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공범 되기

세월호 공범 되기

세월호 침몰을 언론에서는 “세월호 참사”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로 죽은 꽃다운 아이들과 무고한 시민들은 집단 살해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배가 침몰할 당시, 구조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선장과 선원과 해경과 정부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충격적이다.

1차적인 책임은 위급 상황에서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먼저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이 져야 할 것이고, 그런 사태를 불러온 청해진해운도 1차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의 안전에 책임져야 할 정부와 해경도 역시 1차적 책임자이다.

세월호 침몰의 씨앗은 이미 2008년도에 잉태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돈 몇 푼 아끼겠다고 “규제완화”란 미명 하에, 해운법을 변경하여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이다. 이런 “규제 완화”로 인해 청해진해운처럼 부도덕한 기업이 2012년 일본에서 퇴역한 배를 사들여 구조를 변경했고, 단지 돈만 벌기 위해 위험한 항해를 계속했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 법을 변경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몰랐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도덕한 정부와 부도덕한 기업 등 이 땅의 지배세력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보다는 자기들의 권력과 돈을 추구하는 족속들이니까.

이명박과 박근혜가 박정희, 전두환과 본질적으로 다르진 않지만, 그들은 박정희, 전두환처럼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다. (물론, 박근혜의 경우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 결국 국민들의 의해 선출된 권력에 의해 이런 비극이 벌어질 환경이 조성되고, 이런 환경에서 권력의 비호를 받는 부도덕한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짓을 서슴없이 벌인다.

이명박, 박근혜를 찍었던 사람들은 이 비극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꽃다운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 그들은 이렇게 변명할지도 모른다. 이명박, 박근혜를 찍을 때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그래, 그때는 몰랐다고 치자. 몰라서 그랬다고 하자. 이제 눈앞에서 300여 명이 수장되는 것을 목격했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을 계속 찍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월호 비극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하는 한, 세월호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는다. 300여 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랠 수도 없다. 아니 앞으로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는 이 땅의 모든 탐욕이 만들어낸 상징적인 비극이다. 먼저 간 아이들에게 일말의 미안함이 있다면, 그들의 넋을 달래길 바란다면,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한다.

세월호의 공범이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고승덕의 역설

고승덕의 역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고승덕은 아주 훌륭한 딸을 두었다. 고승덕의 딸 고희경은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 고승덕이 왜 교육감 후보로 적합하지 않은지를 논리정연하게 밝혔다. 고승덕의 인물됨이야 이미 오래 전에 알았던 것이고, 고승덕의 개인 가정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딸의 공개적 낙선 운동으로 그가 집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안에서조차 존경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처와 이혼하고 난 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를 방치하고 돌보지 않았음을 물론이고, 어떠한 경제적, 교육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부부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혼할 수 있다. 하지만 피를 나눈 자식은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천륜의 정이 있다. 이혼한 부부라도 자식을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고승덕은 이혼 후에 자식들과의 왕래는 고사하고, 전화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람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고,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되었다. 고승덕의 딸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남들이 보기에 또는 본인이 느끼기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버지 고승덕의 관심과 사랑과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었고, 서울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을 위해 자기 아버지의 본질을 까발렸다. 만약 고승덕의 딸이 고승덕과 같이 살았다면, 정몽준의 아들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을 미개하게 여기고 고승덕처럼 겉과 속인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에게 더 좋았을 인생인지 속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고승덕의 딸은 훌륭한 시민이 되었다는 것이고, 고승덕은 교육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승덕은 자기 딸의 교육에 무관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딸을 훌륭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고승덕이 서울시 교육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서울시 교육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지 모른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승덕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그 책임과 결과는 모두 서울시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고희경의 용기에 감사하며,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  
우산봉에서 비를 맞다

