에 쏙 드는 공약을 내거는 사람이나, 그럴듯한 공약을 내거는 사람이나, 지금까지 잘해와서 앞으로도 믿을만한 사람이나, 아님 그냥 예쁜 미녀라도 있으면 뽑겠는데 어찌 한명도 없나요.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저 그래프를 보면서 문득 이영민군이 떠오른 이는 저뿐인가요?
Ps. 리플란에 메일도 쓰라는건 너무하신데요..
20대가 투표해야 되는 이유는 비례대표라도 재대로 뽑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평화통일가정당 3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에 투표하러 갑니다.
비례 대표라도 재대로 뽑을려고여
정말 그렇습니다. 투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기들을 위한 정책을 내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등록금에 불만스러워하는 20대, 취업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20대 모두 투표해야 합니다. 정 맘에 드는 정당이 없으면 최악의 선택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지워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을 결정하면 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표를 포기하기에는 현실이 이미 너무나도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지인 분과 국회의원 선거 얘기가 나왔는데, 투표할 시간이 아까워서 안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이번 대선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분이 안되게 하려고 무효표를 찍었는데 그분이 되었는데, 뭐하러 다시 투표함에 서냐는 주장이었습니다.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후보들에 대한 불만을 불참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소식일 뿐이죠. 도아 님이 설명하시는 말씀대로요.
진보적인 투표를 행사해야 할 20대가 투표를 포기하고 노는 날로만 인식하고 행동하니까 보수적인 어르신들 투표에서 결과가 갈리고, 기득권층은 새로운 투표세력을 물로 보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 것 아닐까요?
투표율이 높다는 의미는 국민들이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자신의 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내가 니들 하는 거 지켜보고 있다’ 라는 의사표시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투표를 포기할 권리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참 안타깝습니다.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인 결집이 없어서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우리 세대의 모습이 가슴아픕니다.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최악을 막아야하는 것이 투표이고, 등록금이든 취업난이든 사회에 부조리한 모습이 불만이라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장이 투표 아닙니까. 뉴스를 보니 경합지역에서는 또 얼토당토않은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하던데 휴… 저놈들이 유권자들을 바보로 아는 것 같아 열받는 오늘입니다. 매트릭스의 빨간약 얘기와, 비례대표를 위해서라도 투표를 해야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사실 20대에게 투표하라고 하는 말은….
딴나라당이 득세하면 안되기 때문에 다른 정당들을 찍어달라는 메세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을 보면 투표를 하게되면 딴나라당을 찍겠다는 20대가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 몇년간의 쓸데없는 이념싸움에 20대들은 지쳐있습니다. … 쩝…
@Magicboy: 20대가 투표를 많이 하고 그 표가 한나라당으로라도 가면, 다른 당에서도 20대를 의식한 공약을 하지 않겠습니까?
현실에 눈 돌리지말고 공부만 하면 세상이 열린다고 강조해놓은 결과를 고스란히 보는거죠. 어렸을 때부터 사회 참여 의식을 키웠어야 하는데 현실에 눈을 완전히 감으라고 강조하는게 기성세대지 않습니까?
속 시원한 글입니다.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 먼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대의 중반을 지나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담고 싶은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사실 어느 시대나 20대의 투표율을 낮아요. http://anonymous.pe.kr/2345465 이 글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20대가 고를만한 후보는 없습니다. 기득권을 위한 후보만 있으니까요. 그들과 싸워라가 아니라,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세상이 바로잡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