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기어이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유시민, 기어이 희망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낙선하고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감동적인 말이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도 않아야 하지만, 밭을 잘 알기도 해야 한다. 밭을 잘 알아야 그 밭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계획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은 밭을 알아버렸다.

유시민이 정리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보름 전쯤에 나는 유시민에 대해 “희망을 주지 마라”라는 글을 썼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나는 나를 포함하여 우리 국민들이 그런 수준의 정치인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자격이 없다.

유시민은 김진표와의 단일화를 통해 경기도 지사가 되겠다고 했다. 어쩌겠는가. 기어이 희망을 만들어보겠다는데야. 말은 희망을 주지 말라 했지만, 유시민 펀드에 가입하고 경기도에 사는 지인들에게 전화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극적으로 경기도 지사 선거의 야권 후보가 되었다. 물론, 김진표가 성숙하고 합리적이었기에 가능했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노무현, 유시민 같은 정치인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 돈이란 것도 어차피 2% 정도의 강부자들이 가지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 돈에, 그리고 아파트 값에 목을 매고 있다. 4대강 죽이기로 온 강산이 초토화되어도 이명박의 지지율은 50%가 넘고, 김문수, 오세훈은 유시민, 한명숙의 지지율을 넘어선다. 온갖 거짓이 난무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이 나라는 노무현 보다는 이명박이, 유시민 보다는 김문수가, 그리고 한명숙 보다는 오세훈이 더 어울리는 나라다. 부정할 수 있을까? 노무현을 그렇게 보내고도 부정할 수 있을까? 혹시 모르겠다. 서울시민들이, 경기도민들이 갑자기 정신 못차리고 한명숙, 유시민을 선택할 지도. 하지만, 그런 일이 진정 일어나겠는가? 민주주의가 밥먹여 주냐는 사람들 천지인데,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밭은 여전히 척박하고, 잡초들은 무성하다. 밭을 탓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역사든 국민 수준 만큼 간다. 유시민의 도전은 아름답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미국 초절주의(Transcendentalism) 운동의 지도자이자 시인인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To laugh often and love much;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rsons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to earn the approbation of honest citizens and endure the betrayal of false friends; to appreciate beauty; to find the best in others; to give of one’s self; to leave the world a bit better, whether by a healthy child, a garden patch or a redeemed social condition; to have played and laughed with enthusiasm and sung with exultation; to know even one life has breathed easier because you have lived—this is to have succeeded.

<Ralph Waldo Emerson, What is Success?>

시인 류시화는 이 말을 이렇게 번역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류시화 역, 무엇이 성공인가>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안다면, 그리고 나의 삶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했다면, 나는 성공한 삶을 산 것이다. 성공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충만한 마음만 가지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덧.

위의 구절이 에머슨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군요. 누구의 것이든 깊은 성찰이 있는 구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http://www.cas.sc.edu/engl/emerson/Ephemera/Success.html

자비의 마음

자비의 마음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자비의 마음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약하거나 강하고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짧은 것이건 중간치건, 굵은 것이건 가는 것이건, 또는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살고 있는 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어느 누구도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또 어디서나 남을 경멸해서도 안 된다. 남을 곯려 줄 생각으로 화를 내어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지키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 없는 자비심을 발하라.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무한한 자비를 행하라.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장애도 원한도 적의도 없는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신성한 경지라 부른다.

May all beings be happy and secure, may they be happy-minded.

Whatever living beings there are, either feeble or strong, all either long or great, middle-sized, short, small or large,

Either seen or which are not seen, and which live far (or) near, either born or seeking birth, may all creatures be happy-minded.

Let no one deceive another, let him not despise (another) in any place, let him not out of anger or resentment wish harm to another.

As a mother at the risk of her life watches over her own child, her only child, so also let every one cultivate a boundless (friendly) mind towards all beings.

And let him cultivate goodwill towards all the world, a boundless (friendly) mind, above and below and across, unobstructed, without hatred, without enmity.

