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공장 세상
옛날 닭들은 말이지, 양지 바른 뒷곁에서 유유자적하며 놀았어. 벌레 한 마리 잡아 먹고 하늘 한 번 쳐다 보고, 모래 한 알 입에 물고 구름 한 번 쳐다 보고. 세상은 고요했고, 바삐 돌아가는 것은 없었어. 병아리들은 어미닭을 종종거리며 따라다니구. 가끔 시집 간 딸과 사위가 오면 제일 실한 놈이 잡혀서 털이 뽑히기도 했지만, 닭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었지.
요즘 닭들은 말이지, 공장에서 태어나고 공장에서 자라다가 공장에서 죽어 가지. 세상이 변했어. 모든 것은 돈과 경쟁으로 환원되어 버려. 닭들은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닭장에 갇혀서 하루 종일 인간들이 갖다 주는 사료를 먹고 살을 찌우지. 달걀을 낳게 하려고 잠도 재우지 않고. 30촉 백열 전구 밑에서 숨을 쉬기도 힘들어. 병이라도 생기면 항생제가 기본이고,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이 돌면 그냥 산 채로 땅에 파묻어 버리지. 불과 30년 만에 세상은 그렇게 변했어.
그런데 닭들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야. 인간들도 닭장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그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지. 더군다나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닭공장 같은 학교와 학원에 가둬 놓고 숨도 못쉴 정도로 공부를 시켜. 사실 그런 것들을 공부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지만 말이야. 아이들을 시험 잘보는 기계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인간들은 그런 것을 경쟁력이라고 불러.
이런 닭장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은 닭장 같은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거야. 거의 매일 같이 떨어져 죽거나 죽을려고 마음 먹는 아이들은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 세상이야. 중고등학교 아이들의 자살은 아예 관심도 없어. 교통사고 같이 취급이 되거든.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죽고, 대학생들도 닭공장 같은 세상을 못견뎌 죽어 나가. 그런데도 인간들은 죽은 아이들의 연약함을 비난하거든.
세상은 닭들에게도 지옥이 되었고, 인간들에도 지옥이 되었어. 정말 돈만 잘 벌고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닭공장 세상에서 행복해질 수는 있는 건지, 언제까지 이런 닭공장 세상을 견디며 살 수 있는 건지, 아이들을 닭공장으로 밀어넣는 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건지.
이런 것이 몹시 궁금한 봄날 아침인데, 목련과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었어. 아름다워서 슬프다는 것이 이런 건가?
7 thoughts on “닭공장 세상”
이러저러하니… 그래 ‘별 일 없이 사는 것으로 내 스스로 얼마나 대견하냐?’라는 생각으로 혹은 위안으로 일상을 살지만 또 이러저러한 마음 편치 않은 이야기들을 듣고 보게 되면 나 혼자만의 그 ‘별 볼 일 없는’ 위안 조차도 왠지 문득 미안한 마음에 주저하게 되네요. 잘 그리고 즐겨 읽고 있습니다.
별 일 없이 살 수 있는 건 큰 축복입니다.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지요. 지금은 별일 없이 사는 것도 큰 사치인 시대이니까요.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아이고.. 저는 그래도 닭공장에서 지내진 않고 자랐으니 다행인가요~?
물론 주위 친구들 중 극심하게 시달리기도 했지만요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한발 한발 나아가자구욤~!
고맙습니다. Playing 님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걸 깨닿고 거기에 휩슬려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같이 힘내시지요… ^_^
많은 분들이 같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복음처럼 들리는 봄날입니다. 힘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닭장같은 세상을 풍자한 이 글에 너무 공감했어요…. 제 홈페이지에 퍼가려고 합니다. 허가하지 않으신다면 위 홈페이지 정보로 오셔서 글 남겨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촌철살인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