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치명적인 이유
2메가 또는 2MB라 일컬어지는 이명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위험하다는 사실이 이번 숭례문 화재로 다시 한 번 밝혀졌다.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일들을 살펴보면 묘한 일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이명박 자신의 출세를 위해 또는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전시성으로 기획되고 “졸속”으로 추진된다. 그 전시 효과의 단물을 모두 빨아먹고 난 후, 일이 실패하기 전에 이명박은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정작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말이다.
이명박이 문화재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숭례문을 졸속으로 개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알려진대로 국보 1호 문화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그것은 그냥 표면적인 또는 부수적인 이유일뿐이다. 진짜 이유는 숭례문 앞에서 북치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숭례문을 “졸속”으로 개방한 것이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자서전에 한 줄 넣기 위해서 말이다.
이명박은 애시당초 문화재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문화재 같은 것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정확하겠지. 하지만 숭례문 개방 이벤트가 자신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순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였다. 조중동 같은 신문들은 그의 “추진력”을 칭송하고 말이다. 정말 문화재를 사랑하고 그것을 시민들의 품에 돌려보내겠다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일을 하지 않는다. 이명박은 숭례문 개방 이벤트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숭례문 화재와 붕괴가 TV로 생중계되고 그 잔해가 끔찍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갖고 아우성치지만, 청계천 공사로 사라진 문화재 또한 숭례문 붕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이 과연 청계천을 복원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을까? 아니다. 이명박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청계천 복원을 이명박이 했다”라는 사실 뿐이다. 청계천 물을 한강에서 퍼올리든, 년간 운영비가 200억원이 넘게 들든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닌 바에야)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치적을 삼기 위해 임기 내에 겉모양만 그럴 듯하게 해치워 버린 것이다. 청계천은 대권밑천일 뿐이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은 또 어떤가. 이명박이 정말 작고 효율적인 정부조직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순진하거나 아니면 바보거나 둘 중에 하나다. 이명박은 장관 숫자를 줄이고, 공무원 숫자를 줄였다는 사실에 집착할 뿐이다. 그 부처가 왜 필요한 것인지, 왜 통합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 부처를 없애는 것이 왜 효율적인지 따위는 사실 안중에도 없다. 공무원 숫자를 줄였다는 업적만을 갖고 싶은 것 뿐이다. 그 일의 타당성, 부작용 등은 아예 관심 밖이기 때문에 따져볼 이유도 없다.
현대 건설이 망한 이유를 아는가? 70년대 그 잘나가던 우리나라 대표 회사, 현대건설이 망했다. 그것도 숭례문 붕괴의 경우와 아주 비슷하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 수금도 할 수 없던 이라크에서 무조건 수주를 해온 이명박 때문이었다. 정작 회사가 망할 때는 이명박은 이미 회사를 떠나고 없었고, 그 피해와 책임은 남아있던 회사 직원들과 국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그리고 이명박은 “성공한 CEO 출신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만 가져갔다.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앞으로 경부운하도 이럴 것이고, 교육정책도 이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여태 벌인 일들이나 앞으로 벌일 일들이 대부분 “비가역적”이라는 데 있다.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기 너무 힘들다는 것들이다. 숭례문 붕괴가 그랬고,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도 돌이킬 수 없고, 경부운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의 살아온 인생 행적을 추적해 봤을때, 이명박은 김영삼보다도 훨씬 위험하고, 전두환, 노태우보다도 치명적이다. 대한민국은 박정희 이후 최대 난적을 만났다.
3년 후 숭례문이 복원되었을 때, 이명박은 숭례문 앞에서 또 북을 치며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국보 1호를 되살려 놓은 대통령”으로 박수를 받겠지? 당신들은 또 이명박을 연호하며 박수를 치겠는가? 경제만 살리는 줄 알았더니 숭례문까지 살렸다고?
독일은 나찌의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대로 놔두었다 한다. 마찬가지로 숭례문도 이명박이 물러갈 때까지 복원하면 안된다. 그 처참함을 봐야 그나마 “이명박이 치명적인 이유”를 기억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숭례문의 잔해는 기억상실이 일반화된 우리들을 매일 같이 각성시킬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부운하만은 막아야 한다. 이것은 당신들과 나의 그리고 우리 자식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다.