Standing, walking or sitting or lying, as long as he be awake, let him devote himself to this mind; this (way of) living they say is the best in this world.

<숫타니파타 Sutta Nipata>

이러한 가르침에 따르면,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이나 뉴라이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셨고, 성철 스님이 “나의 원수가 나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하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삶을 바라보는 태도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스님(Bhante Henepola Gunaratana)이 쓴 <위빠사나 명상>이라는 책에는 명상을 하는 11가지 태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나는 이러한 태도가 비단 명상뿐만 아니라 삶의 바라보는 태도로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삶 자체가 명상인 분들은 언제나 이러한 태도로 살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이러한 태도로 삶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삶의 근원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1.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Don’t expect anything).
  2. 긴장하지 마라(Don’t strain).
  3. 서두르지 마라(Don’t rush).
  4.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아무것도 거부하지 마라(Don’t cling to anything and don’t reject anything).
  5. 놓아버려라(Let go).
  6.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받아들여라(Accept everything that arises).
  7. 자신에게 관대해져라(Be gentle with yourself).
  8. 자기 자신을 탐구하라(Investigate yourself).
  9. 모든 문제를 도전 과제로 간주하라(View all problems as challenges).
  10. 심사숙고하지 마라(Don’t ponder).
  11. 차이에 머무르지 마라(Don’t dwell upon contrasts).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스님, 위빠사나 명상>

아무것도 집착하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비교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삶이 물처럼 머무르지 않고 흘러감을 알아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도의 경지가 아닐른지.

슬픈 5월, 평화로웠다

슬픈 5월, 평화로웠다

빙하기 같은 4월을 뒤로 하고, 5월이 되자 온 산들이 들고 일어섰다. 바람에 온기가 실려 있었고, 나무와 꽃들은 저마다의 싱그러움을 자랑했다. 산을 보고 들을 보면, 달라진 것이 없었다. 때가 되면 꽃이 피었고, 나뭇잎이 돋았으며, 새들이 날아왔다. 한가하고 평화로웠다. 천안함으로 죄없는 병사들이 수장되어도, 구제역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동물들이 산채로 땅에 묻혀도, 켜켜이 쌓인 슬픔으로 끝없이 침잠하여도 자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평화로웠다. 유시민이 정리한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봉하 들판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어 해가 떠오르는 남동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일출 시간이 지났지만 두터운 구름과 자욱한 아침안개 때문에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태양이 솟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리를 곧게 펴고 섰다.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 마을의 정겨운 산과 들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웠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사람들은 언제까지 그를 기억할까. 해마다 5월이 되면 그의 모습을 기억할까. 따뜻한 바람에 실려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평화로운데,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는 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정녕 평화로웠을까.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를 마쳤다. 몇가지 일을 하고, 두끼 식사를 하고, 책을 몇 줄 보았다.
유시민,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말라

유시민, 더 이상 희망을 주지 말라

나는 노무현 지지자이다. 그리고 노무현이 거의 공식적으로 인정한 후계자, 유시민을 지지한다. 노무현과 유시민은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정치인이다. 지지자들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그런 정치인이다.

유시민이 경기도 지사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난리가 났다. 수구,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모두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유시민이 제2의 노무현임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다시는 제2의 노무현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처럼 유시민은 죽어줘야 했다.

민주당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장에 김민석을 내보냈다. 김민석이 누구인지는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기회주의자의 대명사. 민주당은 과연 단일화를 하기 위해 김민석 같은 자를 협상장에 내보냈을까.

경기지사 김문수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유시민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래도 상관없다. 민주당이나 야권은 차라리 김문수가 이기는 꼴은 봐도 유시민이 승리하는 것은 볼 수가 없다. 왜? 제2의 노무현이 나오면 안되니까.

