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도리
배우 최민수가 지난해 말, MBC 연기대상 황금연기상 수상을 거부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바다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304명의 넋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로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과 상식은 오래 전에 무너졌고, 진실은 저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다.
배우 최민수의 말 한마디가 진실을 부여잡기 위해 오늘도 팽목항에서 떨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금강경 제 32품에 나오는 붓다의 말씀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인연의 의해 일어나는 세상의 모든 일은 꿈이나 환상, 물거품 그리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으며 또한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세상 모든 일은 집착할 것이 없으며, 걱정할 것이 없다.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것이다.
2015년도 별일 없길 기도한다.
희고 긴 구름의 땅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쯤 하와이키에서 카누를 타고온 마오리 사람들이 이 땅을 처음 발견하고 한 말이 Aotearoa라고 한다. 희고 긴 구름이라는 뜻인데, 하얗고 긴 구름에 싸인 그 섬이 마오리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으리라.
오클랜드 공항에서 본 마오리 사람들은 모두 닮았다. 그들의 DNA에는 하와이키에서 온 조상들의 유전자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몇 백년이 흐른 뒤, 다른 신대륙처럼 뉴질랜드에도 유럽 사람들이 들어왔다. 유럽 사람들은 그들이 문명이라 부르는 것들을 가지도 들어왔고, 마오리 사람들은 유럽인들의 기술과 탐욕을 받아들였다. 미약하게 이어져온 마오리의 전통 문화를 제외하고 뉴질랜드의 삶은 서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지금의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으로 더 유명한 땅이 되었다. 이들 영화는 뉴질랜드 아니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때묻지 않은 자연은 톨킨이 얘기한 중간계가 이곳일 수 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오클랜드 같은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지에 양과 소들이 하릴없이 풀을 뜯는다. 12월의 햇볕은 따가웠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평화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돌고래와 조우하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돌고래는 지구별에서 두 번째로 지능이 높은 생명체인데(인간은 세 번째), 이 돌고래들이 지구별의 파멸을 예견하고 공중제비를 돌며 인간들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인간들은 돌고래들의 이러한 행동을 장난으로만 받아들였고, 결국 돌고래들은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라는 말을 남기고 모두 지구별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지구별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돌고래들을 뉴질랜드 북부 해안의 다도해(Bay of Islands)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일주일 내내 비바람으로 12월의 여름을 체감하지 못했는데, 그날은 모처럼 날이 개고 화창했다. 선장은 날씨가 좋아 돌고래를 볼 수 있을 거라 얘기했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아침 나절에 나갔던 유람선 승객들은 돌고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며 투덜거렸다.
배가 Assassination Cove에 다다르자, 어디선가 돌고래 수십 마리가 쏜살같이 헤엄쳐왔다. 그 중 몇몇은 시키지도 않은 점프와 공중제비를 돌면서 여전히 지구별의 종말(?)을 경고했다. 그들은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했고, 인간들은 여전히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유람선 창문을 손톱으로 두드리자 바다 밑에 숨어 있던 돌고래들이 바로 눈 앞에 나타났다. 살아 생전에 그 녀석들과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그렇게 만나게 될 줄도 몰랐고, 그렇게 교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뉴질랜드의 하늘은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얇다. 그야말로 햇볕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그날은 운이 몹시 좋았다.
행복 총정리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내놓은 행복 다이어리 <Present>의 말미에는 행복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정리되어 있다.
- 행복이라는 주관적인 상태는 마음 속에 즐거움과 의미가 가득하여 삶에 대한 만족감이 큰 상태이다.
- 외적 조건이 행복에 미치는 힘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크지 않다. 어떤 학자는 행복의 약 20%만을 외적 조건이 결정한다고 한다.
-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기 때문에(한국에서는 .3 정도의 상관관계) 돈의 총량을 늘려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 돈으로 행복을 사는 효과적인 방법은 소유물을 사기보다 경험을 사는 것이다.
- 행복의 최대 적은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다.
- 외재적 목표보다 내재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일 자체가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
- 행복 추구는 물질주의 가치관과의 전쟁이다. 돈, 외모, 권력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것은 마음의 생기를 빼앗아 간다.
- 행복은 모든 것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상태, 즉 감사가 넘치는 상태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의 가난이 필수이다.
- 마음이 떠돌아다니는 상태는 행복하지 않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순간에는 거기에 마음이 머물도록 하라.
