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心齋)
안회가 말했습니다. “부디 ‘마음의 재’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먼저 마음을 하나로 모으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다음엔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귀는 고작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고작 사물을 인식할 뿐이지만 기(氣)는 텅 비어서 무엇이든 받아들이려 기다린다. 도(道)는 오로지 빈 곳에만 있는 것. 이렇게 비움이 곧 ‘마음의 재(心齋)’니라.”
回曰, 敢問心齋.
仲尼曰, 若一志, 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聽止於耳, 心止於符. 氣也者, 虛而待物者也. 唯道集虛. 虛者, 心齋也.
<오강남 풀이, 장자, 현암사, 1999, pp. 179-180>
허구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침을 먹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어버릴 수 있다는 데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중략>
하지만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성경의 창세기, 호주 원주민의 드림타임 신화, 현대 국가의 민족주의 신화와 같은 공통의 신화들을 짜낼 수 있다. 그런 신화들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김영사, 2015, pp. 48-49>
정치적 중립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중립은 이론적 관념일 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 중립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떤 집단은 당위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
박근혜가 탄핵된 이후,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이 나라 야당(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불리고 있는)은 지리멸렬하다. 그러자 심판인 척했던 집단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선수로 등장한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로 정치를 하고, 법원은 판결로 정치를 하고, 언론은 기사로 정치를 하고 있다. 지리멸렬한 야당 대신 더 강력한 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있다. 그 정점에 윤석열이 있다.
윤석열은 검찰을 사조직으로 만들었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사실상 쿠데타를 감행했다. 하는 짓이 거의 전두환 급이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법이 정한 원칙으로 사악한 법 기술자들을 응징할 수 있을까? 우리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 노무현을 죽였던 검찰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문재인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다시 말하지만, 그 누구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무지, 무관심은 있어도 중립은 없다. 중립을 말하는 자는 모두 기회주의자들이고, 그들은 모두 악의 편이다.
[클래식 기타] 조율 주파수
6번 줄: E2 = 82.41 Hz
5번 줄: A2 = 110.00 Hz
4번 줄: D3 = 146.83 Hz
3번 줄: G3 = 196.00 Hz
2번 줄: B3 = 246.94 Hz
1번 줄: E4 = 329.63 Hz
[클래식 기타] Jesu, Joy of Man’s Desiring, J. S. Bach
Arranged by David Qualey. 6번 줄을 D(레)음으로 조율하여 연주합니다.
별의 먼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
당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을 안다.
몇 세기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
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
매번의 충돌과 생성을 통해
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퍼지고 있기에.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랭 리아브, 별의 먼지, 류시화 옮김>
If you came to me with a face I have not seen,
with a name I have never heard, I would still know you.
Even if centuries separated us, I would still feel you.
Somewhere between the sand and the stardust,
through every collapse and creation,
there is a pulse that echoes of you and I.When we leave this world,
we give up all our possessions and our memories.
Love is the only thing we take with us.
It is all we carry from one life to the next.<Lang Leav, Stardust>
[클래식 기타] Saltarello, Vincenzo Galilei
파리와 서민
파리는 나면서부터 부모한테 버려진 채 평생 가족도 집도 없이 혼자 산다. 항상 벌, 거미, 참새 등의 위협을 받지만 남을 위협하는 일은 없고, 먹이라고는 인간 사회의 폐기물밖에 없다. 파리의 생태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잔인하지 않으며 극히 조촐한, 말하자면 서민들이 사는 모습과 닮았다.
<하이타니 겐지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양철북, 2002, p. 92>
의사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부탁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의 확진자가 생기는 이때, 냉철한 이성과 생명에 대한 소명의식이 아닌, 오로지 충동과 탐욕에 의해 좌우되는 의사들의 행태를 이해한다. 밥그릇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누가 비웃을 수 있으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의사들에게 환자에 대한 연민과 자비로운 의술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이다. 그들의 어리석음, 유치한 짓들, 허영심, 탐욕, 만용, 그 모든 충동들을 이해한다. 그런 것을 결코 무시하거나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생명력이다.
때문에 그들은 맹목적인 성실, 무한한 우월감과 자만심, 한없는 유치함으로 세상의 경멸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아픈 사람들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것은 이 땅의 의사들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그들의 모든 욕망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고 싶다.
단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될 때, 성스럽게 외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그것만 없애 달라는 것이다. 그뿐이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밥그릇을 먼저 생각하는 의사들이 사이코패스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