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연설문

매력적인 연설문

지난 봄에 딸아이가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에 출마하면서 했던 연설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 후보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을 칭찬할 때 엄지손가락을 들지 않습니까? 제가 바로 이 엄지손가락의 주인공 기호 1번 OOO입니다.

여러분! 저는 이 학교에 전학와서 전교생이 항상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모두가 인사를 잘하는 예의바르고 성실한 학교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여러분은 한 장님의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한 장님 할아버지가 밤에 손전등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걸어가던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앞이 안 보이시는데 왜 손전등을 들고 가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나는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어두운 밤길에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장님 할아버지처럼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를 뽑아 주신다면 서로서로 배려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호 1번 OOO을 기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서로서로 배려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부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아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덕목 중 하나인 배려를 이미 알아버린 딸아이가 기특하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스승이자 거울이다.

어버이날, 사랑하는 딸이 보낸 편지

어버이날, 사랑하는 딸이 보낸 편지

아침에 이메일을 열어 보니, 딸아이로부터 편지가 와 있었다. 어버이날이라고 엄마 아빠한테 제법 그럴 듯한 편지를 보낸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이런 편지를 보냈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그 처지가 뒤바뀌어 버렸다. 딸아이의 마음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사랑하는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요즘은 파릇파릇한 초록빛 나뭇잎이 한창 피어나면서 나무가 옷을 갈아입는 것 같아요. 이제 여름이 되려나 봐요. 햇살도 따뜻하고요. 저에게 햇살만큼 따뜻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제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곁에 있어 주시고, 제가 아플 때 잠들 때까지 간호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이제 엄마 피곤하실 때 옆에서 심부름이랑 안마 많이 해드릴께요.

아빠, 제가 아플 때 일찍 퇴근해서 함께 놀아주시고 기분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보고싶은 영화나 책을 아낌없이 사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책을 많이 읽어서 훌륭한 사람이 될께요.

엄마, 아빠! 은하수에 있는 별들 보다도 많이 사랑해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12. 5. 7.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예쁜 딸 올림

“은하수에 있는 별들 보다도 많이 사랑”한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어린 녀석이 어디서 이런 표현을 배웠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천사같은 아이들을 가진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오늘 하루 만큼은 부디 행복하시길.

반야심경(般若心經)

반야심경(般若心經)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아름답고도 거룩하신 지혜의 완성자께 예를 드린다.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 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이 지혜의 완성을 실천할 때
존재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에 실체가 없음을 보고
중생의 모든 괴로움과 재난을 건졌다.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물질적 현상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물질이 곧 공이요 공이 곧 물질이며,
느낌과 생각과 의지 작용과 의식도 그와 같이 실체가 없다.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이 모든 존재의 실체가 없음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그러므로 공에는 물질이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 작용과 의식도 없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의식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영역도 없고 의식의 영역까지도 없다.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無苦集滅道 無智亦無得

무명도 없고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음과 죽음도 없고 늙음과 죽음의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을 없앰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다.

以無所得故 菩提薩埵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罣礙

얻을 것이 없으므로 보살은
지혜의 완성에 의지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다.

無罣礙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고
뒤바뀐 생각을 버리고 영원한 열반에 들어간 것이다.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故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 지혜의 완성에 의지하여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다.

故知 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그러므로 지혜의 완성은 가장 신비한 진언이며
가장 밝고 가장 높은 무엇에도 견딜 수 없는 진언이다.

能除 一切苦 眞實不虛

그것은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거짓이 없으므로
진실한 것임을 알아라.

故說 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진언은 지혜의 완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해진다.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는 이여, 가는 이여, 피안으로 가는 이여,
피안으로 온전히 가는 이여, 깨달아지이다.)

예봉 연대기

예봉 연대기

우리 부부는 딸 아이를 예봉이라 부른다. 이름이 따로 있는데도 우리는 그 녀석을 예봉이라 부른다. 11년 전 어느 날, 그러니까 그날은 봄이 막 시작할 무렵이었는데도 엄청난 눈이 내렸다. 예봉이는 긴 기다림 끝에 봄눈처럼 우리를 찾아왔다.

예봉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녀석은 차라리 한 마리 토끼였다. 눈도 뜨지 못하고, 머리가 너무 크고 팔이 짧아 만세를 부르지도 못했다. 한 마리의 작은 토끼. 아빠 품에 안긴 녀석은 드디어 눈을 뜨며 이 세상과 처음으로 조우했다.

몇 달이 지나자 예봉이는 배밀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면서 점점 사람 꼴을 갖추기 시작했다. 세상은 예봉이를 중심으로 돌았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지만, 그만큼 겁도 많았다. 행복은 새벽 안개처럼 우리 가족을 감쌌다.