나는 유시민이 출마를 접었으면 한다. 이유는 하나다. 더 이상 이런 나라에 노무현, 유시민 같은 정치인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 이런 국민들은 노무현이나 유시민 같은 정치인을 감당할 수가 없다. 유시민이 주는 희망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문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그 희망을 거둬들여야 할 때이다.

이 나라는 노무현을 죽였다. 나는 그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가 노무현을 죽였다고. 이제 그 댓가를 치루고 있다. 아니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예수를 죽인 이스라엘 민족처럼 한 2천년 정도 고난을 받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시민,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말라. 노무현처럼 하겠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은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나 대접받을 수 있는 정치인이다. 거짓과 탐욕으로 얼룩진 이 나라에서 당신들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이 나라 국민들은 일말의 기대조차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아직은 절망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유시민이 나서지 않았으면 한다.

희망을 말하지 말라. 기대를 갖게 하지 말라.

나도 가끔은 수구꼴통이고 싶다

나도 가끔은 수구꼴통이고 싶다

3주간 블로그를 팽개쳐 놓았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잡초가 우거지고 점점 황폐해지듯이, 블로그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장조차 잘 들르지 않는 블로그엔 스팸 댓글만이 쌓여 있었다. 오랜만에 청소를 했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글로 쓰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단순하게 그들이 짖어대는 대로 믿어주고 싶기도 했다.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보도를 믿어주고 싶었다. 아무 증거가 없어도 상관없이. 아주 단순하게 쓰레기 언론들이 보도하는 대로 그냥 생각없이 믿어주고 싶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고, 진심에서 나오는 눈물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4대강 사업은 홍수를 방지하고 자연을 살리는 사업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명숙 전총리는 총리공관에서 곽사장으로부터 5만불의 현찰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믿고 싶었다. 법원의 무죄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수구꼴통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김대중, 노무현은 빨갱이 좌파이고, 그들이 집권했던 10년이 “잃어버린 10년”임을 믿어주고 싶었다.

이 땅에서 수구꼴통으로 사는 것은 참 단순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무 걱정없이, 고민없이, 의심없이 그냥 정부나 언론이 얘기하는대로 그냥 믿으면 된다. 반대하는 자들은 그냥 “좌빨”로 몰아붙이면 된다. 가끔은 나도 그렇게 단순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다.

지방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나라는 별 희망이 없어 보인다.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거짓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오늘 하루 별일 없었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무능보다 나은 부패” 정권의 “유능한” 천안함 침몰 대응

“무능보다 나은 부패” 정권의 “유능한” 천안함 침몰 대응

지난 열흘 동안 드러난 정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천안함 침몰은 바다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거대한 안전사고로 보인다. 배에 물이 들어오자 함장은 항로를 이탈해 섬 연안으로 배를 몰았으나 급격한 침수로 배꼬리는 침몰되기 시작했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배는 두동강 나버렸다. 배꼬리에 있던 46명의 병사들은 바다에 수장되었고, 사건 발생 열흘만에 처음으로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청와대와 군 수뇌부는 이 사건의 전말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자들이 지난 열흘 동안 한 일이라고는 이 사건을 어떻게 은폐할 것인지였다. 모든 정보가 담겨 있는 교신 일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함장을 비롯한 58명을 생존자를 병원에 격리시켜 놓았으며, 국방부 장관이란 자는 연일 국회에서 “어뢰 가능성” 등을 흘리고 있다. 애꿎은 잠수부대 대원들만 목숨걸고 개고생했고, 그 와중에서 한주호 준위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군다나 수색 작업에 참가했던 금양호마저 침몰해 어부 9명마저 사망하거나 실종했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이런 엄청난 안전사고만으로도 해군과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는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텐데 이 자들은 지금까지도 사건을 은폐하여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며, 수장된 병사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그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급기야 감당할 수 없는 거짓이 되었을 때 그 거짓은 파멸을 낳는다. 이것은 거짓의 달인 이명박이 정권을 잡았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수구반동 기회주의 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무능한 좌파 정권 10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사기를 일삼았다. 어리석은 국민들은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모든 비극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무능보다 나은 부패 정권이 보여준 “유능한” 대처란 사건을 어떻게 은폐하고 책임을 어떻게 회피하며 국민을 어떻게 기만하는가에 있다. 이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이다. 이미 조중동 같은 쓰레기 언론과 떡검이라 불리는 검찰을 등에 업고 손바닥으로 계속 해를 가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것이 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아니 통하게 만들어 버릴 자들이다. 이들은 탐욕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고, 오직 부패와 사기에만 유능할 뿐이다.

