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조건
요즘 공부 꽤나 한다는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 보면, 열에 아홉은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라고 답한다. 그냥 리더도 아니고, 글로벌 리더다. 확실히 우리가 어렸을 때와는 생각의 규모가 다르다.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왜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꿈을 꾸게 되었는지 개운치 않다.
<리더십에 관한 21가지 불변의 법칙>을 얘기한 존 맥스웰(John Maxwell)에 따르면, 사람들은 먼저 대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대신 대의를 전파하는 리더를 먼저 받아들이고, 그 리더가 얘기하는 비전을 따른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리더는 좋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나 대의명분을 제시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지식이 있고 비전이 있어도 리더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신뢰를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기회주의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은 늘 사사로운 이익에 민첩한 자들이다. 기회주의자들은 리더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설령 사람들을 속이고, 자기 자신까지 속여 리더가 된다 하더라도 기회주의자들의 밑천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기회주의자가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 조직은 금세 망가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기회주의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자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고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리더로서 받아들여질 것이고, 사람들은 리더의 비전을 따르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찌기 기회주의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기회주의자는 포섭대상일 뿐 지도자로 모시지 않는 것이 내 철학이다.
노무현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기회주의자들을 포섭의 대상으로 보았으나, 아무것도 아닌 나 같은 민초는 기회주의자들과는 말을 섞지 않는다. 다만 연민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도층이라 불리는 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회주의자들이다. 기회주의자들은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눈 앞의 이익에 민첩하기 때문에 이익을 앞세우는 세상에서 득세하게 되어 있다. 그들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저 압도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인물은 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것이다.
기회주의자가 아닌 리더가 되는 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다. 생각보다도 훨씬 힘든 일이다. 리더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를 깨닫는다면, 리더보다는 민초로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한 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꿈이 소박하면 할수록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5 thoughts on “리더의 조건”
제가 최근에 가장 관심깊게 지켜보는 이슈는 아무래도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소위 ‘진보대통합’ 논의인데요. 어제는 블로거벗이기도 한 모 진보신당 지구당 부위원장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한나라당과 조중동, 그리고 삼성으로 상징되는 정경언 복합체의 지배구도를 뚫기 위해서 또 다시 ‘비판적 지지’류의 논의가 반복되는 점이 아쉽기도 하고, 여전히 우리가 여기까지 밖에는 오지 못했구나 싶은 자괴감도 들고 그러더라구요.
비리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자리에서 만난 모 여대 교수님께서는 ‘100만 민란’에 아주 열심이신데, 제가 현재의 야권/진보 대통합 논의에 대해 정치철학과 노선을 부차적으로 내려놓은 ‘비판적 지지론의 연장’에 불과한 것 아닌가 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니, 아직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그 비판적 지지의 수준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그걸 무시하면서 각자의 정치철학을 고수할 수 있겠는가, 일단 한나라당을 퇴출시켜야지 않겠나, 이런 취지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아직 견딜만 하세요? 저는 정말 힘든데…” 이런 하소연(?)도 하시구요.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까닭은 제가 그래도 가장 지지하는 정치지도자인 심상정과 노회찬의 통합논의 과정에서 그 둘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는 정치적 성숙으로 봐얄지, 아니면 원칙의 파기로 봐야할지 생각이 어지러워서입니다. 어쨌든 8월 진보신당 전당대회에서 진보대통합의 진로가 결정되겠지만요.
민노씨 님,
아직까지 이 나라는 친일청산조차 하지 못한 나라입니다. 너무 많은 걸 기대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제가 진보신당의 입장이나 노회찬, 심상정 씨의 입장을 잘 몰라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저는 민노당 이정희 대표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 못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거기다가 참여당이나 창조한국당까지 가세하면 더 모양새가 좋겠지요.
이것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의 문제입니다. 진보신당 당원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옛날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과 두 번의 국공합작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필요하면 하는 것입니다. 당원 다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하지 않으면 되구요.
저는 진보신당의 노선을 잘 알지 못합니다. 선거참여를 통한 정권의 쟁취인지 아니면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 정부 수립인지 알지 못합니다. 과연 21세기에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 수립이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만약 선거를 통한 개량적 노선을 추구한다면 진보신당은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 교조적으로 보입니다. 밖에 있는 제3자가 보았을 때, 진보신당이 이번 진보대통합을 거부한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판단됩니다.
비판적 지지에 대해서는 민노씨 님도 읽으셨을 예전 글을 다시 링크합니다.
http://www.soyoyoo.com/archives/315
아… ㅜ.ㅜ;
길게 썼던 답글이 날아가버렸네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