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무당이 되고 싶었던 후보
문국현이 드디어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애초부터 단일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단일화 얘기를 꺼내면서 갈짓자 행보를 보인 것은 자기에게 쏟아질 시민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한 것이었다.
단일화를 하든, 안하든 그것은 문국현이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 내가 문국현을 다시 보게 된 이유는 그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얘기한 전혀 문국현스럽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그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운운하면서 씻김굿을 하지 않은 단일화는 의미없다고 얘기했다.
문 후보는 8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자원봉사자 전체 회의에서 “정동영 후보 쪽이 지난 4~5년의 과오와 오만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절규를 씻어줄 수 있는 해원(解寃)의 살풀이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끝내 거부했다”며 “남은 12일 동안 경제 대 경제로 싸워 이명박 후보를 이기자”고 말했다.
이날 문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씻김굿 없이 절대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씻김굿의 과정을 스스로 못한다면 정책토론을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 하기를 원했는데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국현, 단일화 결렬 선언, 오마이뉴스]
씻김굿을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가? 그 씻김굿이라는 것이 6번의 TV토론인가?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선관위가 이미 안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는가. 때문에 그것을 주관하겠다고 나선 방송사도 하나도 없거늘 도대체 어떤 씻김굿을 원하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아마 문국현 자신도 무슨 씻김굿을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문국현의 참여정부 실패론에 전혀 동의할 수 없을 뿐더러, 그것을 가지고 단일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행위라 생각한다. 지금의 전선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이루어놓은 지난 10년을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아니면 다시 10년전으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지점에 놓여 있다. 물론 민노당 같은 좌파 진보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지금 이 전선에서 변수가 안된다. 문국현은 민노당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나라당도 아니면서 애매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문국현이 처음 정계 진출을 선언했을 때는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했었다. 그러다가 지지율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자, 결정적인 순간에 반노로 돌아서버렸다. 결국 그 사람의 색깔은 그 사람이 어느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문국현이 2002년 노무현과 같은 바람을 못일으킨 것은 그의 선명성 부족과 역사의식의 부족 때문이다. 자기가 도대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지금 정치 전선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정치 초보의 어리버리한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문국현은 그냥 유한킴벌리의 경영자로 남았어야 했다. 문국현이 정치인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회의원 정도야 소화할 지 몰라도 문국현이 대통령이 될 만한 그릇은 아닌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머지 11명의 후보에게도 다 해당되는 말이다.
단일화든 하든, 안하든 그것은 문국현 진영이 결정할 일이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만에 하나라도 단일화 실패 때문에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 책임의 대부분을 문국현 진영이 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명박 지지도는 적어도 10% 이상 허수가 끼어있다. 이것은 지난 한나라당 경선 때도 이미 확인된 사항이다. 경선 전에 각종 여론조사는 이명박이 10% 이상 이긴다고 나왔지만, 결국 실제 투표에서는 박근혜가 이겼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정치적인 음모가 있든, 아니면 조사방법의 오류든 간에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문국현과 정동영이 어떤 식으로든지 합치면 일말의 희망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분열되는 쪽은 이회창과 이명박이기 때문이다. 문국현이 정말 씻김굿을 하는 무당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이라면 정동영과 단일화해야할 것이다. 정말 정권을 이명박 같은 부패 후보가 가져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단일화해야 한다.
문국현이 계속 허접한 참여정부 실패론을 들먹인다면 단호히 그의 이름을 지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무당이 되고 싶었던 후보로만 기억되다가 사라질 것이다.
11 thoughts on “문국현, 무당이 되고 싶었던 후보”
글쎄요, 문국현이 참여정부 비판한다고 꾸준히 씹으시는데.
상황에 따라 참여정부 까는건 정동영측도 만만치 않던데요.
누가 노무현대통령을 열우당에서 쫓아냈고, 누가 백년간다던 열우당을 깨부셨나요?
노무현-이명박 빅딜설을 어느 후보가 주장하던가요?
정신분열 유시민은 문국현 지지하는 노빠는 자기부정이라는 소리나 하고,
이래저래 정나미 다 떨어졌습니다.
정동영 측에서 이번대선 실패하면 자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하고,
문국현에게 모든 책임을 덧씌우려 들 생각에 벌써부터 토악질이 올라옵니다.
보아하니 벌써 선봉에 나서셨군요.