우산봉에서 비를 맞다

계룡산의 변방에 자리잡은 갑하산우산봉은 현충원을 둘러싸고 있는 전망좋은 산이다. 유성은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나오는 살기 좋은 곳 중 하나인데, 그 중 현충원 자리는 매화낙지형의 명당이라 불린다. 그 명당을 둘러싼 갑하산, 신선봉, 우산봉의 능선은 현충원을 내려다 보기도 좋고, 저 멀리 국립공원 계룡산의 연봉들을 조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 신선봉에서 우산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숲과 바위가 어우러지고, 소나무가 많아 걷기 편한 길이다. 솔향기 가득한 숲과 낙엽으로 푹신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속세의 시름을 모두 잊고 자연과 하나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산길에서 비를 만났다. 빗방울이 나뭇잎들을 간지르고,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가 구슬피 울었다. 나무들은 비가 오는 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소리 없이 환호하면서 청정한 숨을 내쉬었다. 비와 함께 향긋한 숲 냄새, 산 냄새, 바위 냄새가 피어 놀랐다. 아카시아 마른 꽃잎이 눈꽃처럼 길 위에 깔렸다. 칡넝쿨은 신이 나서 나무를 감으며 기지개를 켰다. 무릉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우산봉에서는 우산 없이 비를 맞아야 한다. 그 빗속에서 산이 되고, 숲이 되고, 나무가 되어야 한다. 우산봉에서 비를 맞으며 자연의 온전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갑하산

이번 산행은 대전둘레산길 8구간이었다. 산행 거리는 약 10km이고, 시간은 약 4시간이 걸렸다.

좋은 음반들

좋은 음반들

좋은 음악과 노래에는 감동이 있고, 인생이 있다. 사랑의 아픔을 노래하고,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지난 기억들을 불러온다. 음악에 관해 전문 지식은 없지만, 들으면 어떤 음악이나 노래가 좋은지는 알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들은 반복적이고 중독성이 강하지만, 여운이 없고 쉽게 질린다. 인기있는 노래라 하더라도 1~2주를 넘기기 어렵고, 또 다른 비슷한 신곡이 나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노래에서 사랑과 삶은 사라지고, 말초적 자극만 남았다.

자주 듣는 음반들은 이미 몇 십년이 지난 것들이지만, 그렇게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더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더러는 이미 무대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음악은 여전히 가슴 속에 살아 있다.

자주 듣는(또는 들었던) 음반들을 적어 본다.

  •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1993: 김광석은 우리 시대의 청춘이었다.
  •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1995
  • 김현식, 2집, 1984
  • 김현식, 3집, 1986
  • 넥스트, 2집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1994
  • 델리 스파이스, Deli Spice, 1997
  • 들국화, 1집 들국화, 1985
  • 루시드 폴, 1집 Lucid Fall, 2001
  • 미선이, Drifting, 1998
  • 봄여름가을겨울, 1집 봄여름가을겨울, 1988
  • 브라운 아이즈, 1집 Brown Eyes, 2001
  • 양희은, 1991 그 해 겨울, 1991
  • 어떤날, 어떤날 I, 1986
  • 어떤날, 어떤날 II, 1989
  • 언니네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1987
  • 이문세, 4집, 1987
  • 이문세, 5집, 1988
  •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2009
  • 토이, 6집 Thank You, 2007

노무현의 글쓰기

노무현의 글쓰기

참여정부 연설문 작성 비서관이었던 강원국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글쓰기(특히, 연설문)에 관한 한 최고의 안목과 역량을 갖춘 정치인이었다. 수구 기회주의 세력들은 그의 말투를 문제 삼아 끊임없이 그를 헐뜯었지만, 연설에 관한 한 노무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가였다. 강원국이 펴낸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에 노무현 대통령이 비서관에게 내린 32개의 글쓰기 지침이 나온다. 그것은 연설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은 것들이다. 그 중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 쉽고 친근하게 쓰게.
  •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 중요한 것은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서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네.
  •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pp. 19-21>
이 나라는 한때 이런 수준을 대통령을 가졌었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얘기 같지 않은가.
도덕봉에 오른다고

도덕봉에 오른다고

5월의 산은 아기의 솜털 같다.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림이다. 그 싱그러운 푸르름이 막 피어오르는 5월의 산. 그 산을 외면하기란 불가능하다.

오랜만에 계룡산 수통골에 있는 도덕봉에 올랐다. 도덕봉에 오른다고 더 도덕적인 인간이 되지는 않겠지만, 도덕봉을 포함한 모든 산들은 인간을 조금 더 겸손하게 한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연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다.

산행은 대전과 공주의 경계인 삽재에서 시작되었다. 도덕봉과 자티고개, 금수봉삼거리를 거쳐 수통골로 내려왔다. 산행 거리는 약 8km 정도고, 시간은 약 3시간이 걸렸다. 원래는 금수봉과 빈계산까지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산행 전날,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산넘어산GPS라는 앱을 받았다. 이 앱을 이용하니 산행동안 거의 모든 행적이 기록되었다. 바야흐로 이제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대에 사는 것이다.