세월이 흐르고, 녀석은 인간의 언어를 배워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면서 글을 깨우쳤고, 셈을 하기 시작했다. 예봉이가 부쩍부쩍 클 때마다 우리는 문득 서운함을 느꼈다. 예봉이가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 다시 그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예봉이는 학교에 들어갔고, 우리는 드디어 학부모가 되었다. 늘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던 녀석이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예봉이가 커 갈수록 점점 아내를 닮아간다. 얼굴이 그렇고 마른 체형이 그렇고, 큰 키가 그렇다. 이제 녀석의 얼굴에서 점점 어린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점점 소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소녀가 된 예봉은 언젠가 부모 곁을 떠날 것이다. 녀석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우리 부부는 언제나 녀석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예봉이가 있는 곳은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며, 우리는 늘 녀석의 행복을 기도할 것이다. 세상은 늘 완전했으며, 우리는 그것을 문득문득 깨달을 것이다.

사랑한다. 예봉아! 내 딸아!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

안철수는 진영(당)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고, 유시민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당도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정치에 있어서 사람보다도 당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있어서 당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나 정당을 지지하기 전에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그 인물이나 정당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신중히 살펴보는 일이다. 그 역사의 궤적이 바로 그 인물이 또는 그 정당이 어떤 좌표를 가지고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516쿠데타의 주역인 박정희의 민주공화당(공화당)이 나온다. 공화당이 창당될 때 이승만의 자유당 잔재 세력을 흡수했기 때문에, 이승만의 자유당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정희의 공화당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으로 흡수되고, 민정당은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삼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민자당)으로 탈바꿈한다. 민자당이 신한국당이 되고, 신한국당이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한나라당이 되며, 바로 이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꿔 새누리당이 된다.

지금 새누리당의 대표가 박정희 딸인 박근혜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독재자 아버지가 원조인 당을 수십년이 지난 후에 딸이 물려받은 것은 것이다. 친일과 독재와 군사쿠데타의 피가 면면히 흐르는 정당이 바로 새누리당인 것이다.

총선이나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는다는 것은 친일과 독재에 부역하는 것이고, 군사쿠데타를 용인하는 것이며, 민간인 사찰과 같은 중대 범죄에 암묵적 공범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히틀러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네오나찌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본질은 보수도 아니고, 극우도 아니다. 그 본질은 자기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목적만 달성할 수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인데, 그것들이 도를 지나쳐 이미 범죄의 수준을 넘어섰다.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 범죄자들과 한패가 된다는 것이고, 본인이 기회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과 한패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을 찍어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만들라. 그들을 처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어떤 짓을 해도 유권자 30%의 고정표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그렇게 후안무치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름을 놔둔다고 새살이 되지 않는다. 고름은 도려내야 한다. 새누리당은 민주주의의 고름과 같은 존재다. 투표율 70%면 도려낼 수 있다.

새누리당을 찍는다는 것은 단지 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서민들의 삶을 짓밟는 것이며, 우리 아들 딸들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어른들의 죄악 그리고 불안

어른들의 죄악 그리고 불안

서머힐 학교를 세운 진보적 교육자 알렉산더 닐(Alexander S. Neill)은 현대 문명의 죄악과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는 어른들의 불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 문명의 죄악은 어린이들을 마음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게 하는 데서 생긴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사실상 어른이 되기 전에 이미 어른으로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어린이의 놀이에 대한 충동을 억제할 때의 원인은 한 마디로 불안 때문이다.

어린이의 장래를 염려하는 어른들의 불안이 어린이의 놀 권리를 빼앗도록 잘못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소년 시절을 이제 더 이상 상기할 수도 없고, 스스로 만족스럽게 놀지도 못했으며,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펴지도 못했던 부모들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 놀 능력을 상실한 어린이는 영혼이 죽었고, 그의 친구들에게는 하나의 위험이 된다.

[A. S. 닐, 서머힐]

이제 아이들이 노는 법도 학원에서 배워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검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검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어젯밤 꿈에 노무현 대통령을 보았다. 대통령은 몸이 편찮은 듯 누워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검찰을 손 봐야 한다고 간언을 하고 있었다. 검찰의 인적 쇄신 없이는 그리고 사법 체계의 쇄신이 없이는 우리의 미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미래도 없다고 거의 매달리다시피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표현은 이렇게 점잖게 했지만, 꿈 속에서는 검찰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몹시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런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안된다고 내 요구를 거절하였다. 나는 그런 대통령이 너무 답답했다. 그렇게 검찰에 당하고도 어떻게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너무 답답하여 가슴을 치다 잠을 깼다.

새벽에 <나는 꼼수다> 봉주 7회를 듣다가 부천지검에 있는 박은정 검사가 양심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경원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자기 배우자 건에 대해 특정인을 기소해달라는 청탁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박은정 검사가 그런 양심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사람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저항하는 이유는 사람이고 싶어서다.”

<‘나꼼수’ 봉주 7회, 박은정 검사 “나경원 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 청탁”, TV리포트>

나는 그동안 검찰이란 조직에 몸담은 자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검사동일체라는 고리타분한 봉건적 원칙 아래 자신들의 특권만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있는 이 집단은 이 나라의 어느 범죄 조직과 견주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을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죽인 자들이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결코 구원받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자들이다.