23 thoughts on “이명박이 치명적인 이유”
제 글의 결론 부분과 비슷하여 링크 겁니다.
심히 공감합니다. 그는 최악의 인물이죠.
정말 공감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MB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 주셨네요.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겉모습에 취해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경부운하만은 막아야 한다.” 절대 동의 합니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의 사업이 아니니까요. 숭례문 사건을 통해서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똑똑히 보았으니까요.
5년 뒤 한국의 모습은
– 제2 IMF 금융위기 (김영삼이가 했던 금산분리 완화 시도)
– 환경 대재앙 (한반도 운하 강행에 의한 부작용)
– 정부 부채 2배 증가 (서울시 부채 거의 두배로 만든 전력)
– 양극화 극심화로 사회 불안 극에 달함.
– 주가는 800~1000포인트 이하로 곤두박질
– 의료보험 민영화로 보험 회사 수익 사상 최대 기록
리더에 등록해 놓고 읽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남깁니다.
치명적이라…흐흐. 잘 읽고 갑니다.
그 묘한 일관성이 이제는 읽힌다는 것입니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모든게 똑같이 보이나 봅니다.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이명박 자신의 출세를 위해 또는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전시성으로 기획되고 “졸속”으로 추진된다. 그 전시 효과의 단물을 모두 빨아먹고 난 후, 일이 실패하기 전에 이명박은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BBK와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케했던 ‘범인은닉 사건’이 떠오릅니다.
이명박식 치고 빠지기가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계속될는지 걱정이네요.
“3년 후 숭례문이 복원되었을 때, 이명박은 숭례문 앞에서 또 북을 치며 사진을 찍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바에 대해선… 울림이 깊네요.
대운하와 각종의 정책들에 대해선.. 제발 제발 총선에서 확실하게 ‘견제’의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할텐데 이명박 집단에게 맞설만한 대안적 정치세력의 지지부진이 몹시 안타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대한민국이 박정희 이후로 최대의 난적을 만났군요.
트랙백 보내겠습니다.
경부운하… 참 큰일입니다.
일상사에 지치고 둔해진 사회의식이
민망합니다.
과연 그렇게 되는 걸까요..?
미래가 궁금하군요,,
!@#… 막아내기 위한 가장 첫 걸음, 가장 기본적이고도 근본적인 조치가 바로 코 앞에 있습니다. 4월 총선. 이번에는 심지어 대안이고 자시고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한나라당 정부를 견제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해도 됩니다. 숭례문이든 대운하든 영어근본주의든, 총선 이야기로 연결지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을 보니 황제테니스의 대가 답게 북치는 포핸드 스매싱이 제법입니다.
백핸드로는 안치셨나 궁금….
저는 대통령의 도시, 포항에 살고 있습니다.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를 교육시킨 이 포항땅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포항시내 곳곳에 도배하다시피 현수막,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치욕스럽더군요.
‘축하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런 건 기본이겠죠.
근데, ‘고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대통령 당선인의 고향 가는 길이라고,
그 아름다운 7번 국도 곳곳에 말뚝 박아놓고.
후—,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한 치욕스러움이 5년이 지나고나면 저만의 것이 아니라,
이 포항시내 전체의 것이 될 것임을…
그것이 못내 두려울 뿐입니다.
이명박이 과연 청계천을 복원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을까?
아니다. 이명박이 관심이 있었던 것은 “청계천 복원을 이명박이 했다”라는 사실 뿐이다.
글 잘읽었습니다.
다 맞는 말씀인것 같은데요.
같은 내용이 저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됩니다.
특히 위 두 줄이 머리에 남는데요.
단순히 국민들을 위함이란 이유만 가지고 어떤 일을 진행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 일이 진행되었을 때 따르는 여론과 책임을 생각 못하진 않을테니까요.
당연히 사람이란 이름을 알리고, 남기고 싶어합니다. (정상인이라면 좋은 업적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겠죠.)
우리가 비정상인을 대통령으로 뽑은것일까요? 그렇진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