블로그에 산행의 흔적을 남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림을 첨부한다.

도덕봉

 

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지만, 죽는 날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은 죽는 날까지 먼저 간 자식을 잊지 못한다.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피눈물을 어찌할 수 없다.

자식의 시신 수습이 유일한 희망이 된 부모들은 오늘도 하염없이 무심한 바다만 바라볼 뿐이다. 차라리 꿈이기를, 악몽이기를 수천 번 수만 번 기도했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달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뿐이지만, 어떤 종교의 신도 응답하지 않았다. 깊고 깊은 슬픔은 그렇게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고, 먼저 간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자식을 잃은 그들을 위로하고 싶지만,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다. 그 아픔은 잊혀지지도,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 옆을 지켜주는 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

김광석의 노래를 요즘처럼 아프게 들은 적도 없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그렇듯 사랑했던 것만으로
그렇듯 아파해야 했던 것만으로
그 추억 속에서 침묵해야만 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날들

<김광석, 그날들>

Windows 애플리케이션 목록

Windows 애플리케이션 목록

Windows 7을 몇 년 사용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구글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였다. Windows는 적어도 1~2년에 한 번은 다시 설치해야 제대로 돌아가기에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작업에 들어갔다.

몇 달 전에 사놓은 SSD도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해 그냥 방치했었는데, 이번에 같이 설치했다. Windows 7을 버리고 Windows 8.1로 판갈이를 했다. 인터페이스가 조금 생소하기는 했지만, 부팅 속도는 마음에 들었다.

Windows 8.1에서 사용하는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정리해 본다.

  • Adobe Acrobat XI Pro
  • Adobe Photoshop CS6
  • Avast Free Antivirus 2014
  • CCleaner
  • EndNote X7.1
  • FileZilla
  • Google Chrome
  • Hancom Office Hangul 2014
  • Microsoft Excel 2013
  • Microsoft PowerPoint 2013
  • Microsoft Word 2013
  • Notepad++
  • PuTTY
  • VLC Media Player
  • WinRAR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

2014년 4월 16일, 300명 넘는 사람들이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었다. 이것은 불가항력의 선박 사고가 아닌, 미필적 고의와 구역질나는 탐욕이 부른 학살에 가까운 인재였다. 죽은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부모들은 피를 토하며 울부짖었다. 참혹한 슬픔과 절망이 차라리 악몽이길 빌었다.

아이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어머니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을 보면 우리는 ‘축하한다’고 말하고 유가족들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사과할 시간 있으면 잠수부들 안마나 해달라”, 노컷뉴스>

시신 찾은 것을 축하해야 하는 현실, 이것을 견디어야 하는 가족들, 그 말을 전해들어야 하는 국민들, 이 모습은 악몽보다 지독한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2012년 12월, (비록 냉소적이었지만) 안녕하길 바랬는데, 그것은 그냥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슬픔은 늘 그렇듯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았고, 악몽보다 지독한 현실은 기억 뒷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또다른 탐욕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을 것이고, 깨어있는 몇몇은 또다시 그들의 안녕을 기도할 것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지난 번 천안함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관계 당국은 각종 의혹에 대해 단 한 번도 명쾌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결정적 증거들은 공개되지 않거나 변조되었고, 관련자들의 증언은 엇갈리며, 말도 안 되는 변명만이 난무할 뿐이다.

김어준의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추론은 (비록 그가 소설이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데 해경의 변명보다 훨씬 근거 있고 타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종합해보면, 학생 250여명을 포함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은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희생되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월호 침몰은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고, 학살에 가까운 살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천안함 때의 희생자들은 군인들이었고, 유가족들을 금품으로 회유하였으며, 전가의 보도 북한산 파란 매직 1번 어뢰로 사건을 덮을 수 있었던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상상력과 거짓말을 동원하여 이 사건을 무마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과연 꽃보다도 아름다웠던 그 학생들의 죽음을 돈으로 회유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북한산 어뢰 핑계도 댈 수 없는데 과연 색깔론이나 종북론으로 입막음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세월호 사건을 덮을만한 더 큰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권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아마 상상 그 이상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