이들의 거짓말과 은폐, 그리고 사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현역장군조차 인터넷과 휴대 전화 때문에 이제는 옛날같은 군부 쿠데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시대에 이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고 있다. 화수분 같은 이들의 거짓과 기만의 향연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 땅의 어리석은 백성들은 이들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을까? 탐욕과 거짓과 사기가 승리할 수 있을까?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과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 전달되고 공유되는 이런 시대에도 탐욕과 거짓과 사기가 계속 승리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모든 장병들과 선원들의 명복을 빈다. 다음 생에서는 거짓된 세상에 태어나지 말길 빌 뿐이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

지난 3월 26일 (벌써 5일 전의 일이다)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이 두동강이 난 채 침몰했다. 천안함에는 승조원 104명이 타고 있었는데,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실종자들은 침몰된 배꼬리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진척이 거의 없다.

함장을 포함한 58명이 구조되었는데도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해군과 국방부 그리고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밝힐 만한 정보를 내놓고 있지 않다.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은 어떤 이유에 의해선지 노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사고는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고 여러 가지 추측과 억측만 난무할 뿐이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언론과 한 차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하나마나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고 원인은 = 내부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인양 후에 진상조사를 하면 알 수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반파돼 배 반쪽은 없어진 상태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사항이다. 인양후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 답변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이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답변이다. 침몰 사고의 당사자이자 책임자가 이런 계산된 답변을 한 것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정말 모르든지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최원일 함장의 답변 중에서 그나마 가치가 있는 것은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라고 얘기한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동문서답은 배에 대해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리 아들(상병 정범구)이 전에 한번 배타면 10~15일 후 복귀하는데 수리를 위해 들어온다고 하더라. 정말 배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실을 말해달라 = 순식간에 두동강이 났다. 사고지점은 평소 작전지역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꽝하는 폭발음 이후 함장실에서 나와보니 선체 후미 부분이 안보였다.

배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원일 함장은 엉뚱한 답변을 한다. 질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지점에 대해서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은 천안함 같은 큰 배가 정상 항로를 이탈해서 수심 30미터도 되지 않는 연안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 지역은 백령도 남쪽 인근 연안으로 수심이 낮은 곳이었다. 어떤 작전 때문에 천안함이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군당국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고 직후 최원일 함장은 휴대전화로 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새떼를 비행물체로 오인해 76mm 대공포를 5분 동안 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며, 사고 지점에 해군이 먼저 도착하고도 아무런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도 그렇고, 최첨단 군함들이 이틀 동안이나 침몰된 함미를 찾지 못하고어선이 찾을 때까지 기다린 것도 그렇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데, 정작 이런 의문을 해결할만한 답변을 군당국은 제시하지 못하거나 안하고 있다.

오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항해사가 본 천안함 침몰 원인은 침수다”라는 글은 그동안 나온 여러 추측 가운데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으로 판단된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피로 누적으로 천안함이 두동강 났다는 것이다. 이런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에 의한 선박 사고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이미 경험한 바가 있는 것이다. YTN의 보도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안함은 칼로 자른 듯이 두동강이 났고, 폭발로 인한 사상자가 없다는 점, 아무런 부유물도 없고, 화약냄새도 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는 피로 파괴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천안함 자체의 결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QUESTION: South Korea’s defense minister said he did not rule out North Korea’s involvement in the sinking of the South Korean vessel, Yellow Sea. So do you have any comment?