정동영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 된다고 해서 문국현 후보의 지지층이 그대로 정동영 지지로 돌아설까요?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회의적이라고 봅니다. 아마 꽤 많은 문국현 지지층이 빠져나갈 겁니다.
문국현 후보의 지지층이 상당수가 현 정권에 실망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 졌기 때문이죠
아마 문국현 후보측도 그런점을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것 이겠지요
그리고 정권교체의 책임의 대부분이 단일화를 거부한 문국현 후보측에 있다고요?
만일 정말 그런식의 책임론이 신당에서 나온다면 그나마 남은 정마저 다 떨어지겠네요
정동영 후보는 자신이 되면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니고 있지요…
http://news.media.daum.net/pol.....43719.html
비난을 하기전에, 이명박과 별차이없는 정동영과 함께 해야할 이유라도 알려주시는것이…
soyoyoo 님의 블로그에 오랫만에 답글을 답니다.
먼저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 발언”에 대해 소요요님이 조금 오해를 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후보측은 이를 정치적 야합이 아닌 대표선발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범여권에서의 또다른 경선인 것이지요.
그런데 그 대결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시간도 없고요. 따라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정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는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던 것입니다. 지분놓고 밀고당기기 하는 밀실 야합따위가 끼여들 여지 자체를 없애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단일화에서 토론이 중요했던 이유고, 토론이 불가하게 되었기에 단일화가 결렬된 이유입니다.
공중파 공개 토론이라 함은 국민앞에서 모든 것을 다 밝히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시시콜콜..(그러기위해 횟수를 가능한 많이 잡았습니다.) 이것은 그동안의 밀실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정확한 해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며, 그들의 조언을 얻는.. 국민들의 무관심을 돌려세우고 그들의 한(욕)을 풀어주는 굿과 같은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만,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이,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동영측은 그러한 것따위 관심도 없었고(늘상 국민을 입에 달고 살지만), 선관위도 과도한 유권해석을 내려버렸지요.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밀실야합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문국현후보는 최초에 말했던 대로 그런 단일화는 없다. 라고 천명한 것입니다.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여권과의 연대를 시도했지만, 범여권조차 그동안의 행실을 반성하지 않고 계속 밀실정치를 계속 하겠다고 하니.. 이명박에게 나라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국현은 “그런 정치”를 해서 지분이나 뭔가를 얻어보고자 대선에 출마한 게 아니거든요.
잠시 유연해질 수는 있어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똥물을 뒤집어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져서 빈털털이가 되고 욕을 먹더라도 말이죠. 자신마저 기존 정치인의 일원이 된다면, 총선이든 다음 대선이든.. 이 나라의 정치에 어떤 희망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복잡하게 생각할거 없습니다. 문국현은 후보단일화 하려면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 진검승부는 토론회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가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끝난거 아닙니까? 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문국현의 후보단일화 방법은 없는거죠. 끝났는데 정동영측에서 자꾸 단일화 소리가 나오는 모양인데, 한 자리 숫자 지지율까지 다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얘기 아닙니까?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정동영이 자신없다는 얘기도 되고, 허접하다는 얘기도 되고…민주개혁세력 운운은 괜히 해보는 소리지 뭐…근데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떡고물이나 얻어먹던 인간들이 한나라당 지지자로 돌아서는걸 보면 웃기긴 하다. 친노파라던 김혁규가 이회창을 지지하던데, 정동영 지지리도 인간성이 안좋은가 봅니다. 정동영은 싫은데, 한나라당은 더 싫고, 문국현은 괜찮은데, 급하게 나와서 그런지 뭘 모르는거 같고…
정동영 지지자, 혹은 소위 ‘범여권’이라 불리는 비 한나라당 지지자 분들의 오해가 이런 부분이지요.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문국현 지지자들은, 정반대의 성향을 띈 두 계층에 속해있었습니다. 문국현을 포기하면 ‘이회창을 지지할 사람들’과 ‘권영길을 지지할 사람들’ 이지요. 정동영으로 단일화 한다면 문국현 지지표의 반수 이상은 이회창, 권영길, 허경영에게로 흘러갈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표는 결코 정동영에게 가지는 않을겁니다. 저는 권영길에게로 갈 사람 중의 하나고요.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진 않지만,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필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기에 만에 하나 ‘자본가’ 문국현이 사퇴한다면 노동자 쪽에 표를 던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