그런 추악한 집단 안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박은정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오늘 또 한사람의 의인을 발견했다. 그리고 왜 꿈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을 쓸어버리자는 내 요구를 거부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가슴에 사무친다.

박은정 검사의 이름 석자를 이 블로그에 남겨 기억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그 무엇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머리 속에서 맴돌던 물음 하나,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고, 왜 가르치고 왜 배워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세웠던 윤구병 선생은 교육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육의 궁극 목표는 두 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고, 둘째는 함께 어울려 사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 차례가 바뀌어도 괜찮다. 이 목표를 이루면 교육은 성공하는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야 마땅하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사는 곳이 다르다고 이 궁극 목표가 달라질 수 있는가? 천만에!

<윤구병, 변산공동체학교>

윤구병 선생의 말씀에 비추어 보면,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생의 절반을 학교에서 보냈어도 아직도 이 두 가지를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이 땅의 교육이 제대로된 교육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스스로 일용할 곡식을 기르고, 스스로 아픈 몸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에게 배움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죽기 전까지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 알았으니 힘써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어울려 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난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난다

한나라 무제 때 (기원전 139년), 회남왕 유안이 집대성한 <회남자> 제3권 천문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아래로 흐른다. 그러기에 새는 높이 날고 물고기는 물 아래로 헤엄친다. 사물은 유유상종하고 본말이 상응한다. 그러므로 양수가 햇빛을 받으면 불이 일어나고, 대합이 달빛을 받으면 즙액이 흘러 물이 생긴다. 호랑이가 포효하면 동풍이 불고, 용이 하늘에 오르면 상서로운 구름이 모인다. 고래가 죽을 때는 혜성이 나타나며, 누에가 실을 토해내면 현악기의 상음을 내는 줄이 끊어지고, 유성이 떨어지면 발해에 해일이 일어난다.

<회남자, 김성환 역, 살림, p.225>

밤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면 심연에 머무르던 고래가 이 지구별에서 떠나가는 것이고, 기타를 치다가 줄이 끊어지면 실을 토해내는 누에들이 생각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구절들인지 한참을 생각하며 읽어보고 또 읽어보았다.

이 지구별에 있는 생명들은 모두 그렇게 이어져 있다.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인간들은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됨으로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회남자>는 확실히 <도덕경>이나 <장자>를 이을만한 책이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

짚 한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자연을 벗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경전과도 같은 책이다. 이 책이 오래 전에 절판되어 헌책방에서조차 찾기 힘들었는데, 작년 가을 녹색평론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인간들이 하는 일이 모두 무가치하고, 쓸데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세상 모든 것이 無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연농법을 개발하여 인간들의 지혜와 욕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증명하였다.

땅을 갈지 않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도 않으며, 풀조차 뽑지 않는 무위의 농법. 그 농법이 인간들이 과학이라는 것을 동원해 개발한 관행농법이나 유기농법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증명해냈다. 물론,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 즉 돈으로만 환산하는 자본주의 세상의 인간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농법이지만 말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인간들이 만들어 놓고, 인간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량한 과학을 동원한다. 본질을 해체하는 분석의 과학 때문에 인간들은 점점 더 자연과 신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들은 자연과 같이 완벽한 시스템을 창조할 수 없다. 흉내내려 하지만 또다른 문제만을 만들 뿐이다.

인간들의 욕망과 공포는 수많은 걱정거리를 만들어냈다. 결국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이러한 걱정거리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아무 걱정하지 마라. 세상은 완벽하고, 이미 구원되어 있는데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 책은 노자나 소로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사실 다음과 같은 예수의 가르침과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또는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마라.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훨씬 소중하지 않느냐? 몸이 옷보다 훨씬 소중하지 않느냐? 하늘에 있는 새를 보아라. 새는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쌓아 두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새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너희 중에 누가 걱정해서 자기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느냐? 너희는 왜 옷에 대해 걱정하느냐? 들에 피는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 보아라. 백합은 수고도 하지 않고, 옷감을 짜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하나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옷을 입어 보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오늘 있다가 내일이면 불 속에 던져질 들풀도 이렇게 입히시는데, 너희를 더 소중하게 입히시지 않겠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혹은 ‘무엇을 입을까?’ 하면서 걱정하지 마라. 이런 걱정은 이방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에게 이 모든 것이 필요한 줄을 아신다. 먼저 아버지의 나라와 아버지의 의를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고, 오늘의 고통은 오늘로 충분하다.

<마태복음 6:25-34>

하늘을 나는 새도, 들에 피는 백합화도 아무 걱정이 없는데, 인간들만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오지 않은 시간을 가불하지 말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누리라. 그리하면 아무 걱정이 없으리로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은 세상 모든 이들이 읽어야만 하는 경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