MR. CROWLEY: Well, we’ll defer to South Korea to make their judgment. I don’t think we’re aware that there were any factor in that other than the ship itself.

질문 : 한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 군함의 침몰에 북한이 연루 되었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대해 할말 있나?

크롤리 차관보 : 글쎄,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은 한국정부가 할 일이지만, 우리는 천안함 자체 말고는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국무부 Daily Press Briefing 2010년 3월 29일]

지난 5일 간 해군을 비롯한 국방부와 정부의 행태로 봤을 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군과 정부는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생존자들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밝혀질 경우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의 지휘 체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며, 이명박 정권과 다가올 지방 선거에도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천안함 꼬리에 40여명의 장병들이 갇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살아나올 확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젊은이들이 지은 죄라고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에 입대한 것뿐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을 지키겠다고 배를 탔다는 것뿐이다.

청와대 지하벙커에는 군 면제자 또는 기피자들이 안보장관회의라는 것을 열고 있고, 천안함 배꼬리에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 장병들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구하겠다고 나선 노병 한주호 준위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난 2년간 이 나라는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별일 없이 살았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지독히 운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천안함 실종자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제 무죄 추정의 원칙도 사치인가

이제 무죄 추정의 원칙도 사치인가

먼저 이글은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김길태를 변호하거나 두둔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김길태가 진짜 여중생을 살해한 범인이라면 그는 그런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댓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김길태가 체포된지 며칠이 지났다. 경찰은 시체에서 나온 김길태의 DNA가 나왔다며 김길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김길태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증거는 시체에서 나왔다는 김길태의 DNA뿐이다. 그것 이외에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 DNA 증거를 100% 인정한다 해도 아직 김길태에게 살인범의 혐의를 씌울 수는 없다. 그는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살인을 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들이 김길태를 싸이코패스로 몰기 시작했다. 그가 진짜 싸이코패스인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알려진 것은 그가 성폭력 전과가 있는 전과자라는 것이다.

인간이 예외없이 누려야할 권리 중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자나 피고인은 될 수 있지만, 범죄인은 아니라는 원칙이다. 이것은 세계 인권 선언 제11조 1항과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4항에 명시되어 있는 원칙이다.

세계 인권 선언 제11조 1항

모든 형사피의자는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보장된 공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4항

형사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를 다룰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김길태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진짜 범인은 따로 있는데, 김길태가 그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하든, 평생 감옥에 갇혀있게 되면 어찌 하겠는가? 김길태라고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게 김길태가 아니고 당신이나 나라면?

이번 김길태 사건은 2008년 12월에 발생한 조두순 사건과 엄청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조두순은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살해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인생이 망가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언론은 처음에는 그 사건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성폭력 상해나 살인 사건이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사건 발생 후 9개월이 지나고 한 방송국에 의해 이슈화되자 그때부터 난리가 났는데, 그때도 언론은 그 사건을 “나영이 사건”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석연치 않다. 유래없이 이명박이 개입했다. 개입하자마자 방송은 유래없이 특별방송까지 편성해 공개수배에 나섰고, 미적대던 경찰은 갑호비상령까지 내리면서 용의자 체포에 주력했다. 그리고 거의 전 언론이 달려들었다. 왜 그랬을까? 왜 조두순 사건 같은 수많은 성폭력 상해, 살인 사건에는 크게 관심을 안보이던 권력과 언론이 이번 사건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었을까?

권력과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배경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김길태가 진짜 범인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직 결정적 증거가 없고, 피의자의 자백조차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김길태를 살인범으로 단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증거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사치품이 아니다. 그것은 이명박이든, 김길태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보편타당한 원칙이다. 물론 어떤 이는 흉악범에게 무슨 인권이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김길태가 흉악범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가 흉악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 경우에는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니 결정적 물증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처럼 우리는 신중하게 기다려야 한다. 그때 김길태를 욕하고 처벌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