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어느 인디언 예언자는 탐욕에 눈이 먼 세상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Only after the last tree has been cut down. Only after the last river has been poisoned. Only after the last fish has been caught. Only then will you find that money cannot be eaten.
[Cree Indian Prophecy]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
사람들은 진정 무엇이 소중한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잃고 나서 깨닫게 된다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그것을 잃고 나서도 무엇을 잃었는지,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2009년 5월 23일, 그는 홀연히 세상을 떴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몇몇 사람들은 슬퍼했지만, 많은 이들은 정작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지 못했다.
세상에 우연이란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
정의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최소한의 상식조차도 버거워하는 땅에서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정의가 이기는 역사를 만들자고 했다. 특권과 반칙을 물리치자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처음으로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보여줬다.
몇몇에게는 감동이었고, 몇몇에게는 당황이었고, 그리고 몇몇 특권층에게는 경악이었다.
경악한 이들은 그를 죽여야 했다. 그가 만들어놓은 역사를 지워야 했다. 더 이상 이 땅에서 할 일이 남아있지 않았고, 더 이상 이 땅을 견딜 수 없을 때, 그는 홀로 세상을 떴다.
몇몇은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들을 그를 욕하며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세상은 가라앉았다.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이 창궐했다. 나무들이 사라지고, 강이 더럽혀지기 시작했다. 거짓만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유일한 지혜로 군림했다.
세상에 우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운명이라고 얘기했다.
사람들은 정의 보다는 돈을, 민주주의 보다는 특권주의를, 그리고 노무현 보다는 이명박을 선택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1년이 지나도 나는 그의 사진을 보고,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그는 나에게 마지막 나무였고, 마지막 강물이었다. 그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마지막 강물을 잃은 나는 어떻게 바다에 가야할지 알지 못하고 울고만 있다. 마지막 강물이었던 그가 보고 싶다.
싱그럽게 푸른 5월은 가장 슬픈 계절이 되었다.
16 thoughts on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어제 개혁국민정당 문성근의 연설을 다시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눈물을 흘리던 그 연설이죠.
그때의 그 감동과 희망은 어디로 사라지고,
지금 가득한 이 어두운 기운은 다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국운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거의 다 된 것입니다. ㅜㅜ
글을 읽으며 그저 한없이 쓰라릴 뿐입니다.
글을 쓰면서 한없이 슬펐습니다.
요즘말로 … 진실의 함량도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커진 머리로 말장난이나 하고 , 그냥 배부르고, 즐거우면.. 그만인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요?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지요.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전 아직도 기억합니다. 대통령께서(아직 중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 힘들다고 여러분이 믿어주시지 않으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태라며 토로했지만
거의 대다수 국민들은 또 대통령이 흰소리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정말 심각한 언론 왜곡과 도저히 지금도 민주주의라고 볼수도 없는 검찰 측과의 혈전으로 무슨 이야기가 진짜인지 살피기 쉽진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 사실입니다
뭐 이전 글에서 밝히신 것처럼 아직 저희가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겠지요
대통령께서 쓰시다가 완필하시지 못한 자서전과 관련 자료들 찾아보면 얼마나 힘드셨는지 ㅡ _ㅡ;;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새로운 노사모가 태어날려면 정치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을 하고..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되는 그 시기가 와야 다시 불어올 수 있다는 글귀도 있던데.. 그 날이 올 때까지 어떤 정치인들이 버틸 수 있을런지 대통령께서도 결코 쉽지 않고 버틸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와닿았습니다(자신인 청문회 때 본의 아닌 활약으로 버틸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여튼 그 슬픈 일이 1년이 지나갔군요 내일은 정말 비가 많이 왔으면 합니다 (_ _)
하늘이 더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ㅜㅜ
어제 저녁 친정엄마랑 남편이랑 부산대 추모음악제에 갔었습니다. 제가 그런 자리에 갈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봉하에 가보고 싶은데 비 때문에 포기하고 아쉬워하는 친정엄마를 위해 거기라도 갔습니다(모친은 이제 칠순이 다 됐지만 노통을 정말 좋아하시죠. 부모님 모두 대대로 경상도, 특히 부산에서 살아왔고 87년 이후 뉴스만 하면 저와 싸웠었지만 정치적 입장도 조금씩 달라지더라구요. 모친의 지지 때문에 가족 모두 노통에게 투표하기도 했지요^^).
명계남의 과도한 감정적 배설은 거북했어요. 그래도 8천명 정도의 추모객들의 열기와 함께 대체로 행사는 차분하게 치뤄졌습니다. 다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면서 지난 주 광주항쟁기념식 장면과 노통의 죽음이 겹쳐져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참을 수 없더군요. 울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 아픈 현실이지만 우리에게 눈물을 준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이 더할 수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
섣부른 위로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뭔가 말씀드린다면, “그날의 비극보다는 당신이 걸어오셨던 길, 당신이 걷고자 했던 길을 기억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린다”는 건호씨의 말을 무겁게 생각하셨음 좋겠습니다.
훌륭한 어머니를 두셨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그런 어머니가 되고 싶네요.
전 오월의 노래 님도 이미 훌륭한 어머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정말 훌륭한 어머니이시네요. 훌륭한 어머니 손에 자란 자손들은 반드시 훌륭하게 됩니다. 피뢰침 님 가족 분들의 행복을 기도합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그래도 회사원출신 사장이 나라경제도 잘 하겠지.”
하시던 분들…
지금 삽을 드시고 계십니다. 철분은 몸속에 넘치시겠죠.
삽을 밥으로 아시는 분들,
배고픔도 잊고 철분중독에 걸리신 그 분들,
이제는 영영 밥이 어디에서 오는지 잊고
제대로 된 철분인 온갖 살상무기들을 드시려고 하시네요.
지방선거는 금새 지나고
철분중독 몸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시겠죠.
“대~한민국!!!”
선거에서 더러운 족속들에게 표를 던지고 그들과 어깨를 걸고
외치는 그 목소리, 그 악다구니, 그 몸짓…
온몸으로 국민임을 증명하겠죠…
그때, 저는 봉하에 가보려합니다.
이 나라의 세입자는 할일이 없습니다.
그분도 할일이 없으시겠죠.
봉하 잘 다녀오십시오. 그 분께 안부 전해 주세요. 저도 곧 찾아 뵙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