- 행복한 삶의 제1의 조건은 돈독한 인간관계이다.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대폭 늘려라.
- 행복은 구체적인 활동으로부터 나온다. 늘려야 할 활동들: 여행, 운동, 산책, 자원봉사. 줄여야 할 활동들: TV시청, 인터넷 및 스마트폰 사용, 그리고 일.
-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전략이다.
- 행복은 멈추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 있다.
- 행복이란 누군가에,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는 상태이다.
-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최인철, Present, 2014>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깨닫는 것이다. 행복은 올림픽 금메달 같은 목표 달성 뒤에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얼마나 내적으로 충만한지 깨닫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이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은 미래에 오는 것이 아니고, 지금 바로 여기에서 즉각적으로 깨달아야 한다. 지금 깨닫지 못하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의 유언대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하길 기도한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시인 백석(白石)이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에서 했던 말.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서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성탄절을 맞아 세상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안과 위로를 보낸다. 지금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들은 하늘이 가장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좋은 목소리
우리나라 최초의 목소리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세종대 유형욱 교수에 따르면, 좋은 목소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 깊은 목소리
- 밝은 목소리
- 따뜻한 목소리
깊은 목소리는 복식호흡에서 나온다. 복식호흡은 횡경막의 상하운동, 즉 횡경막의 수축과 팽창에 의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말한다. 복식호흡을 해야만 힘있고 깊은 소리가 저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 성대를 울릴 수 있다.
밝은 목소리는 얼굴 표정과 관련이 있다. 눈과 입을 열고, 미소 짓는 얼굴을 하면 입이 저절로 올라가며 밝은 소리가 나온다. 얼굴을 찡그리고 웃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밝은 소리를 낼 수 없다. 밝은 목소리는 긍정적인 기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미소 띤 얼굴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밝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따뜻한 목소리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거짓없이 전달한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따뜻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욕망이 가득하거나 공포에 시달리는 마음에서도 따뜻한 목소리는 나올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늘 자족하며 행복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목소리 자체가 위로가 된다.
좋은 목소리는 성우들만 가진 것이 아니다. 누구나 복식호흡을 하고,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겠다.
목소리가 좋지 못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떤 목소리가 좋은지는 본능적으로 안다. 따라서, 목소리는 삶의 거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유지족(吾唯知足)
석가모니 붓다의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遺敎經)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不知足者 雖富而貧 知足知人 雖貧而富
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부유하다
행복은 물질이나 경제 상황과 크게 관련이 없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풍요해질수록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 부자일수록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족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음을 아는 것이 행복이다.
갈라파고스에서 맥 미니 사용하기
IT 갈라파고스로 유명한 이 땅에서 윈도우 대신 맥이나 리눅스만으로 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로 아이폰을 사용하고, 몇 대의 맥북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애플빠지만, 일터에서는 어김없이 윈도우 기계를 사용한다.
IE가 아니면 접속할 수 없는 무수한 사이트와 서비스들이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아직도 문서 표준처럼 공공연히 사용되는 아래아 한글 문서들 때문에 윈도우를 버리고 싶은데 버릴 수가 없다.
새로 나온 맥 미니를 구입하여 주된 컴퓨터로 사용하고, 기존에 쓰던 윈도우 기계는 보조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윈도우 기계 대신 맥 미니를 주로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저렇게 조그만 녀석이 상당한 성능을 보인다는 것, 소음에서 해방되었다는 것, 그리고 견고하고 유려한 사용자 경험이 바로 이런 것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맥 미니에도 부트캠프나 가상기계 등을 이용하여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지만, 저렇게 작고 예쁜 녀석에게 윈도우 같은 것을 구겨 넣기가 민망하여, 윈도우가 필요할 때는 기존에 쓰던 기계를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두 대의 모니터를 맥 미니에서 윈도우 기계로 꼈다 뺐다를 반복하다 보니 그것도 몹시 귀찮은 일이라, 맥에서 원격으로 윈도우 데스크탑을 볼 수 있는 Microsoft Remote Desktop을 사용하여 윈도우를 접속하였다. 두 가지 운영체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업무 효율을 높였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컴퓨터 운영체제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IT 갈라파고스에서는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꽤나 힘든 일이다.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노예로 살지 말자는 것인데,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고도 사치스런 바람이었다.