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오해 혹은 결벽증
염치라는 것이 있다.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것을 우리는 염치라고 한다.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보면, 하나는 염치가 있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주류 계층은 대부분 염치를 잘 모르는 족속들이었다. 그 뿌리가 멀게는 친일파들이었고, 가까이는 군부독재에 줄이 닿았던 자들에게 염치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일일 수 있다. 우리 현대사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러했고, 언론인들이 그러했고, 지식인들이 그러했다. 그들의 염치없음에 민중들은 수십년간 당혹스럽게 살아왔다. 염치있는 사람들이 염치없는 사람들을 이기기라는 것은 쉽지 않다. 역사를 길게 보면 사필귀정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염치없는 자들을 당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노무현은 우리 현대사에서 아주 드물게 볼 수 있었던 염치있는 정치인이다. 물론 노무현 이전에도 몇몇 염치있는 정치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염치없는 족속들의 손에 도태되었다. 김구가 그러했고, 여운형이 그러했고, 장준하가 그러했다. 노무현이 보석과 같이 빛나는 이유는 “원칙”과 “상식” 이 두 가지만을 붙잡고 염치없는 족속들을 하나씩 둘씩 물리치고, 마침내 승리하는 역사를 보여줬다는데 있다. 이것은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
노무현과 맞서고자 했던 주류 세력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굴복했다. 물론 노무현은 그들과 맞서면서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끝내는 승리하고야 말았다. 그것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을 정치 9단이라고 했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너무나 단순했다.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것, 신의를 지키는 것, 인간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 정직하게 사는 것, 이런 것들이었다. 초등학교만 다녀도 우리가 쉽게 알고 배울수 있는 것들이었다. 노무현이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단순한 원칙을 굳건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와 명철한 판단력 덕분이었다. 머리 좋은 사람이 용기까지 갖추기 쉽지 않기 마련이지만, 노무현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드물게 염치를 아는 정치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만나 예의 결벽증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지지자들에게) 제일 미안한 게 그 점입니다. 나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또 옛날에 나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금 여러분이 이 자리 저 자리에서 구박받고 있는 것이, 또 대통령인 내가 구박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 상해할 것이고, 그 점이 제일 힘듭니다. 아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같은 지지자에게 얼마나 많은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었는데, 왜 이런 말을 하실까? 우리가 그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가 알고 있을까? 우리가 그를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우리가 그를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그가 진정으로 알고 있을까? 진정으로 안다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
사람은 누구나 실수가 있고 결점이 있다.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가 정말 훌륭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그도 몇 가지 전술적 실수를 저질렀다. 그 중 하나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의 같은 것이다. 대통령은 “나의 자만심이 만들어낸 오류”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그당시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나라당의 구성원은 대부분 우리 현대사의 주류 특권계층이었지만 그들은 사실 상식이나 말이 통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런 점을 대통령은 간과한 것 뿐이다. 이라크 파병 같은 경우는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자연인 노무현이었다면 당연히 파병을 원치 않았을 것이었겠지만, 대통령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물론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내가 대통령이었다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FTA 부분도 비슷하다.
몇 가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내가 지금껏 노무현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그의 따뜻한 시선과 염치를 너무나 잘 아는 그 마음 때문이다. 때로는 결벽이라고 느낄 정도로 그는 겸손하고 부끄러워 할 줄 안다. 그런 지도자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 그것도 새천년의 시작과 더불어 정말 어려운 시기에 노무현과 같은 지도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복이다. 지금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노무현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신나는 일인지 안해 본 사람은 잘 모른다. 아마 이명박을 지지하는 것보다 백만배 이상 자랑스러운 일이고 정동영을 지지하는 것보다 50만배 이상 가슴뿌듯한 일이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진정한 노무현 지지자는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마음 상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누가 뭐래도 우리의, 아니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대통령입니다. 당신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냅니다.
9 thoughts on “노무현 대통령의 오해 혹은 결벽증”
포스트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오자가 몇 있어 지적해 드리고 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가 있고 결점이 있습니다. 라는 단락 첫문장요, 사필규정은 특별한 의미로 재사용하신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사필귀정이 맞지 않을까요. 혹 제가 오해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아시구요..총총
로망롤랑 님, 오자 지적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글을 쓰고도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네요. 제가 좀 치밀한 면이 떨어집니다.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십시오. 😉
또 퍼갑니다.
저는 soyoyoo님도 자랑스럽습니다.
나랑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1g도 없음에도(물론 간접적으로는 굉장히 많지만 결국 나도 이 땅에 발딛고 밥벌어 먹고 살고 있으니) 불구하고 저런 사람을 지도자로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뿌듯해지는 대통령이었는데, 그 다음에는 정말 얼굴도 쳐다보기 싫고 저런 사람이 지다자라는 것 만으로도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지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눈앞에 닥쳤으니… 암담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 수준이 그래도 생각보다는 높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말만 반복할게 아니라 한번이라도 실적을 올렸어야했습니다.
노무현을 광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에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겠지만.
좀 퍼가도 되겠지요? ㅎ 자주 들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